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시대 끝내고 ‘사회적 우정의 도시’ 만들겠다”
윤영미 ‘서울&’ 편집장 박원순 시장 신년 인터뷰
등록 : 2018-01-18 14:43 수정 : 2018-01-19 09:01
6년 재임 중 공동체적 기반 조성 자평
공공성 한층 강화된 도시 수립 계획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 확대 준비 중
내년 100회 전국체전에 북한 참가 제안
19살 청년 죽은 구의역 사건 통해
위험의 외주화 폐해 뼈저리게 깨달아
연방제 준하는 지방분권 개헌에 기대
사랑·미래·평화가 민선 7기 키워드 여론조사 결과 아직 안정적이지 않아 언제든 뒤집힐 수 있어 겸허해져야 서울시 공무원 6년간 엄청난 성과 내 시어머니 같은 역할은 줄이려고 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서울시장 3선 도전 의지를 분명히 한 박원순 시장을 15일 시장실에서 만났다. 박 시장은 신년사에서 ‘사랑, 미래, 평화에 투자하는 도시 서울’을 민선 7기 서울시정의 비전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신혼부부용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100회 전국체전에 북한 선수단 참가를 요청할 계획이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각 언론사의 서울시장 후보군 지지율 조사 결과가 안정적 선두를 보여서인지, 박 시장은 인터뷰 내내 여유 있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김흥국씨와 함께 녹화하셨다구요?
“KBS <냄비받침’>, SBS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 등 예능 프로그램에 몇 번 나갔는데, 제가 예능 감각이 있다는 걸 증명했어요(웃음). 제가 지코의 랩을 하면 민요 같다고 하고, 개그를 하면 아재 개그라고 하지만, 잘하면 그게 이상한 거잖아요. 김흥국씨는 ‘호랑나비’ 부른 가수로만 알았는데, 대단한 ‘개그맨’ 수준이더군요. 녹화하면서 제게 아주 잘 맞춰주고. 저와도 거의 ‘형제’가 됐습니다.”
재임 6년간의 시정에 대해서 스스로 평가한다면 몇 점인가요?
“점수는 시민들이 매기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저는 시민만 바라보고, 시민의 관점에서, 시민 중심의 행정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토건, 고속성장 패러다임을 지속가능성과 사람 중심의 행정 패러다임으로 바꾸었어요. 그 상징적 성과로 빚은 8조6230억원 줄었고, 복지예산은 4조원에서 10조원으로 2배 반 늘었구요. 이는 행정 패러다임이 공동체적 삶의 기반을 다지는 쪽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합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사회적 우정’의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는데, 재임 기간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존중 도시, 복지시장,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공유도시, 사회적 경제, 마을공동체 이런 것들로 대표되는 공동체적 기반을 만들어왔어요. 이걸 좀더 긴밀하게 연결하고 통합하고 좀더 철저한 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사회적 우정’의 도시 개념입니다. 각자도생의 시대를 끝내고, 이제 공동체성과 공공성이 강화된 ‘사회적 우정’의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재임 기간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웠던 일을 꼽는다면요?
“순간순간 보람을 느낍니다. 여러 차례 어렵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시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행복했어요. 어려웠던 건 구의역 사고와 메르스 사건 때였습니다. 19살 청년이 사망한 구의역 사고는 박원순 시정의 ‘등잔 밑이 어두웠던’걸 잘 보지 못했던 사건이었어요. 과거 신자유주의의 폐해로 위험까지도 외주화했던 결과로 일어난 사고였고, 그 뒤 과거의 패러다임을 전면 고쳤습니다. 생활임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 노동존중의 가치가 확산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사고나 잘못, 어려움이 있지만 그것은 늘 더 나은 사회, 단계로 가기 위한 아픔이고 과정이 된 것 같습니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의지를 보였는데요,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어떤 것들이 먼저 개헌돼야 할까요?
