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괜찮다’ 하지 말고 마음건강 살피세요”

사람& 주민 정신건강 세심하게 챙기는 김은정 용산구 마음건강팀장

등록 : 2026-09-24 00:42 수정 : 2026-09-24 10:47
직장인의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을 넘어 사 회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업무량과 직장 내 갈등, 고용불안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면 개인의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업무 집중력과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2년 발표한 ‘직장 내 정신건강 가이 드라인’은 과도한 업무량과 부정적인 조직 문화, 차별과 괴롭힘 등을 직장인의 정신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으로 제시했다. 정신건강 문제가 결근뿐 아니라 몸은 직장에 나와 있지만 심리적 어려움으로 집중력과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프리젠티즘’ (Presenteeism)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겼다.

지난 15일 버스 한 대가 용산구 청파로 신계동 용산여성인력개발센터에 도착했다. 용산구(구청장 김경대)가 직장인의 마음건강을 살피기 위해 운영하는 ‘찾아가는 심리지원 마음안심버스’다. 이날 용산여성인력개발센터 근무 직원 14명이 마음안심버스에 탑승해 정신건강 검진과 상담을 받았다. 서울&은 마음안심버스를 운영하며 구민들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김은정 용산구 마음건강팀장을 온마음숲센터(용산구 보건분소 3 층)에서 18일 만났다.


김은정 용산구 마음건강정책과 마음건강팀장이 용산구온마음숲센터 휴게공간 겸 대기실에서 미소 짓고 있다.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 운영 취지는?

“도시의 직장인들이 자신의 마음을 살필 기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스트레스가 쌓여 몸에 참기 힘들 정도의 큰 이상이 있지 않고는 자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신호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용산구가 직장으로 마음안심버스를 보내 정신건강을 능동적으로 챙기는 이유다.

마음안심버스에는 뇌파와 맥파를 측정하는 장비가 설치돼 있다. 이용자는 약 1분 동안 검사받고, 뇌 건강과 신체 상태에 관한 결과를 확인한 뒤 전문인력과 상담한다. 측정 결과는 수면, 카페인 섭취, 당일 컨디션 등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과를 절대적인 진단으로 해석하기보다 최근 생활과 주관적인 피로감·불안감 등을 함께 살펴 보는 상담의 출발점으로 활용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스트레스 관리 방법도 달라진다. 기존에 산책이나 운동 등 자기관리 방법을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이를 계속 유지하도록 독려하고,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된 경우에는 요가·명상·산책 같은 이완 활동을 제안한다.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고위험 신호가 나타나면 추가적인 간이검사를 하고 필요할 경우 센터나 다른 전문기관으로 연계한다.”


직장인 스트레스의 특징은?

“업무량이 많거나 강도가 셀 때,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인사이동과 조직개편 및 고용불안이 반복될 때, 상사·동료와의 관계, 감정노동 스트레스, 실적과 인사평가 및 승진에 대한 압박, 계약 만료와 구조조정 및 해고 가능성, 일·생활 불균형, 출퇴근 스트레스, 조직문화, 자존감 상처 등 다양하다. 직장인이라면 한두 가지 이상 해당할 것이다. 문제는 스스로 “괜찮아요” “좋아요”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감정을 억누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괜찮은 척할 뿐이지 괜찮은 게 아니다. 힘든 감정을 주변에 털어 놓지 못하고 속으로 삭이는 사람이 많다. 그런 감정이 누적되기 전 상담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병원에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상담 기록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이런 상황 인식에 따른 용산구의 전략은?

“정신건강 서비스가 ‘심각한 정신질환자만 이용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민들이 특별한 위기에 빠진 뒤가 아니라, 감정과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할 때 도움을 받아 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주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상담할 기회도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 착안해 용산구는 지난 2월 맞춤형 심리 지원 상담 시설인 ‘온마음숲센터’ (백범로 329 용산구 보건분소 3층)를 열었다. 이곳은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진료 기록이 남지 않고 상담기록은 외부로 임의 유출될 일이 없어서 내담자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을 갖지 않아도 된다.

일대일 맞춤 상담은 주 1회, 4~8회에 걸쳐 진행된다. 거동이 불편한 구민을 위해 방문 상담도 운영한다. 온마음숲센터에서 상담 뒤 치료가 필요하면 용산구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결할 수 있고, 반대로 치료보다는 상담이 우선이라고 판단되면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온마음숲센터로 상담 의뢰할 수 있다.”


주민 전체에 대한 건강관리 체계를 소개하면?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가 필요한 주민을 조기에 발견하고 정신건강 상태와 위험도를 평가한 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한지를 판단 한다. 진료가 필요하면 병원으로 연계하고, 이후에도 치료와 증상관리가 이어질 수 있도록 등록회원으로 관리한다. 현재 등록된 주민은 약 270명이고 올해 전화·방문을 합친 상담 건수는 벌써 1천 건을 넘었다.

온마음숲센터는 주민 누구나 심리상담 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다. 용산구민뿐 아니라 용산구 소재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다. 상담은 최대 8회까지 진행된다. 센터에는 전문 심리상담사 4명이 근무하며, 상담사들은 심리상담 관련 2급 자격증을 갖추고 있다.”


마음건강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하나?

“온마음숲센터 상담사는 장애인, 고령자, 암환자 등 방문이 어려운 주민을 위해 원하는 장소로 찾아간다. 취약계층 발굴에는 보건소와 구청의 통합돌봄 체계가 활용된다. 동 주민센터가 지역 내에서 어려움을 겪는 주민을 찾아 센터에 연계하고, 암환자 의료비 지원 부서와도 협력한다. 암은 치료율과 별개로 당사자와 가족에게 큰 심리적 사건이기 때문에 의료비 지원을 받으러 온 주민들에게 심리지원 서비스를 함께 안내하고 있다.”


구민 정신건강 행정의 가장 큰 과제는?

“용산구의 정신건강 서비스 체계는 잘 갖춰져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서비스 체계를 주민의 일상 속에 드러내는데 초점을 둘 예정이다. 구민소식지, 사회관계망서비스, 버스 광고, 홈페이지와 정보무늬(QR코드) 등을 활용해 홍보하고 있지만, 직장인·고령자· 장애인·암환자·외국인 등 이용 가능성이 큰 집단별로 전달 방식을 더 세분화할 예정이다.”

글·사진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