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서울&] 시민 일상 지키는 자치경찰

치안과 행정 높은 장벽 허문 자치경찰 5년 성과
낡은 한강 순찰정 바꾸고 어두운 골목길 밝혔다

등록 : 2026-08-27 10:57 수정 : 2026-08-27 16:02
올해 도입된 신형 순찰정에서 시민을 구조하기 위해 물로 뛰어드는 한강경찰대 소속 대원의 모습.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제공

칠흑 같은 한강에서 생사의 방패가 되는 사람들

한강이 유유히 흐르는 마포구 한강경찰대 망원한강치안센터 계류장. 올해 도입된 600마력 신형 순찰정 3척이 물살을 가를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었다. 최대 수심 10m를 넘나드는 한강은 잠수부 본인의 손끝조차 보이지 않는 ‘시야 제로(0)’의 공간이다. 연간 3400여 건, 하루 평균 9~10건씩 쏟아지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강경찰대원들은 오직 손끝 감각에 의지해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 생명을 찾는다. 유속이 거센 대교 교각 아래는 철근 콘크리트 등 부유물과 구조물이 뒤엉켜 극도로 위험하다.

이처럼 목숨을 걸고 한강 수색과 구조 현장에 투입되는 한강경찰대 구조 대원은 단 48명. 행정 인력 등을 모두 합해도 한강경찰대 전체 조직은 50여 명에 불과하다. 이 소수가 망원본대를 비롯해 4개 치안센터로 나뉘어 강동대교부터 행주대교까지 28개 교량 41.5㎞ 수역을 365일 순찰하며 매년 80~100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려낸다. 실종자들을 끝까지 수색해 차가운 강물 속에서 수습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무거운 임무 역시 이들의 몫이다.

전국을 단위로 예산을 배분하는 기존 국가경찰 체계에서는 한강경찰대와 같은 서울에만 있는 소수 특수 조직의 수요가 우선순위를 다투기 어려웠다. 대원들은 홍수 때마다 물에 잠기는 노후 컨테이너 치안센터에서 여름엔 찜통더위, 겨울엔 한파를 견뎌야 했고, 출동 도중 시동이 꺼지는 13년 넘은 낡은 순찰정에 몸을 실었다.

이런 상황에 변화의 물꼬를 튼 것이 2021년 7월 전면 시행돼 올해 5년을 맞은 ‘자치경찰제’다. 한강 안전의 중요성에 주목한 서울시와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자경위)가 급증하는 한강의 치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한강 안전을 책임지는 한강경찰대의 시설과 장비 개선에 나섰다. 치안센터 신축과 순찰정 전면 교체를 아우르는 총 352억원 규모다. 2024년부터 2029년까지 6년간 투입되는 예산 중 300억원은 침수 우려가 없는 비침수식 통합 치안센터, 계류장 4곳 신축에 사용되고 나머지 52억원은 대원들의 요구를 반영해 선미 구조 공간을 1.6배 넓힌 신형 순찰정 교체에 쓰이고 있다.

김기덕 한강경찰대장(경정)은 “50명 남짓한 부서에 이 정도 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전국 단위로 예산을 나누던 과거에는 쉽지 않았던 일”이라며 “서울시의 치안 수요에 맞춰 시민들의 생명선을 확실히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려견 순찰대의 활동 모습.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제공

조도계를 든 경찰관…범죄예방진단팀이 일군 골목의 반전

물 위에 한강경찰대가 있다면 뭍에는 범죄 취약지를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범죄예방환경을 구축하는 범죄예방진단팀(CPO·Crime Prevention Officer)이 있다. 중부경찰서 소속 김수향 경위와 김현돈 경사는 중구 황학동을 ‘안전한 골목’으로 바꾼 주역이다. 1층은 상가, 2층은 주택인 이곳 일대는 1인가구 비율이 높고 야간 주취 소란과 범죄 신고가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CPO 대원들은 발로 뛰며 현장을 진단했다. 구청과 자치경찰위원회가 연계해 예산을 확보한 뒤 환경 개선에 나섰다. 으슥한 골목의 사각지대를 만들던 화단 장미목을 키가 작은 식물로 교체했고, 어두운 골목 곳곳에 로고젝터와 도로 반사경을 촘촘히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재개발 철거 구역에 방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구청과 협의해 시장 우범 지대로 옮겨 설치하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경찰의 치안 데이터에 서울시의 예산 지원과 구청의 행정력이 더해진 결과다.

김현돈 경사는 “과거에는 치안 협조나 예산 지원을 요청할 공식 창구가 마땅치 않아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자치경찰제 시행 이후 서로가 든든한 러닝메이트가 됐다”고 전했다. 중부서 CPO팀이 제안해 도입한 ‘공동현관 프리패스’(112 신고시 경찰이 리모컨으로 아파트 공동현관을 즉시 통과하는 시스템)는 112 신고 긴급 출동의 물리적 장벽을 허물며 전국 단위 시책으로 확대되는 성과를 냈다.

CPO 범죄예방진단팀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시민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들을 때다. 충무로 인현시장 사각 골목 꺾임길에 도로 반사경을 설치한 직후, 골목을 오가는 배달 오토바이와 보행자가 서로를 미리 확인할 수 있게 돼 안전사고 위험이 눈에 띄게 줄었다. 시장 상인들로부터 “경찰관들이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적극적으로 해결해줘서 안심할 수 있게 됐다”는 정겨운 감사 인사를 건네받았다.

