다름과 인권을 이해하는 자원봉사

기고ㅣ안승화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센터장

등록 : 2019-04-18 16:07
“자원봉사를 하러 장애인 시설에 갔다. 나는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게임도 해주고 산책도 시켜주었다. 오늘은 정말 보람 있는 하루였다.”

“오늘 자원봉사자가 찾아왔다. 그들은 나보고 게임을 하자고 졸라댔고, 내키지 않는 산책을 해야만 했다. 나는 오늘 자원봉사자와 놀아주었다. 짜증 나는 하루였다.”

첫 번째는 자원봉사자의 일기, 두 번째는 장애인의 일기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아무리 선한 마음으로 행한 자원봉사라 해도 동상이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따뜻한 자원봉사 현장에서마저 누구든지 자기 기준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해 무심코 하는 것들 때문에 인권침해가 벌어진다.

최근 트렌드 키워드로 꼽히는 ‘홀로 여행’ ‘취향 존중’ ‘케렌시아’(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재충전하는 자기만의 공간) 등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사회의 생활 방식과 가치관은 점점 개인의 고유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자신의 말과 행동은 곧 자신의 가치관과 태도를 드러내는 솔직한 수단이 되었고, 이는 상대방에게 직접 영향을 끼친다. 이제 우리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나와 상대방의 다름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를 늘 고려하며 인권을 바라봐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자원봉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긴밀하고 구체적인 영향력을 주고받는 행동이다. 그래서 특히 자원봉사 현장에서 인권은 더욱 민감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원봉사는 좋은 마음으로 하는 건데’라는 이유로 수많은, 다각적 인권침해 사례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각자의 마음속에서 쌓여가고 있을지 모른다.

지난해 서울시는 인권특별시로서 인권 시정을 선도하기 위해 ‘제2차 인권정책 기본계획’을 세웠다. 자원봉사계 역시 ‘자원봉사 활동 진흥을 위한 제3차 국가기본계획’에 자원봉사 현장의 인권 항목을 정책 영역과 과제로서 포함했다. 그저 ‘사건’으로서 인식돼온 인권이 이제는 우리 삶 깊숙이 중요한 요소로 다가왔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한국법조인협회 공익인권센터 변호사들과 함께 현장 중심의 자원봉사 인권교육인 ‘찾아가는 자원봉사 인권교육’을 해왔다. 인권침해 사후 대처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전에 자원봉사 현장에서 인권침해를 다각도로 방지하기 위해서다. 누군가의 선의의 손길이 상처의 손길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많이 안다는 것은, 그만큼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나 자신을 아는 것도 어려운데,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래서 자원봉사 인권교육을 통해 인권 감수성을 높이고, 실제 자원봉사 현장에서 사례를 간접 ‘경험’하며 이해의 폭을 넓혀보는 것이다.


동대문구자원봉사센터에서 봉사자들이 한국법조인협회 공익인권센터장인 전정환 변호사의 ‘찾아가는 자원봉 사 인권교육’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자원봉사 인권교육에서는 ‘내가 상대방이라면 어떠할지’ 생각해보는 역지사지의 개념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나의 A와 상대방의 A가 다를 수 있다는 근원적 질문에서 시작함으로써, 행동하기 전 잠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자극제가 된다.

‘찾아가는 자원봉사 인권교육’은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서울 안에서 작은 움직임으로 시작했던 일이다. 그 움직임이 결실을 보아, 지난해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와 함께하는 <자원봉사 인권 가이드> 제작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지금은 ‘찾아가는 자원봉사 인권교육’의 전국화까지 논의된다. 이렇게 지역 기반의 작은 움직임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만큼 자원봉사 현장에서 인권에 대한 고민과 자원봉사 인권교육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움직임처럼, 우연히 듣게 된 자원봉사 인권교육이 ‘나’를 변화시키고, 내가 ‘주변’을 변화시키고, 그것이 더 나아가 자원봉사 현장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는 내 일기와 상대방 일기가 같은 마음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해본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