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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새로운 도서관들이 온다
정숙함 깨는 ‘어울림’과 ‘산책’…서울 신설 도서관 유쾌한 반란
강서어울림·여의도브라이튼 등 공간 혁신과 실험, 주민에게 인기
등록 : 2026-09-09 17:48 수정 : 2026-09-10 14:53
빈틈없이 꽉 채워진 서가, 정숙한 열람실과 딱딱한 칸막이 책상, 숨죽여 책장 넘기는 소 리만 들리던 서울의 도서관이 달라지고 있 다. 과거 보관 위주의 ‘지식 창고’에서 벗어나 고객의 관심 위주로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 츠를 선보이는 ‘편집숍’처럼 북큐레이션이 강화되고 있다. 도서관은 조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소음 친화적인 정책을 채 택하는가 하면 노트북 사용 등 용도에 맞는 다양한 책상이 도입되고 힐링을 위한 소파 형태의 편안한 의자 등 방문객 수요에 충실 한 가구도 들이고 있다. 나아가 도서관 입구 를 무장애화하고 도서관 안과 바깥의 벽을 없애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을 활용해 대출과 반납은 물론 책 추천까지 제공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과 영상에 밀려나는 텍스트의 세계로 서울 시 민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 으로 진화하고 있다.
벽은 없애고 소음은 허용한다: 강서어울림플라자도서관
올해 3월 개관한 강서구 등촌동 ‘강서어울림플라자 도서관’은 도서관 내외부 공간을 분리하지 않으면서 휠체어나 유모차도 쉽게 넘나들 수 있도록 했다. 건물 기획과 설계 단계부터 무장애(배리어프리, Barrier-Free)를 내세우고 건립된 최초의 공공부문 복지·문화 복합 공간 안에 들어선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소음 친화’, 즉 소음을 허용하는 ‘노이즈 프렌들리’(Noise-Friendly)를 실험하고 있다. 개방형 구조라 소음에 취약할 수 있는 한계를 역발상으로 극복한 셈이다. 발달장애인이나 어린이가 책을 읽으며 소리 내 읽더라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서울시 어울림플라자 임나혜 주무관은 “방문자들도 이 점을 알고 있기에 일반 도서관에서 흔히 발생하는 ‘시끄럽다’는 소음 민원이 이곳에선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런 정책은 사람 간의 소통과 마음의 치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도서관은 오전 시간 교남학교, 서진학교 등 인근 특수학교 및 어린이집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 과정에서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구분 없이 ‘우리’만 있도록 자연스럽게 섞인다. 이곳의 든든한 버팀목은 별도의 교육 과정을 거친 9명의 ‘책놀이 활동가’인데, 그중 4명은 장애 아동을 둔 학부모이다. 책읽기를 놀이처럼 아이들이 즐기도록 돕는 이들 활동가의 체험담은 뭉클하다. 중증 자폐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 쌍둥이를 키우는 워킹맘이자 학부모인 활동가 류보람씨는 “아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뛰어다녀 다른 도서관에서는 늘 쫓기듯 나와야 했다”며 “이곳 도서관장이 소음 친화 정책을 설명하며 ‘언제든 아이를 데리고 편하게 오라’고 건넨 따뜻한 한마디가 눈물겹게 감사했다”고 말했다.
장애 자녀를 둔 엄마이자 미술학원 강사인 김수현 활동가는 “이 도서관은 부모들에게 아이를 천천히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지혜를 가르쳐준 진정한 치유 학교”라고 전했다. 이 도서관 고정원 관장은 “매일 평균 1천 명 넘는 주민이 꾸준히 발걸음을 하고 있다”며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엮이는 일상의 실험실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 오픈런이 벌어진다: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
지난 4월 문을 연 영등포구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은 세련된 디자인과 감각적인 콘텐츠로 시민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평일 하루 평균 2500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리며 여의도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여의도 주민과 직장인은 물론 마포, 용산, 부천 등 인근 지역에서 온 수십 명이 매일 아침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이 펼쳐진다.
