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부담감과 기대감 동시에 느낍니다”
사람& 서울 자치구 1호 국외훈련 문광현·전태인 주무관
등록 : 2026-02-05 12:22 수정 : 2026-02-05 12:27
서울 자치구 최초로 동대문구(구청장 이필형)가 보낸 국외훈련을 마치고 올해 1월 복귀한 문광현 주무관(왼쪽)과 전태인 주무관이 구청 회의실에서 서울&의 인터뷰에 응답하고 있다.
우선 포틀랜드 생활이 서울과 가장 다른 점은 어떤 것이었나? 문광현(이하 문)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기다림'이다. 한번은 트램(노면전차)이 고장 나서 길 한복판에서 1시간 넘게 갇힌 적이 있었다. 한국 같으면 화를 낼 만도 한데 승객들이 아무도 화내지 않고 옆 사람과 수다를 떨며 마냥 기다리더라. 전태인(이하 전) 교차로에서 차들끼리 만나면 서로 먼저 가라고 양보하더라. 양보 정신과 서로 베풀면서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아 나도 운전하면서 자연스레 양보하게 됐다.
공무원 시각에서 본 포틀랜드의 행정 서비스는 어땠나. 서울과 비교한다면. 문 의외로 민간 영역에 디지털 전환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점에 놀랐다. 100가구도 안 되는 시내 쪽 작은 아파트(공동주택)에 혼자 살았는데, 전용 앱으로 월세를 내고 수리 요청을 하면 인공지능(AI)이 바로 응대해서 처리해줬다. 작은 업체들도 홈페이지나 예약 시스템을 잘 갖춰 생활 속 작은 서비스들이 실용적으로 정착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 반면 관공서나 항공사 같은 대면 서비스는 ‘각자도생'해야 했다. 첼시마켓 견학을 위해 뉴욕에 갔을 때 비행기가 날씨 탓에 결항됐는데 고객센터 전화 연결에 4시간이 걸렸다. 식사 쿠폰이나 택시비 보상도 내가 따지고 요구하니 그제야 줬다. 운전면허 하나 만드는 데도 5~6시간 대기는 기본이다. 한국 공공서비스가 얼마나 빠르고 친절한지 뼈저리게 깨닫는 계기가 됐다. 핵심 성과: “민관 협력 일자리”와 “민간 주도 시장”
두 사람은 각자 ‘일자리’와 ‘시장’을 주제로 연구했다. 구정에 적용할 핵심 성과는 무엇인가? 문 일자리의 경우 ‘민간 주도 발굴'이다. 포틀랜드는 공무원이 복지 대상자를 찾는 게 아니라 지역 사정에 밝은 ‘지역 기반 단체’(CBO)들이 주도적으로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발굴해낸다. 한국은 관 주도로 기계적인 순번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은 민간 조직이 촘촘하게 개입해 실질적인 자립을 돕는다. 또한, 마트 등에서 고령임에도 밝게 웃으며 일하는 노인분들을 보며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에 따라 일할 기회를 주는 문화가 인상 깊었다. 전 시장은 ‘관이 아닌 민이 주도하는 자생력'이다. 포틀랜드의 ‘파머스마켓'이나 ‘새터데이마켓'은 상인 조직이나 비영리단체가 스스로 축제를 열고 홍보한다. 행정은 장소를 빌려주거나 허가를 내주는 조력자 역할에 그친다. 그래야 지원이 끊겨도 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다. 전 주무관은 전통시장 4대 특화 전략을 발표했다던데 어떤 내용인가. 전 지난달 직원 대상 국외훈련 보고회에서 청량리시장이 ‘글로벌 톱5'로 도약하기 위해 △미식/문화 체험형 시장 △K-웰니스 관광 거점 △청년창업 비즈니스 강화 △친환경 상생 생태계 조성을 제안했다. 당장 거창한 변화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외국인 대상 판촉물 사업부터 미국에서 본 디테일(채식주의자 옵션 표기 등)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지역 대학인 한국외대 등과 협력해 청년들이 시장 홍보 영상을 만드는 식의 젊은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청량리시장도 물건만 사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주말마다 요리 수업이나 공연이 열리는 ‘체류형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해야 한다. “1년보다 알찬 6개월”…동대문구형 연수의 특징
서울시 등 타 지자체 연수와 다른 동대문구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문 ‘가성비'와 ‘집중도'다. 1년 장기 연수는 업무 공백이나 비용 부담이 큰데, 6개월은 핵심만 배우고 오기에 적절한 것 같다. 6개월 단기 계약은 1년 계약보다 집세가 월평균 30%가량 더 비싸다는 단점은 있지만 전체총액으로 보면 효율적이다. 전 무엇보다 ‘의무 복귀 규정'이 강력하다. 나는 원래 세무직이었는데 복귀하자마자 시장을 담당하는 경제진흥과 시장경영팀으로 배치받았다. 훈련 결과를 보고서로만 남기는 게 아니라 실제 현업에 적용할 기회를 부여받아 부담감도 느끼지만 내가 보고 배운 것을 직접 시도해볼 수 있어 기대감이 크다. 후배들에게 국외훈련을 추천하나. 팁을 준다면. 문 익숙한 곳을 떠나 사고를 확장하는 것은 큰 자산이 된다. “고립되지 말라”는 팁을 주고 싶다. 현지 대학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현지 조교 부부와 친해져 추수감사절 파티에 초대받기도 했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부딪히면 다 통한다. 전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나도 지원할 때 ‘설마 내가 되겠어?'라며 주저했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는 게 가장 어리석은 선택이다. 동대문구에 이어 다른 일부 자치구도 올해부터 직원들의 국외훈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내내 두 주무관은 한국 행정의 신속함과 친절함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자율'과 ‘책임'이라는 미국식 시스템에서 우리 자치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구정의 20여 개 핵심 과제 중 연수자 개인이 선택한 연구 주제를 안고 떠났다가 관련 부서로 복귀해 실행에 옮기는 동대문구의 ‘실사구시형’ 국외훈련. 이들의 6개월이 청량리시장과 동대문구 일자리 정책에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 기대된다. 글·사진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