“대통령이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고 확고하게 선언했잖아요. 이에 맞춰 모든 것이 진행돼야 합니다. 현재 8 대 2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6 대 4로 바꾸는 것 등을 포함해서요. 지방정부는 주민들 가까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주민 맞춤형의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많이 펼 수 있어요. 재정 외에도 특히 입법권 등 여러 권한을 지방정부에 넘겨야 합니다. 지금은 중앙정부가 시키는 것, 법이 정한 것 외에는 하지 말라는 게 원칙이지만 법이 정하지 않은 것, 법에 위반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조례로 정할 수 있게 해야 해요. 한발 더 나아가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입법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지방정부마다 상황이 다 다르니까요.”
민선 7기 서울시의 과제를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제가 신년사에서 사랑, 미래, 평화에 투자하는 도시 세 가지를 내세웠어요. 첫째는 젊은이들이 누구나 마음껏 사랑하고 결혼하고 꿈꿀 수 있는 도시를 만들자는 거죠. 보육과 주거 문제를 집중 제기한 겁니다. 두 번째는 서울시가 사람과 복지에 투자하면서도 지속 성장이 가능하게 하자는 거예요. 정부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면서 그동안 서울시가 추진해온 바이오, 연구 개발(R&D), 마이스(MICE, 기업회의·인센티브 관광·국제회의·전시회), 도심 제조, 문화 콘텐츠 산업 등 5대 유망산업을 중심으로 창업 친화적 생태계를 만들어갈 겁니다. 세 번째는 북한 미사일 문제로 디스카운트된 서울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전환해서 평화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거예요. 서울의 경제가 서울에 머무르지 않고 북한에 인프라를 투자하거나 개성공단, 남포공단, 연해주로 확장돼 서울의 자본력과 기술력, 북한의 노동력, 러시아의 공간이 함께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겁니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있나요?
“서울은 이미 10대 제안을 평양시에 해놓고 있어요. 그동안은 중앙정부끼리 막혀 있어서 불가능했는데 이번 평창겨울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조성된 평화 무드를 계속 가져간다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2019년 100회를 맞는 전국체전이 서울에서 열리고, 100년 전인 1920년 처음으로 전 조선의 체육대회가 열렸지요. 100주년 기념으로 북한 선수단을 서울의 전국체전에 초청하는 거죠. 이번에 평창에 북한 선수단이 오면 내년 전국체전 참가를 제안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남북관계는 중앙정부 관할 업무이긴 하지만, 남북 긴장으로 서울이 디스카운트되는 입장에선 서울시도 적극 나서서 정부와 함께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경제교역을 대규모로 진전시켜야 합니다.”
신년사를 보면 서울시장 3선 출마는 기정사실로 된 거 같습니다.
“결심을 굳혔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발표는 다음 기회에 하겠습니다.”
서울시장 후보군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로는 박 시장의 지지율이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저는 아직 그렇게 안정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정치나 선거는 언제 어떤 일로 뒤집힐지 모르는 일이지요.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라고,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처럼 마음을 겸허하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이든 민주당이든 선거에 임하는 자세는 늘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핵심은 결국 시민들의 마음에 있습니다. 저는 지난 6년 동안 보수 정권에서 최대의 탄압을 받았어요. 국가기관과 언론, 사회단체들이 저를 공격하고 탄압했음에도 시민들이 그 정도로 지지해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서울 시민들이 위대한 거죠.”
당내 서울시장 경쟁 후보들이 박 시장의 시정에 대해 ‘특별히 잘한 것도 없고 못한 것도 없다’고 지적하는데요.
“선거 시기에는 누구나 어떤 말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논쟁을 통해서 더 나은 서울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서울시장을 꿈꾸는 분들은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해요. 어떤 서울을 꿈꾸고 있는지, 어떤 서울을 만들어갈 것인지, 이런 고민의 결과를 밝혀야 합니다. 과거 저와 경쟁했던 한나라당, 새누리당 후보들도 똑같이 말했거든요. 정몽준 후보가 잠자는 서울을 깨우겠다고 했잖아요? 시민들은 잠 좀 자고 싶은데, 이제 잠 좀 자자 그러는데…. 서울의 행정 패러다임이 과거의 개발주의, 토건주의, 성장 일변도에서 이제는 사람 중심의, 문화예술 콘텐츠 중심의, 지속가능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도시로 꾸준히 변해왔잖아요? 각자도생의 사회를, 함께하는 하나의 공동체 삶으로 전환해나가는 이런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진 몰라도 거대한 지류를 형성하는 겁니다. 이게 바로 민주당의 가치죠. 그런데 이런 걸 못 보고 큰 건물을 만들고 도로를 크게 뚫어야만 성과를 낸 것으로 보는 가치와 이념은 지금 시대에 맞지 않아요.”