이원진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장은 “여의도는 금융과 정치, 비즈니스가 집중돼 업무와 이동 속도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른 곳”이라며 “하루 종일 긴장 속에 있는 도시민들이 잠시 걸음을 늦추고 생각을 정리하며 책과 문화 안에서 자신만의 호흡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핵심 테마를 ‘도심 속 산책’으로 삼았다”고 도서관의 출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도서관은 미술관이나 고급 호텔 라운지를 연상하게 하는 안락하고 편안한 조도와 고급 조명, 소파 배치로 기존 공공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 이원진 관장은 “도서관 이용자가 오직 특정 책만 보고 일직선으로 이동하기보다 서가 사이사이를 산책하듯 걸으며 우연히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시선이 머무는 기쁨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서들의 섬세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북큐레이션’은 방문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7가지 맞춤형 주제 컬렉션을 구성해 서가 곳곳에 예쁜 소품(오브제)들과 함께 배치했다. 방문자들의 눈길을 가장 끄는 곳은 로비에 있는 ‘33권의 큐레이션 월’이다. 이 구역에 전시된 책은 오직 현장 열람만 가능한데, 개관 4개월 만에 방문객들의 손때가 묻어 표지가 해질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사서 직원은 “가구 매장부터 현대미술관까지 발이 닳도록 벤치마킹하러 다니며 공간 배치와 디스플레이 감각까지 배웠다”며 “콘텐츠 매개자로서 책뿐만 아니라 전시와 공간 배치 등 능력도 발휘 중”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미술관이나 예쁜 북카페에 온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자리를 잡기 위해 서가 사이를 산책하는 시간 자체가 거대한 힐링이다”라는 이용 후기가 끊임없이 게재되고 있다.
주민이 가꾸는 공공의 배움터: 구로문화누리도서관
구로구 개봉동 옛 한국방송(KBS) 개봉송신소 부지에 들어선 ‘구로문화누리도서관’은 지난 3월 개관한 뒤 지역 주민들의 생활밀착형 문화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도서관과 평생학습관을 결합해 배움과 휴식을 아우르는 연면적 7856㎡ 규모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됐다. 이름 역시 주민 공모를 거쳐 선정돼 특별한 애정을 더했다.
이곳은 구로구 최초의 ‘직영 공공도서관’이다. 외부 위탁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구가 도서관 정책 수립부터 인력 운영까지 직접 관리한다. 마포중앙도서관, 소금나루도서관에 이어 서울시 전체 공립도서관 중 손꼽히는 직영 체계로 운영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대폭 높였다.
온라인 주민 커뮤니티에서는 “주변에 아이와 함께 편하게 방문해 배움을 즐길 수 있는 수준 높은 교육 거점이 생겨 든든하다” “행정이 직접 관리해서인지 프로그램 퀄리티와 운영 관리가 매우 우수하다”는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구도 “구로문화누리는 단순한 도서관이 아닌 주민들이 모이고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인간 중심의 플랫폼”이라며 “행정이 책임 있게 관리해 주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생활문화의 거점으로 꾸려가겠다”는 입장이다.
AI 사서가 제안하는 맞춤 독서: 창신소담도서관
종로구 창신동 언덕길에 자리 잡은 ‘창신소담도서관’은 골목길 주민들에게 최첨단 디지털 독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연면적 617.12㎡ 규모의 지상 2층으로 지난해 12월 종로구가 개관한 이 도서관은 주민들이 일상에서 책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세련된 동네 사랑방이다.
이 도서관의 특징은 국내 최초로 도입된 독창적인 ‘디지털 사서 시스템(AI 도서 추천)’이다. 복잡한 절차 없이 이용자 회원증만 태그하면 개인 취향에 맞는 도서 추천부터 대출, 반납까지 인공지능이 매끄럽게 원스톱으로 처리해준다.
지상 1층은 일반 및 어린이 열람실과 야외 정원으로 이어지는 열린 테라스를 둬 개방감을 극대화했으며, 2층은 아늑한 서고로 채워졌다.
