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발 노동이사제, 전국에 안착하려면

기고ㅣ박대우 서울시 재정기획관

등록 : 2018-07-05 16:32 수정 : 2018-07-09 09:49

현 노동시장은 대기업의 시장 지배, 노동시간 단축, 얼어붙은 청년 고용 시장 등 다양한 이슈와 쟁점들로 가득하다. 노동자들 내부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거나 혹은 기업 경영진과 협력하거나 해결해야 할 일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어느 때보다 노동시장 변화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서울시가 앞장서서 도입한 노동이사제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기업 경영진과 단체교섭만으로 다양한 노동 이슈들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때 사회적 갈등으로 표출되며, 그로 인한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사회적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기업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특히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출자·출연해 세운 공공기관은 더욱 그러하다. 이것이 바로 서울시가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노동이사제를 서울시 운영 사례와 같이, 지자체 조례를 근거로 추진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을 환영한다. 나아가 현행 법령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다보니 발생하는 문제들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 개정을 추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첫째는 임원을 선출할 때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치도록 한 현행 ‘지방공기업법’의 규정이다. 사실상 노동이사는 직원 투표 방식에 따라 다득표자로 결정되므로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규정은 생략되어야 한다. 둘째는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를 명시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4호 가목 규정이다. 근로자이면서 임원(비상임이사)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 노동이사는 이 규정 때문에 노조를 탈퇴할 수밖에 없다. 회사의 경영에 근로자의 권익과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한 노동이사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노동이사의 노조 탈퇴를 강제하는 현행법은 개정해야 한다. 셋째는 국정 과제에서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노동이사’라는 명칭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 등에서는 ‘근로자’라는 명칭만 정의되어 있다. ‘노동이사’ 명칭의 전국적 통일을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2월2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한국형 모델 정립·확산 발전토론 간담회’에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의 노동이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원 100명이 넘는 16개 의무 도입 기관 모두 노동이사 선임을 완료해 현재 22명이 노동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최근 노동이사제의 전국 확산에 즈음하여 서울시는 3년6개월여의 전 과정을 스토리 텔링으로 엮어 <근로자가 직접 뽑은 이사님 이사님 우리 이사님>이라는 사례집을 발간했다. 전문가, 투자·출연기관의 기관장, 노동이사, 노조위원장, 실무자 등 약 70여 명의 생생한 목소리를 사례집에 솔직담백하게 담았다. ‘유럽에서 노동이사제도가 특별히 발전한 역사적 배경이 있는가?’ ‘이 제도가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제도인가?’ 등의 질문에 답이 여기 들어 있다. 서울시설공단과 서울의료원에서 노사협의 과정에서 투표권을 ‘1인1표’와 ‘1인2표’로 할 건지 다툼이 있을 때 어찌 해결했는지 등 다양한 쟁점도 상세히 전달한다. 그야말로 노동이사제의 ‘교과서’인 셈이다. 사례집은 서울시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노동이사제가 지금의 경영지배구조 문제를 한순간에 해소해주는 마법 같은 제도는 아니다. 노동이사의 적극적인 이사회 참여로 일반 사외이사들에게도 기관을 이해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사외이사들도 기관의 현장을 알고 싶다는 요청에 따라 ‘현장 견학’을 했다고 한다. 서울교통공사는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에 따른 기존 정규직 공채 직원과의 갈등 사이에서 노동이사가 중재 역할을 잘해 평화롭게 노사협의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경영의 변화가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 지속해서 제도를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새로운 제도는 언제나 아침 안개와 같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갯속을 들어갈 때는 두려움이 앞서지만, 한발 한발 헤치고 나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안개는 걷힌다. 더군다나 서울시가 한발 앞서 그 길을 성공적으로 걸어오지 않았는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