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소위 선진국 클럽이라 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20년이 지났고, 경제 규모 또한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중간쯤 된다. 그러나 최근 2016년 통계치를 기준으로 발표된 여러 지표에서 명예롭지 못한 성적을 내고 있다.
먼저 상·하위 10% 간의 ‘임금 격차’가 한국은 1997년도 외환위기 이전에는 3.5배 수준이었으나, 2000년 이후 빠르게 증가해 현재는 4.5배로 미국에 이어 2위를 나타내고 있다(복지가 잘 정비된 북유럽 국가나 독일, 프랑스 등은 3배를 넘지 않는다). 또 저임금 근로자(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 임금) 비중도 23.5%로 2위를 차지했다.
오랫동안 경제학자들은 소득 불평등을 경제성장의 불가피한 결과라고 간주해왔으나, 최근 들어 오이시디와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 등 여러 가지 부정적 효과들을 언급하며, 정부가 소득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소득 불평등은 외국인 투자, 경제 개방, 환율 정책과 같은 다른 경제지표보다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고, 최근에는 소득 불평등이 정치적 불안과 사회통합을 저해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각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격변은 불평등의 결과라는 것에, 이념적 성향과 해결 방향은 논외로 하더라도 원인에 대한 이견은 없다.
이렇듯 고질적인 소득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소득주도 성장의 틀 안에서 해법을 찾고 있고, 서울시를 비롯한 90여 개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최저임금을 넘어선 생활임금을 도입함으로써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적극 보장한다.
‘생활임금’ 제도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 기본권인 노동권과 일할 권리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에 기반을 두고 있다.
2016년 도시지역 1인 가구 월평균 가계지출은 144만원이나 현재 최저임금은 월 126만원 수준으로, 최저임금으로는 ‘생존’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도시에서 ‘생활’은 어려웠다. ‘생활임금제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시민들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구성된 ‘정부’는 그 구성원들에게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최저선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임금 격차와 저임금 노동자 비중에서 오이시디 국가 중 1위에 오른 미국에서, 최저임금을 넘어선 생활임금제도가 도시 단위에서 활성화되는 배경도 마찬가지다.
서울형 생활임금은 2015년 제도 시행 이후 그 대상을 점차 확대해 현재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투자출연기관의 자회사에 직접 채용된 노동자, 민간위탁 채용 노동자, 뉴딜 일자리 참여자 등 1만여 명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강남구(조례 제정 중)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에서 생활임금 조례가 제정되어, 서울시의 거의 모든 자치구에 생활임금제도가 퍼져 공공 부문에서는 생활임금이 어느 정도 정착되었다.
그러나 생활임금제도가 공공 부문 내부의 노동시장에만 적용되어 또 하나의 ‘성’을 쌓는 결과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서는 민간으로의 확산이 절실하다. 먼저 용역 계약, 보조금 지급 등 공공계약 관계에서 생활임금을 적용하기 위해 최저임금법과 지방계약법 개정 등 법적·제도적 손질이 시급하다.
향후 생활임금제도의 확산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불평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부의 주요한 정책이 되기를 희망한다.
지난해 9월 열린 ‘2017 서울시 생활임금의 날’ 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생활임금위원회 위원들과 노조 대표와 함께 서울시 2018년 생활임금액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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