동네 주민들은 “AI 추천을 통해 평소 읽지 않던 분야의 흥미로운 책을 만날 수 있어 신선하다”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책을 읽는 여유가 매력적이다”라며 온라인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개관 당시 열린 황선우·김하나 작가의 강연, 밴드 소란의 고영배 북콘서트, 배우 유준상의 문학 토크 등 주민 누구나 문학적 깊이를 함께 나눌 수 있는 풍성한 프로그램도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울 도서관의 내일, 6대 권역 거점으로
밀착형 새로운 도서관 안착 속
대규모 시립도서관 조성 잰걸음 서울 도서관의 내일: 권역별 거점 시립도서관 6곳 추진 중 서울의 도서관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서울시는 현재 지역 균형 발전과 공공 문화 인프라 혁신을 목표로 권역별 거점 시립도서관 6곳 건립 사업을 단계적으로 밟아가고 있다. 그중 가장 걸음이 빠른 곳은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서울시립 서대문도서관’이다. 열람실과 문화교실을 비롯해 육아 가정을 위한 ‘엄마아빠 브이아이피(VIP)존’과 북카페를 고루 갖춰 권역별 거점 시립도서관 중 가장 이른 2027년 9월 시민들을 맞게 된다. 이어 경제 전문자료실을 특화한 관악구 신림동의 ‘서울시립 관악도서관’도 2026년 공사를 시작해 2029년 11월 개관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가장 뜨거운 기대를 모으는 곳은 동대문구 전농동에 들어설 ‘서울시립 동대문도서관’이다. 대지면적 1만6899㎡, 연면적 2만5531㎡ 규모로 건립돼 서울시 공립도서관 중 최대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세련된 친환경 목조 건물로 지어지며 무려 8200㎡(약 2500평)에 이르는 웅장한 옥상정원과 서울시민대학, 키즈카페 등 복합 커뮤니티 시설이 결합된다. 현재 설계 완료 단계로 2031년 2월 정식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서울형 키즈카페와 수영장 등 체육시설이 복합되는 강서도서관(2031년 9월 개관 예정), 블랙박스 공연장을 결합한 송파도서관(2032년 8월 개관 예정), AI 특화 공간과 다목적 공연장을 품은 도봉도서관(2033년 7월 개관 예정)이 행정안전부 타당성 조사 등 사전 절차와 설계를 거치며 순차적으로 건립 청사진을 완성해가고 있다. 이처럼 과거 도서관이 책 속에 지식을 가둬놓는 보관소였던 것에서 벗어나 서울의 새로운 도서관들은 시민들이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걸어보는 기분 좋은 도심 속 산책길로 진화하고 있다. 시민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는 도서관의 혁신이 반가운 이유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강서어울림플라자 도서관에 놓인 1인 소파에서 책을 읽는 방문객. 하변길 기자
장애 자녀를 둔 엄마이자 미술학원 강사인 김수현 활동가는 “이 도서관은 부모들에게 아이를 천천히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지혜를 가르쳐준 진정한 치유 학교”라고 전했다. 이 도서관 고정원 관장은 “매일 평균 1천 명 넘는 주민이 꾸준히 발걸음을 하고 있다”며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엮이는 일상의 실험실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 오픈런이 벌어진다: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
편안한 소파를 도입한 여의도브라이튼도서관 모습. 하변길 기자
구로문화누리도서관 구로구 제공
종로 창신소담도서관 종로구 제공
대규모 시립도서관 조성 잰걸음 서울 도서관의 내일: 권역별 거점 시립도서관 6곳 추진 중 서울의 도서관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서울시는 현재 지역 균형 발전과 공공 문화 인프라 혁신을 목표로 권역별 거점 시립도서관 6곳 건립 사업을 단계적으로 밟아가고 있다. 그중 가장 걸음이 빠른 곳은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서울시립 서대문도서관’이다. 열람실과 문화교실을 비롯해 육아 가정을 위한 ‘엄마아빠 브이아이피(VIP)존’과 북카페를 고루 갖춰 권역별 거점 시립도서관 중 가장 이른 2027년 9월 시민들을 맞게 된다. 이어 경제 전문자료실을 특화한 관악구 신림동의 ‘서울시립 관악도서관’도 2026년 공사를 시작해 2029년 11월 개관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가장 뜨거운 기대를 모으는 곳은 동대문구 전농동에 들어설 ‘서울시립 동대문도서관’이다. 대지면적 1만6899㎡, 연면적 2만5531㎡ 규모로 건립돼 서울시 공립도서관 중 최대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세련된 친환경 목조 건물로 지어지며 무려 8200㎡(약 2500평)에 이르는 웅장한 옥상정원과 서울시민대학, 키즈카페 등 복합 커뮤니티 시설이 결합된다. 현재 설계 완료 단계로 2031년 2월 정식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서울형 키즈카페와 수영장 등 체육시설이 복합되는 강서도서관(2031년 9월 개관 예정), 블랙박스 공연장을 결합한 송파도서관(2032년 8월 개관 예정), AI 특화 공간과 다목적 공연장을 품은 도봉도서관(2033년 7월 개관 예정)이 행정안전부 타당성 조사 등 사전 절차와 설계를 거치며 순차적으로 건립 청사진을 완성해가고 있다. 이처럼 과거 도서관이 책 속에 지식을 가둬놓는 보관소였던 것에서 벗어나 서울의 새로운 도서관들은 시민들이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걸어보는 기분 좋은 도심 속 산책길로 진화하고 있다. 시민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는 도서관의 혁신이 반가운 이유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