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리 목소리 정책에 반영돼 보람 느껴요”
초점& 전국 첫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4차 인증 성북구
등록 : 2026-07-16 11:23
지난 2일 서울 석관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에서 열린 ‘찾아가는 아동 참여 간담회‘에 참석한 이승로 성북구청장(맨 오른쪽)이 담임 홍승호 교사의 보충 설명을 학생들과 함께 듣고 있다.
구두 약속 아니라 제도로 뒷받침
석관초 등 3개 학교 이어 간담회
내년까지 아동 맞춤형 도시 계획 “학교 앞에 담배꽁초가 너무 많아 숨쉬기 힘들어요.”(이유나) “하교 때 친구를 기다릴 수 있는 전용 벤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김민재) “집으로 가는 골목길이 너무 어두워서 밤마다 무서워요.”(이시원) 지난 7월2일 서울 성북구 석관동 석관초등학교 6학년 2반 교실. 학생 20명이 스스로 ‘아동도시계획가'가 돼 발굴한 학교 주변의 다양한 문제점을 쏟아냈다. 이날 교실을 찾은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학생들의 발표를 듣고 궁금한 점은 되물은 뒤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답변을 내놨으며 배석한 담당 부서에 곧바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학교 앞 흡연 구역에 대해서는 “즉시 금연 경고판을 부착하고 한두 달간 단속반을 집중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린이 전용 쉼터 건의에는 “기존 벤치를 이동한 뒤 어린이 전용 벤치를 정문 앞에 설치하겠다”고 답했다. 어두운 골목길 문제에 대해서는 “퇴근길에 직접 걸어본 뒤 다음주까지 보안등 설치를 완료하고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실을 찾아 아이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실제 행정 조치로 취하겠다는 속도감 있는 소통에 교실 안은 학생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제도화된 아동 제안 정책 환류 체계의 힘
지자체장이 초등학교 교실을 찾는 모습은 일회성 보여주기식 행사로 비치기 쉽다. 그러나 성북구의 이러한 방문 뒤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지난 6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4차 인증'을 획득한 탄탄한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성북구의 아동 인구는 총 4만6796명으로 전체 구민 인구의 11.1%를 차지한다. 이는 서울 강북권 자치구 중 아동 인구수 2위 규모로, 높은 교육 및 아동 안전 수요를 지닌 자치구다. 성북구는 이러한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해 아동의 의견이 실제 정책과 예산으로 연결되는 ‘아동 제안 정책 반영 환류 체계'를 구축해왔다. 예를 들면, 아동·청소년 참여예산제를 통해 아동이 의견을 제안하면 아동청소년과가 접수해 실무 부서로 이송하고 부서 검토 뒤 정책에 반영해 그 결과를 아동과 보호자에게 환류하는 유기적 구조다. 이 구청장이 현장에서 속도감 있게 즉답하고 공언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성북구는 3차 인증 기간(2022~2025년) 동안 계획했던 아동친화도시 중점 추진 사업 50개를 ‘이행률 100%'로 완수했다. 이날 간담회는 구가 추진 중인 ‘성북구 아동을 위한 도시계획 수립’ 과정 중 하나다. 구는 관내 돈암초, 숭덕초, 석관초 3개교를 시범 대상지로 선정하고 학교별 2회씩 총 6회에 이르는 ‘찾아가는 아동 참여 간담회'를 지난 6월16부터 이날까지 시행했다. 구는 7월 중 교직원 설문조사까지 완료한 뒤 2027년 3월까지 구체적인 ‘아동 맞춤형 도시계획 마스터플랜'을 최종 수립할 예정이다. 아이 제안에 만들어진 무료 물놀이장 경험 아이들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으로 반영된 사례는 이미 곳곳에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4년 보문동 현장 구청장실에 접수된 한 어린이의 제안이었다. “우리 동네에도 물놀이장 놀이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친구들이랑 매일 물 맞으며 같이 놀고 싶어요”라는 작은 목소리를 구가 귀담아들었다. 구는 즉시 예산을 편성했고, 1년 뒤인 2025년 7월 월곡동 오동근린공원 물놀이장을 비롯해 보문동 꿈나라, 장위동 장석어린이놀이터 등 총 세 곳에 물놀이형 어린이놀이터를 동시 개장했다. 개장 이후 무려 1만여 명에 달하는 어린이와 주민들이 폭염을 피해 이곳을 찾으며 성북구의 대표적인 여름 명소로 자리 잡았다. 청소년들의 “우리만을 위한 시원한 워터밤 공연을 즐기고 싶다”는 목소리 역시 아동·청소년 참여예산제를 통해 정식 정책으로 이어졌다. 2024~2026년 3년 연속 열린 청소년 여름축제 ‘서머 비트’(Summer Beat)가 그것이다. 이 외에도 성북어린이청소년도서관 개관(2025년), 청소년놀터 ‘울섬&쉼표' 이전 및 재개관(2023년) 등 성북구의 대표적인 공간 혁신은 아동의 직접 제안과 의견수렴을 거쳐 태어났다. 이런 사례들은 아동들에게 ‘내가 사는 도시를 내 손으로 바꿀 수 있다'는 효능감을 선물했다. 이날 간담회 뒤 만난 김민재 학생은 “제가 낸 작은 의견이 이 도시를 만드는 데 정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기쁘고 가슴이 설렌다”고 웃었다. 석관초 6학년 2반 담임 홍승호 교사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삶과 연계된 배움을 강조하고 있다”며 “교과서 속에서 글자로만 배우던 사회과 ‘행정부의 역할'을 삶 속에서 스스로 탐구하고 해결해보는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들이 진정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체득했음을 확신한다”고 이날 간담회를 높이 평가했다. 자치구 전역으로 확산되는 아동친화 행정 2013년 유니세프로부터 대한민국 제1호 아동친화도시로 지정받으며 아동 중심 행정을 개시한 성북구의 13년 경험은 이미 서울 자치구 전역으로 확산됐다. 최근 관악구(구청장 박준희)가 완료한 ‘아동친화도시 표준조사' 결과는 아동친화 행정이 어떻게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지 정량적 데이터로 잘 보여준다. 2년 전인 2024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아동과 보호자가 생활 속에서 직접 체감하는 아동친화도인 ‘아동척도'는 74.1점에서 77.3점으로 상승했다. 자치구의 실제 아동 행정서비스 질과 도시 환경을 평가하는 ‘도시척도' 역시 68.2점에서 71.3점으로 동반 상승했다. 관악구는 이 지표 조사를 토대로 6대 영역(놀이와 문화, 참여와 존중, 안전과 보호 등)에 대한 아동 맞춤형 사업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북구는 이번 전국 최초 4차 인증 성공을 발판 삼아 “아동·청소년의 행복을 실현하는 아동친화도시 성북”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교과서 속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터가 지닌 어둠과 불편함을 스스로 지도로 그리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아이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낮춘 성북구의 소통 행정은 거대 도시 서울을 따뜻하고 안전한 아동친화도시로 바꿔놓는 든든한 주춧돌이 되고 있다. 글·사진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