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없이는 도시재생 뉴딜도 없다

기고ㅣ김우영 은평구청장

등록 : 2017-09-07 15:03
도시재생으로 만들어진 은평구 신사동 산새마을 텃밭. 은평구 제공

지난 5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도시재생이 뜨거운 이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1년에 10조원씩 총 5년간 50조원을 투입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에 나섰다. 재개발, 재건축이 동네를 완전히 철거하고 다시 새로운 동네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도시재생은 마을을 그대로 둔 채로 노후 주택들을 리모델링하고, 주차장 등 부족한 기반시설들은 확충하는 것이다.

도시재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마을의 정체성을 되찾고, 주민들 스스로 마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마을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지역공동체 회복력을 갖춰야 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은평구의 ‘산새마을’이다. 서울에서 가장 낙후한 동네였던 산새마을은 자기조직화를 통해 끊임없이 주민 역량을 강화하고 이해당사자들을 통합했다. 주민들 스스로가 보도블록을 고르고, 마을회관을 어떻게 지을까 함께 고민하면서 마을 기반시설 조성 사업을 자발적으로 추진했다. 산새마을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의 모범이 되었다.

지역공동체 회복력을 갖추기 위한 도시재생은 융·복합 사업이어야 한다. 건축뿐만 아니라, 주민 삶을 만족시키기 위한 각종 문화·복지 시설 확충, 사회적기업 육성, 안전을 위한 범죄예방 설계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해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은 마을의 돌봄, 교육, 주거, 안전 등 쇠퇴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성공의 또 다른 중요한 열쇠는 거버넌스다. 민과 관의 단순한 협조를 넘어서는 협치가 구축돼야 한다. 산새마을은 민관 협치가 제대로 이뤄졌을 때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뉴딜에서 서울이 제외되었다. 집값이 뛰는 투기(투기과열)지역은 도시재생 뉴딜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의 진원지는 강남 아파트들이다. 도시재생 뉴딜의 대상지가 될 저층 노후 주거지가 아니다. 강남 아파트 중심의 부동산 가격 앙등은 저층 노후 주거지의 ‘주거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으로 투기 수요가 몰린 결과다. 도시재생 뉴딜을 통해 저층 노후 주거지가 아파트에 못지않은 주거경쟁력을 갖춘다면, 집값 폭등 등으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할 수 있다.

진정한 도시재생은 주민이 중심이 되어 마을을 가꾸어나가는 것으로, 투기 수요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 오히려 도시재생이 부동산 투기과열을 막을 수 있는 방파제 구실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도시재생 뉴딜 지역에서 주민들이 집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면서도 투기과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민건축협정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주민건축협정제란 지역 주민들의 합의하에 그 지역 내에 주민들이 스스로 건축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으로, 도시재생의 취지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치분권’과도 일맥상통한다. 현재 경관법의 경관 협정과 건축법의 건축 협정 등의 제도를 확대 발전시키면 실현할 수 있다.


지난 수십년간 도시개발 과정에서 주민이 가장 중심에 있어야 할 존재인데 정작 그러지 못했다. 대규모 건설사, 중앙정부 등에 의해 톱다운(위에서 결정해 아래에 지시하는 것) 방식으로 추진됐으나, 이는 마을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변화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는 주민들의 의식 변화, 이들의 의견을 하나로 엮을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양방향 소통, 보텀업(아래에서 의논해 위로 전달하는 것) 방식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도시재생의 주인공은 마을 속 주민들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