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생활정치 눈여겨봐야, 시민의 삶 현장에 천착하길
민선 7기 구청장에게 바란다, 김영배 전 성북구청장의 고언
등록 : 2018-07-19 15:33
시민은 더 이상 행정 서비스 대상에
머물지 않고 공동 생산자이길 원해
구청장은 멀리 있는 큰 도서관보다
집 앞의 작은 도서관을 더 챙겨야
전시행정보다 시민의 삶 향상에
지방정부, 사회 혁신의 근거지 돼야
연대와 혁신은 더 큰 시너지 생성
‘매의 눈, 사자의 심장, 어머니의 손’
외과 의사의 필요조건 갖추기를
6·1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여러 평가가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권력정치에 몰두했던 정치 세력에게 시민들이 ‘종이 짱돌’(투표)로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한다. 대한민국의 외형적 경제 규모는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로 성장했지만 정작 시민들의 밥그릇은 더 작아지고 삶의 질도 더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북구청장에 도전할 때 내걸었던 선거 구호는 “권력정치에서 생활정치로”의 패러다임 전환이었다. 주거·교육·육아 등 생활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시민들이 원하는 정치는 텔레비전 속의 여의도 정치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정치·마을정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형식적 민주주의마저 외면한 지난 9년 동안의 보수 정권에서 우리 사회가 그나마 후퇴하지 않고 복지국가로의 새로운 꿈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지방정부의 약진도 어느 정도 기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민선 5~6기 동안 지방정부는 주민참여예산제, 마을계획, 주민자치회 등 시민참여 제도화를 통해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했다. 사회적 경제로 마을경제를 활성화했으며, 생활임금과 청년 도전숙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복지전달체계를 고쳐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체계도 이뤄냈다. 이러한 지방정부의 성과는 다시 문재인 정부에서 주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 공약으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민선 7기가 시작한 현시점은 전 세계 유례없는 촛불혁명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바라는 국민적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이다. 아울러 지구 상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한반도의 냉전체제 해체는 물론 세계사적으로도 대전환 시기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지난 민선 5~6기 8년 동안 성북구청장 경험을 바탕으로 민선 7기 구청장님들에게 네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자치분권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마을 시민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촛불 지방정부가 되어야 한다. 촛불혁명으로 각성한 시민은 행정서비스의 대상을 넘어 행정서비스의 공동 생산자가 되길 원하고 있다. 지방정치는 시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시민이 직접 참여해 그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방의 정치는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정치, 생활정치라고 한다.
‘학습하는 공동체는 타락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먼저 다양하고 체계화된 시민교육과 공무원의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구정에 참여하는 시민의 의사 결정이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구조화되어 지속해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각별한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 정치의 일반적인 정의를 넘어서, 지방정치가 마을 시민에 의해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방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둘째, 지방정부의 존재 이유는 시민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있다. 벤저민 바버가 그의 저서 <뜨는 도시 지는 국가>에서 “대통령은 원칙을 말하지만 시장은 쓰레기를 줍는다”고 했듯 시민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방정부는 시민의 삶의 현장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지난 구청장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시민들은 멀리 있는 국립중앙도서관보다 집에서 걸어 10분 거리의 작은도서관을, 도심의 청계천보다 내 집 앞의 실개천을 더 필요로 한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개발행정이나 전시행정이 아니라 시민의 생활 속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지방정부는 사회 혁신의 근거지가 되어야 한다. 민선 5~6기 8년 동안은 성북구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지방정부의 혁신 정책이 봇물 터지듯 나오던 시기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가 포기했던 좋은 일자리를 생활임금을 통해서 만들어낸 것도, 투표권이 없어서 그동안 외면했던 아동·청소년의 목소리를 아동친화도시를 통해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청년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직장·주거혼합형 공공주택인 도전숙을 만든 것도 모두 지방정부였다.
혁신은 지방정부 간에 연대와 협력을 통하면 훨씬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아동친화도시 추진 지방정부협의회와 같은 지방자치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행정협의회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끝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손에만 달려 있지는 않다. 바로 지방정부에서부터 시민과 함께 그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흔히들 외과 의사의 필요조건으로 ‘매의 눈, 사자의 심장, 어머니의 손’을 꼽는다. 신임 구청장들도 이 세 가지를 갖고, 앞으로 4년 동안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를 만드는 공공성의 파수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영배 민주연구원 부원장ㅣ민선 5~6기 성북구청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외과 의사의 필요조건 갖추기를
지난 6일 민선 7기 서울시 구청장들이 구청장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용산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