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서울] 10년 뒤에는 덜 위험한 사회 만들려면?

등록 : 2016-05-12 22:20 수정 : 2016-05-13 14:31

세상은 점점 발전한다고 하지만, 더 안전해지는 것 같지는 않다. 가습기의 발명이 생활에 편리함을 주었지만, 잘못된 가습기 살균제의 개발로 많은 어린이들이 생명을 잃는 것을 보면 사회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봄철에 하루가 멀다 하고 나타나는 미세먼지도 결국은 중국과 한국의 산업화가 낳은 후유증이다. 그렇지만 발전지상주의는 멈추지 않고,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위험 요소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핵발전의 경우도 비슷하다. 핵발전소가 전기 생산의 효율성을 높여 준다고 하지만, 핵폐기물의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핵발전소 유지는 무모한 일이라는 비판이 많다. 동일본 대지진 때 거대한 쓰나미에 무너져 버린 일본의 핵발전소는 노심 폭발 이후 수십년간 끊임없이 고농축 방사능 물질을 태평양으로 흘려보내면서 인류를 위협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완벽히 차단할 방법은 없다.

 그러한데도 핵발전을 통해 이윤을 얻어내려는 핵마피아의 열망은 멈추지 않는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나 미세먼지 문제 그리고 핵발전의 위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현대사회를 보면서 사람들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2014년도 서울서베이 자료를 보면, 10년 전에 비해 현재의 위험 정도가 커졌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55.7%였고, 같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은 27.9%였다. 줄었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은 16.3%에 불과했다. 과거보다 현재가 더 위험해졌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떨까? 현재는 불안해도 미래는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면 시민들은 안정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조사 결과는 우울하다. 현재와 비교해 10년 뒤의 위험 정도는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하는 시민들이 44.8%였으며,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39.7%였다.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는 시민들은 15.5%에 지나지 않았다. 10년 전에 비해 현재가, 그리고 현재에 비해 10년 후가 개선되기는커녕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고 진단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는 2014년 서울연구원이 ‘메가시티: 안전사회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연 국제세미나에서 “위험사회의 문제를 지금까지 국가가 해결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대도시가 해결하는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국가가 안전 문제를 못 본 척하는 상황에서, 도시가 나서서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위험 문제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최근 서울시의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는 메르스라는 전염성 질환에 적극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최근에는 내부순환도로에서 구조물의 안전성을 지탱하는 케이블이 끊어진 것을 발견하고 곧 교통을 통제해 대형 사고를 방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핵 발전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햇빛 발전을 추진하려 노력하는 것도 평가할 만하다. 이러한 조처는 길게 보면 시민들의 미래 사회에 대한 불안함을 줄이는 데 한몫을 할 것이다.


 개발 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는 자초한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렇지만 다음 세대는 자기 탓도 아닌 일로 재난을 당할 확률을 낮출 수 있도록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므로 서울시는 미래 세대를 위해 시민안심플랜을 만들 책임이 있다. 위험한 대한민국에서 미래 세대의 안전을 만들어가는 일이 만만치 않은 과제이지만, 서울시부터라도 시민의 안전을 추구하는 장기적 청사진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