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단일 재난만 오는 시대는 끝났다

이런 조례! 저런 조례! l 서울특별시 복합재난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

등록 : 2026-09-10 14:34 수정 : 2026-09-10 14:54
서울특별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위원장 박칠성)가 지난 7월23일 서울시청 지하 3층 재난안전상황실을 방문해 서울시의 폭염 및 풍수해 등 복합재난 상황에 따른 안전대책을 보고받고 있다. 서울시의회 제공

1천 명 넘는 사망자와 5천 명에 가까운 실종자를 낸 네팔의 대규모 산사태와 홍수의 직접적 원인은 수도인 카트만두 북쪽 랑탕리룽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빙하·암반 붕괴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기후변화 영향으로 히말라야산맥의 빙하가 녹으며 발생한 네팔의 대규모 산사태가 홍수와 겹치며 하나의 재난이 다른 재난과 중첩되는 복합재난 양상을 보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위험이 갈수록 커지자 서울시의회는 2025년 9월5일 본회의에서 전국 최초로 2개 이상의 재난이 연쇄적 또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재난으로부터 서울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서울특별시 복합재난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사회와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재난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발생 빈도 또한 증가하면서 연쇄적 또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재난에 대해 서울시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조례에는 효과적인 예방·대비·대응·복구가 이뤄지도록 하는 한편 복합재난 대응 지침을 작성·관리하도록 하는 등 복합재난 안전관리에 관한 제반 사항을 담았다.

조례는 먼저 ‘재난’과 ‘복합재난’에 대한 용어를 정의했다(제2조). 이어 복합재난에 대한 안전관리 시책 마련을 위한 시장의 책무를 규정하고(제3조), 복합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 등 안전관리를 위해 2년마다 복합재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제5조). 이와 함께 시장이 복합재난 대응 지침을 작성·관리하게 하는 한편 재난대응 훈련 등을 통해 복합재난 대응 지침을 보완·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제6조). 아울러 시장은 복합재난 안전관리계획과 복합재난 대응 지침을 작성·관리함에 있어 필요한 심의·자문을 위해 ‘서울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조례’ 제6조 제2항에 따른 소위원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제7조).

조례는 ‘재난’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 제1호 가·나목의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정의했다. 법상 ‘자연재난’은 태풍, 홍수, 가뭄, 폭염, 지진 등 자연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다. ‘사회재난’은 화재, 붕괴, 교통사고 등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규모 이상의 인명 또는 재산 피해, 그리고 국가 핵심 기반 마비, 감염병 또는 가축전염병 확산,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피해로 규정하고 있다.

이어 ‘복합재난’은 위와 같은 자연재난 또는 사회재난 중 서로 다른 2개 이상의 재난이 연쇄적으로 또는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으로 정의됐다. 서울시의회 이상근 수석전문위원은 심사보고서에서 “복합재난에 대한 법적 정의는 아직 없으나 한국행정연구원의 연구자료 ‘대형복합재난 법적 기반 구축 연구’(2015)에 따르면 많은 선행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사회 각 영역의 상호의존성으로 인한 재난의 연쇄적 확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재난규모, 피해 정도, 자연재해-사회재난 분야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등의 특징을 제시하고 있고 재난의 ‘상호의존성’ ‘연쇄성’ ‘동시성’ 등의 특징이 강조되고 있어 이번 조례의 ‘복합재난’ 정의와 맥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위원은 “이번 조례는 개별 재난의 다양한 조합 중 발생 가능성이 높은 복합재난을 선별하고 그들에 대한 안전관리계획 수립과 예상 전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대응 지침을 작성·운용토록 했다”며 “이에 서울시민이 복합재난으로부터 보다 선제적이고 효율적이며 효과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시의적절할 뿐만 아니라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강동길 시의원은 “이번 조례 제정은 복합재난의 제도적 사각지대였던 우리나라에서 복합재난 안전관리 대응에 대한 전국 최초의 법제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서울시의 복합재난에 대한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타 지방자치단체로도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12월11일 기후변화, 초고령화, 기술 고도화 등으로 복합·대형화하는 미래 도시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개최한 토론회에서 기존 단일 재난 중심의 대응체계를 넘어 복합·연쇄 재난을 전제로 한 회복탄력성(resilience) 중심의 재난관리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을 논의했다. 연구에 따르면 서울은 인구·시설 밀집, 노후 인프라, 기후위기 심화, 인공지능 및 디지털 기술 확산 등 다양한 위험요인이 중첩된 초거대 도시다. 따라서 향후 기습적 집중호우에 따른 도심 침수, 대규모 정전 및 교통·통신 마비, 초장기 폭염과 고령화 결합 재난, 사이버 공격에 따른 물리적 피해 확산 등 기존 경험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미래형 복합재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전문가 델파이 조사 결과 기습 집중호우와 도심 침수, 지하철·광역철도 대형 사고,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반 교통체계 마비 등은 발생 가능성과 피해 영향력, 준비 격차 측면에서 모두 우선적 대응이 필요한 위험요인으로 도출돼 지방정부 차원의 통합적·전략적 대비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박상현 객원기자 shpark0120@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