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환센터 건립 약속, 교육 문제 해결 다짐”

초선이 민선 7기 서울 구정 이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

등록 : 2018-09-20 16:14
서울시 행정부시장 출신으로

민주, 무연고 지역에 ‘전략공천’

16년 만에 민주당으로 ‘정권교체’

“서울시서 중랑 문제 많이 다뤄”

망우 역사문화공원 “잘 가꾸겠다”

신내 지하철 차량기지 이전 추진

이전 터 4차 산업 유치 계획

면목선 경전철 발표에 큰 기대


지난 12일 인터뷰에 앞서 류경기 신임 중랑구청장이 망우묘지공원 역사인물전시장 앞에서 구정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류 구청장은 지난 7월1일 구청장 취임식에 앞서 이곳에 들러 소파 방정환 선생 묘소를 참배했다. ‘교육 낙후지역’으로 꼽히는 중랑의 교육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한다. 망우묘지공원은 한국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50여 명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중랑구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16년 만에 자유한국당 계열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지역이다. 민주당이 전략공천의 잡음을 무릅쓰고 지역 정권 탈환을 위해 내세운 기수가 서울시 행정부시장 출신의 류경기(57) 신임 중랑구청장이다. 류 구청장은 32년 공직생활을 오로지 서울시 행정에 바친 최고 도시행정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일찍이 박원순 시장에게 “유능한 공무원”으로 발탁된 박 시장의 브레인이자 일꾼이지만, 직업 공무원으로서 정치인 변신을 주저하던 그를 중랑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서영교, 박홍근)들이 “삼고초려 끝에 끌어왔다”고 한다. 정치적 시각으로 보면, “도시행정 전문가를 영입해 낙후된 지역을 압축성장시켜 민주당 장기집권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류 구청장 역시 이런 바람을 의식해 선거 내내 ‘네박자론(문재인 정부-박원순 시정부-지역구 민주당 국회의원-민주당 구청장)’을 외쳤고, 유권자들은 61.9%의 높은 지지율로 ‘기대’를 표시했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망우리 묘지가 있는 망우역사문화공원 야외에서 이뤄졌다. 오가는 등산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였다.

취임식에 가기 전에 이곳 망우 묘지에 들러 소파 방정환 선생 묘소를 참배했다고 들었다.

“방 선생 묘역을 참배한 것은 중랑의 교육 문제를 풀어내겠다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다. 중랑은 교육 만족도 꼴찌다. 해마다 3천 명의 인구가 교육 때문에 중랑을 떠나고 있다. 이런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방정환 중랑교육지원센터’(가칭)를 설립하려 하는 구상도 같은 맥락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중랑을 떠나지 않아도 좋을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센터를 만들겠다.”

망우리는 공동묘지로 유명한 곳이다. 역사문화공원으로 탈바꿈해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애국선열 등 50여 분 이상의 훌륭한 위인들이 잠들어 있다. 만해 한용운 선생 묘지 앞에 서면 저절로 의지가 샘솟고 애국심도 일어난다. 인문학적으로도 그렇고 역사적으로도 드문 형태의 문화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잘 가꾸어보겠다.”

중랑에 연고 없이 민주당 전략공천으로 후보가 돼 당선됐다. 이곳 사람들 입장에서는 낙하산인데, 중랑에 출마한 계기는?

“일부 주민들이 연고를 따지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서울은 이미 하나의 생활권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중랑은 작은 서울이고, 서울은 넓은 의미의 중랑이다. 비록 연고는 없었지만, 30여 년간 서울 행정을 해온 제 입장에서 보면 중랑의 누구보다 중랑의 도시 문제를 많이 다뤄왔다고 생각한다. 구청장 출마는 지난해 말부터 이 지역 박홍근·서영교 의원이 ‘16년 동안 한나라당 일색인 구청 행정을 바꿔서 지역에 활력과 변화를 가져오고 싶다’며 강력히 권유한 것이 계기였다. 그러나 직업 공무원 출신으로 선거에 나간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여서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16년은 긴 세월이다. 지역 유지들이나 공무원들이 타성에 젖어 있을 법도 하다. 앞으로 어떻게 소통할 계획인가?

