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안전관리 ‘노란불’
초점& 잇따른 사상사고에 맞춤 안전 대책 마련 시급
등록 : 2026-03-26 12:07 수정 : 2026-03-26 12:31
기능 흩어져 책임 모호
입국 관광객 급증 따라
매뉴얼 만들고 원스톱
통합 관리 체계 갖춰야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오스카상 수상과 방탄소년단 완전체 복귀 등으로 케이(K)컬처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면서 외국 관광객 연간 2천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정부의 포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방문객 수만큼 외국인 관련 사건사고도 잇따르며 관광객 안전 관리에 ‘노란불’이 켜졌다. 실제로 음주운전 사고로 지난해 10월 강남구 논현동 한국계 캐나다인이 숨진 데 이어 11월에는 동대문역 사거리에서 일본인 관광객 모녀 중 어머니가 사망했고 지난 23일에도 홍대입구에서 음주 자동차가 인도로 돌진해 일본인 관광객 2명이 다치는 등 음주 차량 피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용산구에서는 택시의 중앙선 침범으로 승객인 20대 일본인 부부가 크게 다치고 생후 9개월 된 딸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또 지난 14일에는 소공동 캡슐형 게스트하우스에서 불이 나 다수의 외국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뿐만 아니라 범죄 사건 피해도 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을 상대로 발생한 사기·사고 등 범죄 피해 건수는 월평균 4630건 수준으로, 2023년(월 2337건)에 비해 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사고 발생 시 한국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들이 내국인과 동등한 수준의 보호와 구제를 받을 수 있는 ‘특화된 대응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 사건사고 건수도 늘게 마련이다. 이들에 대한 안전관리는 체계적으로 잘되고 있을까. 우선, 외국관광객의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부처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11월 말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외국인 사망, 피해 규모, 국적 등 안전관리의 기초 데이터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데이터의 부재는 곧 책임 주체의 모호함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관광정책과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외교부, 경찰청이나 소방청 등이 각자 기능에 맞게 대처하고 있으며 외국관광객 입장에서 종합적인 소통과 관계부처나 지자체와의 협업을 이끌어내는 업무를 문화관광부가 담당하고 있다”며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외국인 안전문제를 다뤄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외국관광객 안전대책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대형교통사고나 화재 등이 발생했을 때 외국인의 경우 어떻게 대응한다는 내용은 있으나 외국관광객 안전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은 종합대책은 따로 준비된 것이 없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서울시 모두 외국인 관광객의 다양한 위험 노출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부서는 없고 각 부처나 지자체에 산재한 부서의 기능에 맡겨져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일본이 관광청(JTA) 주도로 24시간 통합 콜센터(Japan Visitor Hotline)를 운영하며, 사고 접수부터 안전 매뉴얼 안내까지 단일 창구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통합 관리 체계를 갖춘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도 1330(관광안내)이나 119 통역 서비스가 운영 중이지만, 부처별로 흩어져 있어 비상시 외국인이 즉각적인 도움을 받기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직후인 11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청에서 한국여행업협회, 한국관광공사, 아시아나항공 등과 함께 ‘관광분야 비상경제회의’를 진행하고 “시위가 있는 지역에서도 단 한 건의 안전사고나 사상자가 없을 만큼 서울은 안전하다”며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오시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2월25일에는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가 열렸는데 한국방문의해위원장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비롯해 김민석 국무총리,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대통령은 K컬처가 촉발한 문화산업 발전이 관광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이부진 위원장은 2027년부터 2029년까지 지정된 ‘한국 방문의 해’ 준비를 정부와 함께 차질 없이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나 민간부문이나 외국인 관광객 모시기에는 공들이지만 정작 이들의 안전을 위한 의지와 준비는 체계적이지 않고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를 방문 중인 벨기에 관광객인 노아 파우벨스씨는 “지난 3월 발생한 캡슐형 게스트하우스 화재는 건물이 규제 이전 지어진 건물이라서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 같은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스웨덴에서 온 에리크 리누스 쇠데르홀름씨는 “한국은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해왔는데 최근 사고들을 생각하면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안전 요원과 통제를 더 늘리고 음주운전 단속 강화와 외국인 안전을 위한 안내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열린 광화문 방탄소년단(BTS) 공연에 대해 한나 뢴바크 엘프벤씨는 “행사 관리를 위해 많은 경찰을 배치한 점은 매우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현장 관리 요원들이 한국어와 함께 영어로도 안내했더라면 현장 통제가 더 원활하고 신속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외국인 관광객 2천만 명 시대를 앞둔 지금 서울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관광 도시로서의 경쟁력은 단순한 방문객 수가 아니라 안전과 신뢰에서 결정된다.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해서는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관리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사진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입국 관광객 급증 따라
매뉴얼 만들고 원스톱
통합 관리 체계 갖춰야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오스카상 수상과 방탄소년단 완전체 복귀 등으로 케이(K)컬처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면서 외국 관광객 연간 2천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정부의 포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방문객 수만큼 외국인 관련 사건사고도 잇따르며 관광객 안전 관리에 ‘노란불’이 켜졌다. 실제로 음주운전 사고로 지난해 10월 강남구 논현동 한국계 캐나다인이 숨진 데 이어 11월에는 동대문역 사거리에서 일본인 관광객 모녀 중 어머니가 사망했고 지난 23일에도 홍대입구에서 음주 자동차가 인도로 돌진해 일본인 관광객 2명이 다치는 등 음주 차량 피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용산구에서는 택시의 중앙선 침범으로 승객인 20대 일본인 부부가 크게 다치고 생후 9개월 된 딸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또 지난 14일에는 소공동 캡슐형 게스트하우스에서 불이 나 다수의 외국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뿐만 아니라 범죄 사건 피해도 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을 상대로 발생한 사기·사고 등 범죄 피해 건수는 월평균 4630건 수준으로, 2023년(월 2337건)에 비해 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서울 남산 전망대에서 도심 전망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 모습.
