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은 사무직 재취업을 준비할 때 일자리 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인정보를 살피고 있는 모습.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제공
“마흔을 넘기니 콜센터나 영업직 말고는 혼자 힘으로 취직할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자영업은 힘들고….” 박향숙(42)씨의 한탄은 과거형이다. 얼마 전 법무사무원으로 재취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법무사무소는 법률적 도움이 필요하지만 변호사에게 맡기기에는 비교적 간단한 문제를 상담하거나 처리하는 곳이다. 경제적 부담도 덜해 주식 발행, 기업의 등기를 대행하거나 근저당 설정, 부동산 매매에 따르는 등기 업무 등을 진행한다. 박씨는 법무사무소에서 법무사의 일을 돕고 있다.
현재 업무 만족도는 200%. 업무 전문성도 높고 가사와 병행하는 데도 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초등학생인 둘째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근무 중에 10분 거리의 집에 다녀오기도 했다. “법무사무원은 재산을 다루는 일이 많은 만큼 스트레스가 많기는 해요. 예민해지기도 쉽고요. 다행히 저는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받고 있어요.” 박씨는 그만큼 사무소의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고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
박씨는 결혼 전 정보통신(IT)업계에서 일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이어진 임신과 육아 문제 때문에 전업주부로 만족해야 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서 10년 뒤 재취업을 희망했지만 쉽지 않았다. 신용카드사 콜센터에 일자리를 구했지만 회원을 상대하는 업무는 스트레스 강도가 셌다.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다 참석하게 된 법무사무원 직종설명회가 재취업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통해 경력단절여성과 기업을 연결하는 다리 구실을 하고 있다. 북부여성발전센터의 ‘실버시설 행정실무자’ 양성 과정.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제공
직종설명회에서 영등포여성인력개발센터의 ‘법무사무원 양성과정’을 알게 된 박씨는 3개월의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이수 뒤 센터와 법무사협회가 함께 연 채용박람회에서 지금의 일자리를 얻었다. 영등포센터 법무사무원 양성과정 취업담당 박미란 취업설계사는 “박향숙씨는 스스로 노력을 많이 했다. 채용박람회 상담 때 알려드렸던 복장과 태도 그대로 준비해서 오셨다. 직종에 따라 어울리는 복장이나 면접 태도가 다 다른데, 법무사무원은 보수적인 분야라 아무래도 철저히 준비해온 점이 유효했던 것 같다.”
영등포센터는 2008년부터 서울남부법무사협회와 협약을 맺고 꾸준히 법무사무원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교육 수료생의 87%가 취업에 성공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도 서울시 지역 특화 교육과정으로 선정돼 6월부터 법무사 양성과정 교육을 운영한다. 동작여성인력개발센터도 ‘법무행정 사무원 양성과정’을 8월부터 운영한다. 동작센터는 서울중앙법무사회와 협약을 맺고 교육과정 수료생의 취업을 돕고 있다.
사무직 재취업을 희망하는 여성 대부분은 일자리 정보에 어둡고, 기업들은 희망 인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각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실시해 경력단절여성과 기업을 연결하는 다리 구실을 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기업에 필요한 실무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수자에게 취업처까지 소개해 취업 성공률이 꽤 높은 편이다.
노인 관련 요양시설이 다른 자치구에 비해 많은 노원구의 북부여성발전센터에는 ‘실버시설 행정실무자’ 양성과정이 있다. 노인 복지 자격증을 갖고도 취업 기회를 찾지 못한 여성들이 관련 시설 행정사무원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다른 직종에 비해 연령 제한이 엄격하지 않은 편이어서 40대 이후의 경력단절여성도 취업이 쉬운 편이라고 북부센터 김현진 교육팀장은 말한다.
작은 회사에서 홍보와 경리 업무까지 모두 담당하는 ‘멀티 사무원’을 길러내는 곳도 있다. 용산여성인력개발센터는 ‘멀티 사무원 양성을 위한 IT마스터 과정’을 운영하는데, 주변 전자상가의 중소기업들에 1인 다역 직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맞춰 이 과정을 기획했다. 교육과정에는 누리집을 만들 수 있는 ‘html’ 활용법과 포토샵, 전산회계 실무, 온라인 홍보까지 포함된다.
마포구에 있는 중부여성발전센터는 사회적경제 특화 지역에 자리 잡은 만큼 ‘사회적경제 실무 전문가 양성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대개 조직이 작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회계 관리, 관련 정책과 사업의 기획, 마케팅과 홍보에 대한 내용을 알려 준다.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고 본인의 적성을 고려하면 여성인력개발센터의 재교육 과정은 사무직을 원하는 경력단절여성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김규리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