“구청 행정이나 지역의 인적 구조가 한쪽 당으로 고착돼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 결과로) 지역사회 전반과 공직 내부에 약간의 충격이 가해지면서 변화를 겪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선거라는 정치 과정이 끝나면 다시 중립적 입장으로 돌아와야 하는 게 집행부다. 그런 자세로 ‘지역사회를 위해 같이 가자, 새롭게 협력하자’ 그런 말씀을 열심히 드리고 있다.”

중랑이란 지역의 특징과 보완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중랑은 녹지가 40%다. 망우산, 용마산, 봉화산, 구릉산 등 자연환경이 무척 좋은 곳이다. 또한 시쳇말로 ‘뼈대가 있는 동네’다. 망우동이란 지명의 유래도 이성계의 조선 창업 시기까지 거슬러올라간다. 구석기시대 생활 유물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살기 좋은 곳이다. 400~500년의 뿌리를 지닌 문중들도 많아 옛날 농촌 같은 따뜻한 인심도 남아 있다. 아쉬운 점은 41만 명이 사는 도시인데도 경제 기반이 약하다는 것이다. 상업지역이 1.9%(서울 평균 3.3%)밖에 안 되고 경제·사회적으로 어려운 이웃이 많다. 장애인 인구가 2만 명, 65살 이상 어르신도 6만 명에 이른다. 같은 맥락에서 교육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말씀대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이 필요할 텐데, 현재 추진 중이거나 구상하고 있는 계획이 있다면 설명해달라.

“신내동의 지하철 6호선 차량기지 이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 터(부지)가 약 5만 평이다. 도시 확장으로 경기도 구리시와 남양주시 등으로 철도가 연장되면 차량 기지도 이전이 불가피하다. 남양주시 쪽과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본다. 앞으로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과 협의해 6호선 연장과 차량기지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차량기지 이전으로 확보되는 터는 상업 기능과 산업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4차 산업 분야 위주로 입주시키면 2만8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망우~상봉역 복합개발도 추진하겠다. 이곳은 서울 동북권의 교통중심지인데도 망우역과 상봉역, 인근의 상봉터미널이 분리 운영되면서 상권이 죽어 있다시피 한 게 현실이다. 망우~상봉역 복합개발은 철도와 버스를 통합한 환승터미널로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20층 정도 규모의 건물에 철도와 시외버스터미널, 대규모 상업·문화 시설, 주거시설 등을 갖춘다면 지역 상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시와 소송 중이던 면목행정복합타운 건은 어떻게 되고 있나?

“지난 7월11일부로 과거 집행부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시유지 무상 양여(소유권을 넘겨줌) 소송 취하가 완료됐다. 더 이상의 대립은 없을 것이다. 서울시, 국토부 등과 소통하고 협력해 그동안 지연돼왔던 면목행정복합타운 개발을 시작하겠다. 애초 국토부가 선정한 개발 터보다 두 배가 넘는 규모가 될 것이다.”

재개발 또는 재생사업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나?

“시대는 개발을 넘어 재생을 지향하고 있다. 이미 뉴타운 사업의 실태를 통해 ‘전면 철거 후 개발’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중랑은 도시재생으로 과제를 풀어가겠다. 장미축제가 열리는 묵2동 지역이 좋은 사례다. 이곳은 도시재생을 위한 자생적인 주민 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지난 8월 국토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2022년까지 총 250억원(국비 100억월, 시비 135억원, 구비 15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구청 차원에서도 도로, 상하수도, 가로환경 등 공공 부문을 적극 지원해 구청과 주민 역량이 종합된 도시재생 모델로 완성하겠다. 중화동과 면목동 등에서도 도시재생 사업을 준비 중이다.”

