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배달노동자들. 한겨레 자료사진
산업구조가 급변하면서 일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배달노동자, 대리운전기사처럼 정해진 일터 없이 움직이며 일하는 사람이 늘고,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거나 여러 형태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아파트 경비원과 미화원처럼 주민 일상과 맞닿아 일하는 노동자도 있다.
하지만 노동환경이 변하는 속도를 기존의 법·제도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노동 취약계층도 함께 생겨나고 있다. 어디에서 일하는지, 누구와 계약했는지에 따라 필요한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의회가 최근 마련한 세 가지 조례는 급변하는 노동환경에서 기존의 법과 제도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동노동자에게는 쉴 공간을 제공하고, 플랫폼·프리랜서 등 노무제공자에게는 사회보험의 안전망을 깔아주며,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배달노동자나 대리운전기사처럼 쉼 없이 움직이며 일하는 이동노동자에게는 정해진 일터가 따로 없다. 도로 위를 달리거나 길거리에서 다음 ‘콜’을 기다리는 등 잠시라도 편하게 쉴 마땅한 공간을 찾기 어렵다. 2025년 9월12일 서울시의회가 본회의에서 가결한 ‘서울특별시 이동노동자 쉼터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은 서울시가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제정안이다.
쉼터의 기능을 규정하고 노동 관련 전문기관이나 비영리법인·단체에 운영을 위탁할 수 있게 했다. 자치구가 쉼터를 설치·운영할 경우 서울시가 경비 일부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잠깐 앉아 쉬는 공간일 수 있지만 온종일 도로 위를 누벼야 하는 노동자에게는 노동 강도를 낮추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휴식공간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주택 가운데 공동주택 비중은 80%를 넘는다. 그중에서도 아파트는 60%를 차지한다. 서울시민의 일상생활에서 거의 매일 마주치는 노동자들이 바로 공동주택 경비원과 미화원, 관리 노동자인 배경이다. 이들은 주민들의 생활을 돕는 일을 하지만 고용과 처우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가 다양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흔히 발생한다.
서울시의회가 2025년 6월27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서울특별시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 인권 증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이런 문제를 다룬다. 개정안은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의 고용과 처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인권교육을 더욱 구체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기존 조례의 ‘주택관리업자 등’의 범위를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관리주체 등’으로 변경하고,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을 연 1회 이상 하도록 했다. 교육은 전문기관 등에 위탁할 수도 있다.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주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교육을 정례화한 것이다. 노동자의 인권을 개인의 배려에만 맡기지 않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취지다.
산업구조의 다변화, 고용 유연화, 정보통신기술 발달 등에 따라 전통적인 ‘근로자’ 개념에 포섭될 수 없는 형태로 노무를 제공하는 새로운 직종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을 소개받거나 여러 사업주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노무제공자와 프리랜서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들이 전통적인 고용 관계에 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되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최호정 전 서울시의회 의장이 2026년 2월9일 발의해 3월13일 본회의를 통과한 ‘서울특별시 노무제공자 및 프리랜서 권익보호와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디지털 기술 발달로 플랫폼·이동노동자를 포함한 노무제공자가 급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개정안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으로 ‘노무제공자’라는 포괄적인 개념이 도입된 데 맞춰 이들에 대한 사회보험 지원을 구체화한 것이 핵심이다. 플랫폼·이동노동자를 포함한 노무제공자 등에 대해 고용보험료와 산업재해보상보험 등 사회보험료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일하다 다쳤을 때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어려움은 치료비와 함께 ‘일하지 못하는 동안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사회보험은 이러한 위험에 대응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고용형태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그 안전망에서 밀려나는 노동자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최호정 시의원은 당시 “개정안은 복잡한 ‘근로자성’ 판단 없이도 다양한 형태의 노무제공자들이 지원 대상에 포함되고 중복지원 금지 규정으로 기존 제도와의 관계가 명확해져 행정 혼선 없이 재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회가 최근 마련한 세 가지 조례는 전통적인 노동법의 울타리 밖에 놓인 이들을 지키기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일하는 모습은 달라져도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와 그에 따른 최소한의 안전망은 변함없이 지켜져야 한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박상현 객원기자 shpark0120@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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