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기업의 목적은 최대 이윤 창출이다. 이 목적을 공공의 이익으로 바꾼다면?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에 기여하는 사회적 실험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센터)는 대도시에서 사회적 경제 실험을 앞장서 하는 민관 거버넌스(협치) 조직이다. 2013년 설립 이후 6년째 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은애(51·사진) 센터장을 만났다.
“사회적 경제 기업이 양적 성장은 이뤘지만 소비자(시민)와 교감하지 못해 ‘사회적 목적 실현’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센터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그만큼 사회적 경제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센터장은 “서울에서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를 민관이 협력해 만드는 지원 전략의 변화를 실험해왔고, 이러한 변화는 전국으로 확산됐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밝혔다.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자본, 시장을 키우고 기업들의 연대를 바탕으로 공동 사업을 펼쳐 규모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저성장기야말로 사회적 경제가 주목받을 수 있는 적기”라고 여긴다. 이때가 사회의 양극화와 일자리 부족 등 자본주의 모순이 더 드러나고 사회문제의 혁신적 해법을 찾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 단위의 필요성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시민들에게 사회적 경제는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 이제 의식주와 교통, 건강, 금융 등 생활경제를 이끌며 실생활에 도움을 줘야 지속가능하다.” 센터 역시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회적 서비스를 고품질에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올해 중점 사업으로 주민생활과 밀착한 사회적 경제 아파트 만들기를 꼽았다. 일부 아파트에서 진행해온 옥상 텃밭, 태양광 발전, 품앗이 보육 등 개별적이고 단편적인 경험들을 모아 주민들의 필요를 해결하는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묶어내려 한다. 이러한 경험과 역량이 축적되면 자연스럽게 마을기업 창업으로 이어져 주민들이 직접 세차, 택배, 육아, 먹거리 등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일종의 주민 회원제 서비스화로 실수요나 서비스의 적정가를 가늠할 수 있어 동네 골목 상권과도 상생할 수 있다.
마을주민에 의한, 마을주민을 위한, 마을주민의 기업을 통해 누구나 창업자이자 소비자, 투자자가 되니 그야말로 사회적 경제를 생활 속에서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서울 시민의 43%가 아파트 생활을 한다. 주민들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투자하고 아파트 내 커뮤니티 공간을 활용하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적은 비용으로 생활하는 아파트를 만들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공동체 회복도 이루어진다. 자본이 지역 내에서 순환해 마을을 이끌어가는 시민경제의 진정한 모델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게 이 센터장의 기대다.
이 센터장은 사회적 경제 참여의 첫걸음으로 사회적 경제 상품과 서비스를 이해하고 소비하는 것을 꼽았다. 사회적 경제 생태계는 기업의 창업자와 소비자, 투자자, 정책 입안자, 중간 지원자 등 모든 주체의 균형 있는 발전이 중요하다. 특히 소비자 참여는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겨레가 사회적기업을 돕기 위해 마련한 ‘ㅎㅎㅎ프로젝트’는 시민들이 좀 더 쉽게 사회적 경제를 만나고 참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기업 중심의 특정 산업이 무너지면 지역경제도 흔들리는 경험을 우리는 이미 경남이나 군산에서 확인했다. 대기업만 중요하게 여기던 경제 질서를 시민들이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사회적 경제다.” 이 센터장이 내리는 사회적 경제의 정의다.
정희경 기자 ahyun04@hani.co.kr/콘텐츠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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