박원순 시장의 면목선 경전철 발표도 이 지역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면목 경전철은 중랑의 숙원 사업이었다. 그러나 1조원이 넘는 사업비와 낮은 수익성 평가 때문에 10여 년 넘게 표류해왔다. 이것을 박 시장이 서울시 돈을 들여 건설하겠다고 하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랫동안 주민들이 경제·사회적 불편을 겪어온 교통 사각지대 해소에 중앙정부와 시 재정이 투입되는 것은 현시점에서 타당한 결정이다. 시장께서 삼양동 옥탑방 체험을 할 때 우리도 찾아가 중랑 주민들의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끝으로 구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집행부가 내건 슬로건 ‘구민과 함께 새로운 중랑’이다. 변화는 주민참여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드리고 싶다. 항상 소통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겠으니 적극 참여해주시고, 이끌어주십사 당부드린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서울시 대변인 출신 ‘박 시장 사람’…지역구 의원들 ‘엄지 척’

△서울시 행정1부시장(2015~2017)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행정국장, 대변인 △서울시 사무관 임용(1987) △행시 29회(1985) △홍조근정훈장 △대신고, 서울대 정치학과,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 박사 △1961년 전남 담양 출생, 부인 강영숙(53)씨와 1남 1녀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공직 생활 32년을 모두 서울시에서만 보냈다. 서울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도시행정 전문가로서, 박홍근 민주당 의원의 전언(이하 <우문현답> 인용, 류경기 지음)에 따르면, 그는 한 공직 선배로부터 “100년 만에 한 번 나올 만한 최고의 (서울시) 부시장”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서울시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능력과 인품을 인정받았다.

전남 담양이 고향으로, 13살 때 아버지의 엄명을 받고 서울 유학길에 올라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행정고시(29회)에 합격해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그의 인생 전환점은 박원순 시장이 보궐선거로 서울시에 입성한 때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당시 야성이 강한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서울시에 들어온 박 시장이 ‘데리고 온 사람’이 아니라 기존 서울시 공무원 가운데 그를 자신의 대변인으로 발탁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후 행정국장,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쳐 행정부시장에 오르기까지 6년을 박 시장과 함께해 서울시청 안의 대표적인 박 시장 사람으로 꼽힌다.

그가 연고도 없는 중랑구청장 후보로 발탁된 것은 민주당 소속 중랑구 국회의원들의 강력한 추천에 힘입었다. 누구보다 박홍근 의원은 박 시장과 시민운동을 같이한 사이로, 박 시장 곁에서 “류경기라는 공무원을 지켜볼 기회가 많았고”, 서영교 의원은 “중랑구 관련 예산 문제를 다루면서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게 됐다”고 한다. 이런 인연들이 중랑 지역에 연고가 없는 류경기를 오히려 16년째 자유한국당 계열이 ‘집권’하고 있던 중랑구청을 민주당이 되찾아올 적임자로 낙점하는 계기가 됐다. 박홍근 의원은 “류 부시장을 알게 된 뒤 이런 사람이라면 낙후되고 정체된 중랑구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류경기는 처음에는 한사코 마다했다. 그러다 “박홍근 의원이 쓴 <진심에 바뀌고 진실이 이긴다>는 책을 읽고 나서” 출마를 결심했다. 32년 공직 경험을 은퇴로 마무리한다면 개인의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수락 문자를 박 의원에게 보냈다고 한다.

류 구청장은 두 사람을 ‘인생의 만남’으로 꼽았다. 공직자로서 “극도의 자기 절제와 수련의 경지를 보여준” 고건 전 국무총리와 “공동체를 향한 열정과 철학을 가르쳐준” 박원순 시장이다. 한 사람은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당대 제일의 행정가이고, 한 사람은 도시행정의 개념을 일신시키고 그것을 토대로 국가행정의 혁신까지 꿈꾸는 정치인이다. <우문현답>은 그가 선거를 위해 펴낸 자서전 제목이다.

나를 있게 한 이것

책과 토론, “생각의 틀을 깨는 도끼질”

대학 독서동아리에서 처음 해본 토론은 나에게 문화적 충격을 주었다. 책을 읽고 서로의 느낌을 듣고 이야기하는 과정은 내 생각의 틀을 깨고 확장시켜주는 도끼질이었다. 그 시절 읽은 여러 분야의 책이 여전히 인생의 소중한 자양분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삽화 김경래 기자 kkim@hani.co.kr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