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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지원·큰 성과’ 청소년 책쓰기 사업

양천구 4개 중학 책쓰기 사업 성과 “아이들 자신감 키우기 도움”

등록 : 2018-01-18 14:36
지난 12월22일 저녁, 양천구 신정동 갈산도서관에서 열린 ‘양천구 청소년 인문 책쓰기 공동 출판기념회’에 봉영여중 독서동아리가 4년째 펴내고 있는 가 전시돼 있다. 양천구 제공

“작은 지원에도 큰 성과를 내줘 감사하며, 앞으로 더 많은 학교가 참가하길 기대합니다.”

지난달 22일 저녁, 양천구 신정동 갈산도서관에서 지역 중학교 4곳(목운중·봉영여중·신월중·양천중)이 공동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인사말에 나선 양천구 우현애 교육지원과장은 구청의 청소년 인문 책쓰기 첫 사업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학생과 학부모 등 100여 명이 지하 1층 한울관을 가득 메웠다. 로비에는 아이들이 쓴 책들이 예쁘게 꾸며져 전시되었다. 손주들의 발표를 보러온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눈에 띄었다. ‘학생 작가’들이 개성을 살려 자신의 작품을 차례로 소개할 때마다 따뜻한 박수가 이어졌다.

양천구가 지난해 중학생을 대상으로 책 쓰기 사업을 펼친 데는 나름의 고민이 있었다. 여느 자치구처럼 양천구도 지역에 도서관들을 늘리면서 독서문화사업에도 적극 나섰다. 하지만 아이들이 도서관 시설을 공부하는 곳으로만 생각해서인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참여율이 낮아 운영이 쉽지 않았다.

양천구 교육지원과 도서관운영팀은 2016년 하반기부터 학교와 공공도서관이 함께하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기로 했다. 양천구지역도서관네트워크협의회에서 공공도서관(시립·구립), 교육지원청, 학교도서관 담당자들이 모였다. 독서치료 동아리를 운영하며 4년째 책 쓰기를 지도한 봉영여중 전윤경 사서는 ‘사춘기 중학생이 자신을 돌아보고 진로도 살펴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활동’인 책 쓰기 사업을 제안했다.

책 쓰기 사업에 대해 도서관운영팀은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다. 박현희 주무관은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책 쓰기를 청소년들이 해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고 말한다. 자료 조사와 프로그램 기획 등에 시간과 노력을 더 들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2014~2018년)에서 우수 사례로 꼽힌 인문 책쓰기도 들여다봤다. 다른 지역 학교의 책 쓰기 활동의 다양한 결과물들을 참조했다. 제안자인 전 사서의 책 쓰기 활동 경험이 사업 틀 짜기에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 5월 공모를 시작했다. 처음에 봉영여중, 목운중 두 곳만 신청했다. 혼자서 도서관 관리를 오롯이 감당해야 하고 다른 교육활동에는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게 학교도서관 사서가 처한 현실이다 보니 지원이 적었다. 전윤경 사서가 다른 학교 사서들에게 책 쓰기의 효과를 한 번 더 알렸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만족도가 정말 높아요. 결과물이 있어 아이들의 자신감을 높여주는 데도 큰 도움이 되죠.”

신월중, 양천중 두 곳이 추가로 신청했다. 구청은 이들 네 학교에 대해 각각 130~14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구체적인 활동은 학교 특성을 살려 담당 사서가 진행하도록 했다.


책 쓰기 활동의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마감 지옥’이라 할 만큼 힘들었지만, 아이들은 ‘인생 첫 책 쓰기’에 신이 났고 공동 출판기념회에서 다른 학교 친구들의 발표를 보면서 시야도 넓어졌다. 부모들도 아이들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출판기념회 사회를 본 전 사서는 “어려운 여건에서 아이들 책 쓰기를 도왔던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사업 기간이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는데 책이 제대로 나올까 걱정하던 구청에서도 아이들을 기특해했다. 박현희 주무관은 “늘 주민들이 체감하는 독서문화사업을 강조하는 김수영 구청장이 책을 보고 아이들을 무척 대견해했다”고 전했다.

양천구의 책 쓰기 사업은 올해는 좀 더 적극적으로 진행된다. 더 많은 학교가 참여할 수 있게 사업 시기를 앞당기고 사업 대상도 고등학교로 넓힌다. 지난해 책 쓰기, 편집에 대한 교사연수에 고등학교 사서들도 꾸준히 참여하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첫 사업에서 발간된 책은 해당 학교도서관과 지역 공공도서관 5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