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1만 석이 넘는 규모의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대다수 사람은 상암월드컵경기장, 고척스카이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등 체육 시설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케이팝 스타들의 대형 콘서트나 세계적인 뮤지션의 내한 공연은 대부분 체육 시설이나 대학 부속 시설에서 열리는 게 현실이다. 세계 주요 나라들과 달리 한국에는 1만 명 이상 들어갈 수 있는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이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체육 시설을 다목적으로 활용해 공연하는 것이 공간 활용 측면에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나 공연을 위한 최고의 선택은 아니다. 공연이 주목적인 시설이 아니다 보니 체육 행사에 먼저 배정돼 공연 일정이 제한적이고, 기본적인 건축 음향 설계 수준이 낮아 추가 설비를 설치하더라도 최고 수준의 음향 구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무대 설치와 철거 등에 많은 시간이 들고 이 때문에 생기는 비용은 고스란히 관람객의 입장료에 반영된다. 무대 공간 구성이나 장비 활용 등에도 제약이 많아 다양한 무대를 연출하기는 어렵다.
서울시는 지난 1월9일 1만8400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공연장이자 국내 최초 케이팝 전문 공연장인 ‘서울 아레나’ 건립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레나’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국내에는 관객이 중앙 무대를 둘러싸는 1만~2만 석 규모의 실내 공연장인 ‘아레나’형 공연장이 없기 때문이다. 아레나는 공연에 최적화된 구조와 무대, 조명, 음향 등 전문 시설을 갖추어 다양한 무대 연출이 가능하고, 최고 수준의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다. 공연에 필요한 설비의 설치·해체에 드는 비용과 시간 또한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핵심 공연 인프라인 아레나가 없는 도시는 세계 10대 도시 가운데 서울이 유일하다. 미국, 영국 등 세계 음악산업을 선도하는 국가들은 1980년대부터 1만5천~2만4천 석 규모의 아레나 공연장을 각국의 음악산업 거점으로 지어왔다. 국내서도 아레나 건립을 통한 공연장 인프라 확보 필요성을 인지했다. 이에 서울시는 2015년 2월 처음 ‘서울 아레나’ 건립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해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민자 적격성 조사를 최종 통과함으로써 ‘서울 아레나 복합문화시설 민간투자사업’의 사업성과 경제성을 인정받아 사업 추진이 본격화됐다.
올해는 제3자 제안 공고와 우선협상 대상자 지정을 완료하고, 협상 절차를 거쳐 2020년 실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그 뒤 우선협상 대상자와 실시 설계, 각종 인허가와 관련된 협상을 병행해 내년 9월 착공에 들어가 2023년 말 공사를 마무리하고 2024년 1월 정식 개장할 계획이다. 개장하면 이곳에서 케이팝 콘서트는 물론 외국 뮤지션의 내한 공연, 음악 시상식과 페스티벌, 대형 아트서커스 등 연간 90차례 이상의 대형 공연 등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전 세계에서 그 수준을 인정받는 케이팝은 주춤해졌던 한류 열풍을 소생시키고 한류 역사에 유례없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한국 콘서트 시장은 열악한 공연장 인프라에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개장될 서울 아레나는 외국 케이팝 팬들의 서울 방문을 유도해 우리나라 관광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시장 확대와 문화산업 관련 분야 일자리 창출도 이끌어줄 것이다. 최고의 사운드, 최고의 무대 시설을 갖춘 케이팝 전문 공연장 건립을 계기로 글로벌 문화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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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