문제는 이러한 사건사고 발생 시 한국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들이 내국인과 동등한 수준의 보호와 구제를 받을 수 있는 ‘특화된 대응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 사건사고 건수도 늘게 마련이다. 이들에 대한 안전관리는 체계적으로 잘되고 있을까. 우선, 외국관광객의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부처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11월 말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외국인 사망, 피해 규모, 국적 등 안전관리의 기초 데이터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데이터의 부재는 곧 책임 주체의 모호함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관광정책과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외교부, 경찰청이나 소방청 등이 각자 기능에 맞게 대처하고 있으며 외국관광객 입장에서 종합적인 소통과 관계부처나 지자체와의 협업을 이끌어내는 업무를 문화관광부가 담당하고 있다”며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외국인 안전문제를 다뤄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외국관광객 안전대책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대형교통사고나 화재 등이 발생했을 때 외국인의 경우 어떻게 대응한다는 내용은 있으나 외국관광객 안전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은 종합대책은 따로 준비된 것이 없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서울시 모두 외국인 관광객의 다양한 위험 노출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부서는 없고 각 부처나 지자체에 산재한 부서의 기능에 맡겨져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일본이 관광청(JTA) 주도로 24시간 통합 콜센터(Japan Visitor Hotline)를 운영하며, 사고 접수부터 안전 매뉴얼 안내까지 단일 창구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통합 관리 체계를 갖춘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도 1330(관광안내)이나 119 통역 서비스가 운영 중이지만, 부처별로 흩어져 있어 비상시 외국인이 즉각적인 도움을 받기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직후인 11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청에서 한국여행업협회, 한국관광공사, 아시아나항공 등과 함께 ‘관광분야 비상경제회의’를 진행하고 “시위가 있는 지역에서도 단 한 건의 안전사고나 사상자가 없을 만큼 서울은 안전하다”며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오시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2월25일에는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가 열렸는데 한국방문의해위원장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비롯해 김민석 국무총리,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대통령은 K컬처가 촉발한 문화산업 발전이 관광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이부진 위원장은 2027년부터 2029년까지 지정된 ‘한국 방문의 해’ 준비를 정부와 함께 차질 없이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나 민간부문이나 외국인 관광객 모시기에는 공들이지만 정작 이들의 안전을 위한 의지와 준비는 체계적이지 않고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를 방문 중인 벨기에 관광객인 노아 파우벨스씨는 “지난 3월 발생한 캡슐형 게스트하우스 화재는 건물이 규제 이전 지어진 건물이라서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 같은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스웨덴에서 온 에리크 리누스 쇠데르홀름씨는 “한국은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해왔는데 최근 사고들을 생각하면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안전 요원과 통제를 더 늘리고 음주운전 단속 강화와 외국인 안전을 위한 안내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열린 광화문 방탄소년단(BTS) 공연에 대해 한나 뢴바크 엘프벤씨는 “행사 관리를 위해 많은 경찰을 배치한 점은 매우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현장 관리 요원들이 한국어와 함께 영어로도 안내했더라면 현장 통제가 더 원활하고 신속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외국인 관광객 2천만 명 시대를 앞둔 지금 서울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관광 도시로서의 경쟁력은 단순한 방문객 수가 아니라 안전과 신뢰에서 결정된다.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해서는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관리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사진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