박 시장이 인사에서 너무 현업부서를 챙기다보니 기획, 예산, 감사 등 지원부서에서는 고생해도 보상이 안 돼 기피 부서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일을 열심히 해서 시민들의 삶을 바꾸는 성과를 엄청 냈어요. 지난 6년간의 변화는 국제적 지표들이 말해주고, 시민들의 지지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서울시의 혁신 행정 대부분을 가져가서 전국화하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증명되었죠. 그 모든 것을 서울시 공무원들이 했어요. 6년 동안 충분히 쉬지 못한 채 밤낮없이 일했고, 그 후유증이 예산과 직원 자살 사건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굉장히 반성하고 성찰하며 여러 가지를 바꾸었어요. 늘 메모하던 수첩을 없앴고, 부시장들에게 업무를 대부분 위임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토론하는 식으로 체제를 많이 바꿨습니다. 20여 차례의 다양한 혁신적 조치를 통해 우리 조직의 관료적 문제를 해소하는 등 노력을 해왔어요. 최근 인사에도 이런 원칙을 많이 반영했습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지속해서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겁니다.”
산하기관을 비롯해 시 인사에서 측근을 많이 중용하고, 자문관도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그게 장단점이 있어요. 서울시 인사가 잦아서 한 부서 근무가 평균 9개월이던 걸 제가 시장이 된 뒤 1년8개월로 늘렸습니다. 그랬더니 공무원들이 1년8개월 근무하는 것도 힘들어해요. 이래서는 전문성이 쌓이기 힘듭니다. 그래서 개방직을 법률상 허용되는 10%까지 채운다거나 각 분야 큰 사업에 마스터 플래너(MP·엠피)를 선임하고, 주요한 분야에는 자문관을 채용했습니다. 그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공무원 입장에서는 시어머니가 있으니까 귀찮기도 하고, 더러는 시어머니 노릇을 하니까 같은 이야기라도 꾸지람처럼 들릴 수도 있잖아요? 이런 이유로 공무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은 문제점을 해소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크게 봐서 외부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시도는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임 기간 중 역세권 중심으로 소형 청년주택을 소량 공급하고,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낡은 임대주택을 사들여서 주로 공급했습니다. 그렇지만 수량도 제한이 있고 신규주택 공급 측면에서는 부족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전셋값, 부동산 정책은 정부의 정책이고, 서울시가 가진 정책 수단은 한계가 있어요. 전세가 오르는 것은 전세율 상한선을 제한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장이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런 거는 다 국회와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 서울시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봅니다. 역대 모든 시장이 건설한 공공임대주택이 8만호 정도 됐는데, 제가 와서 13만호를 이미 건설했어요. 6년 임기 동안 어마어마하게 지은 겁니다. 서울시가 거의 1조원을 들여서 매년 했고, 더구나 재선 때 약속한 8만호는 올해까지 다 하게 돼 있어요. 여기에 추가해서 청년들을 위한 역세권 임대주택까지 치면 8만호가 넘습니다.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대량 공급도 준비 중입니다. 서울시 입장에서 보면 1년에 2만~3만호 공급은 그전에 없었던 일이에요. 앞으로 10년 뒤면 30만호를 짓게 되는데 그러면 거의 사회주의권 국가 수준이 되는 겁니다.”
정리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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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미래·평화가 민선 7기 키워드 여론조사 결과 아직 안정적이지 않아 언제든 뒤집힐 수 있어 겸허해져야 서울시 공무원 6년간 엄청난 성과 내 시어머니 같은 역할은 줄이려고 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제스처와 표정으로 서울 시정의 미래를 자신감 넘치게 설명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윤영미 ‘서울&’ 편집장(오른쪽)의 다소 까칠한 질문에도 불편해 하지 않고 “더욱 성찰하는 자세로 혁신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