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10년 국내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지만, 자가보유율은 60%를 갓 넘은 수준이다. 서울은 집값 급등, 전세 품귀, 월세 상승 등으로 자가 소유는 물론 안정적인 주거가 갈수록 힘들다.
주거 안정의 척도는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에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서울시민의 주거 복지를 강화하기 위해 ‘서울형’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힘쓰고 있다. 2012년부터 6년 동안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은 12만 호에 이른다. 앞으로 5년 동안 24만 호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그런데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확대될수록 관리의 비효율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공공성이 담보되지 못한 민간임대주택은 높은 임대료 부담을 서민층이 떠안게 되는 수가 많다.
이런 정부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시가 주목한 것이 제3섹터다.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 경제 주체와 협력해 주거 복지 프로그램인 ‘사회주택’을 처음 도입했다.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주택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사회주택은 주변 시세의 80% 이하 임대료로 최장 10년 동안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의 한 유형이다. 사회적 경제 주체가 공급해 공공성, 지속가능성,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 민간에서 협동조합 주택, 코하우징 등으로 진행하던 것이 2015년 1월 ‘서울특별시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사회주택’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토지임대부, 리모델링형 등 다양한 사회주택 유형을 개발해 지난 3년 동안 약 900여 호를 공급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견줘 적은 양이지만 사회주택은 공공임대주택 대상에 포함되지 못해 주거 위기에 놓인 청년, 신혼부부 등 신 주거 취약계층에 대응해 혁신적인 주거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주거 공간뿐 아니라 카페, 공동세탁실 등 커뮤니티 공간이 함께 마련돼 1인 청년 가구에게 인기가 높다.
서울시 사회주택의 성과는 중앙정부를 움직이고 있다. 국토부가 이미 서울시의 혁신적인 시도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거 복지 로드맵’에 사회주택 활성화 방안을 담은 바 있다. 이후 서울시와 국토부는 사회주택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협업 체계를 마련하고, 관련 법·제도 정비와 자금 조달 등 지원 방안을 꾸준히 논의해왔다.
지난달 17일 서울시와 국토부가 전국 최초로 사회주택 전용 토지뱅크인 ‘사회주택 토지지원 리츠’를 설립하기로 한 건 그 결실이다. 대규모 사회주택 공급 기반을 마련한 ‘사회주택 토지지원 리츠’는 기존 서울시 재원만으로 추진됐던 사회주택 사업에 주택도시기금도 출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사회주택의 공급 물량 확대는 물론, 그동안 예산 한계로 어려웠던 990㎡(300평) 이상 중규모 토지 매입을 본격화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다. 장기적으로는 도시재생과 맞물려 지역사회의 생활 인프라 확보까지 리츠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우선 연말까지 300억원(서울주택도시공사 100억원+주택도시기금 200억원)을 들여 300호를, 내년에는 900억원(서울주택도시공사 300억원+주택도시기금 600억원)을 들여 900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20세기 초반부터 민간을 중심으로 공급되기 시작해 비교적 오랜 역사를 지닌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 사회주택은 아직 씨앗 단계다. 우리 주택 토양에 뿌리내리기까지는 법적 제도화, 집에 대한 인식 전환 등의 과제를 푸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사회주택이 공급되려면 서울시 등 공공 부분의 노력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 주체 등 제3섹터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성공적인 거버넌스로 사회주택이 ‘따로 또 같이, 함께 만드는 집’ ‘시민의 집’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주거 모델의 실험이 지금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