범죄 예방을 위해 설치된 로고젝터.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제공

시민의 일상이 치안 인프라로…“지역별 치안 수요에 맞춰 지자체 협력 속 신속 추진“

반려견순찰대·러닝순찰대 등
시민 참여 범죄 예방 효과 톡톡

안전은 경찰관의 발걸음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동네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곳에 사는 주민이다. 위원회는 단순한 사실에서 출발했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산책, 러닝, 등산 등 취미 동선을 치안 순찰망으로 연계한 것이다.

시작은 소박했다. 2022년 64개 팀이 반려견과 산책하며 골목을 살피는 시범 운영이었다. '서울 반려견 순찰대'는 2023년 1011팀, 2024년1704팀, 2025년 1529팀으로 확대됐고 누적 260,617회를 걸으며 범죄 신고 1119건과 생활불편 신고 9824건을 접수했다. 순찰의 형태도 시민의 라이프 스타일과 생활공간을 따라 달라졌다. 골목은 반려견 순찰대가, 한강과 공원의 물길은 러닝 순찰대가, 대학가는 대학생 순찰대가 맡는다. 올해 하반기에는 둘레길과 생활권 인근 등산로를 걷는 하이킹 순찰대가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서울에이아이(AI)재단과 진행 중인 데이터 기반 범죄예방 효과 분석은 하반기에 완료될 예정이다.

사후 대응보다 예방에 주력…5년이 만든 성과와 협력, 어떻게 이어갈까

자치경찰은 사후 대응보다 예방에 우선한다. 좋은 예가 용산경찰서 사례다. 재학생 중 다문화가정 비율이 34.7%에 달하는 용산구 초등학교 일대의 아동학대 신고를 분석한 결과 자녀와 부모 사이의 언어·문화적 차이가 갈등으로 쌓여 학대로 이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용산경찰서는 대학·구청과 손잡고 주말 일대일 외국인 부모 한국어 교실과 심리멘토링 프로그램을 설계해 현재까지 ‘아동학대 재신고 0건’의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밀착 치안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도록 서울 자경위는 ‘안심동행 서울 자치경찰 시책공모’를 가동하고 있다. 치안 현장의 창의적인 안전 아이디어가 예산에 반영돼 현장에 실행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한강경찰대의 6년 연차별 인프라 개선처럼 일시적 지원이 아닌 중장기 계획으로 움직이는 사업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용표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은 “전국을 단위로 하는 체계에서는 지역마다 사정이 다른 수요를 세세하게 반영하기 어려웠는데 한강경찰대 시설 개선이나 골목길 치안 환경개선 같은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되기 힘들었던 이유다”며 “자치경찰제 출범 이후 각 지역의 치안 수요에 맞춰 우선순위를 진단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지난 5년이 협력의 틀을 만든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협력이 시민의 일상에서 더 촘촘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한강 물속에서 시민의 생명을 구하는 한강경찰대원, 골목의 조도를 재는 경찰관, 반려견과 동네 순찰에 나서는 시민. 자치경찰 5년은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안전을 만들어온 시간이었다. 그 뒤에는 현장의 판단이 예산과 제도로 이어지도록 한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가 있었다. 서울에서 자치경찰제는 그렇게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이용표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 Q&A

이용표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제공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은 무엇이 다른가?

자치경찰은 생활안전, 교통, 사회적 약자 보호 등 지역 밀착 사무를 맡고 그 외 경찰 사무는 국가경찰이 맡고 있다. 자치경찰은 경찰행정과 지방행정을 연계할 수 있어 범죄예방에 강점이 있으며, 두 축이 서로를 보완하는 구조다.

-자치경찰도 경찰청 소속인가?

현재는 그렇다. 자치경찰도 신분은 국가직 경찰공무원이지만 수행하는 업무가 ‘자치사무’로 분류된 분야는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자경위)의 지휘·감독을 받는 구조다.

-서울시 자경위의 역할은?

치안 업무를 맡은 서울경찰청과 예산·입법권을 가진 서울시 및 서울시 의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한강경찰대 352억원 규모의 시설 개선과 서울의 범죄취약 지역 환경개선 사업이 서울시 자경위를 통해 원활히 추진될 수 있었다.

-시민이 자치경찰 활동에 참여할 방법이 있나?

반려견·러닝·대학생 순찰대 등 시민 순찰대가 대표적이다. 산책이나 러닝 같은 일상 활동을 하며 동네의 위험 요소를 살피고 신고하는 방식으로 활동하며, 위원회는 모집과 교육, 활동 물품을 지원한다. 시민이 치안에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넓히는 것이 자치경찰제의 취지인 만큼 앞으로도 제도를 보완하고 지원해나가겠다.

-자치경찰에 ‘이원화 모델’이 도입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자치경찰의 조직, 예산, 인력을 각 시도로 이관하고 경찰관의 신분을 ‘지방직 공무원’으로 전환시키게 된다. 세부적 방안은 논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 이렇게 되면 지방행정, 교육행정에 이어 경찰행정까지 지방자치가 이루어져 지방분권이 완성된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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