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동바리는 좋겠다
‘숨’ Jaye 지영 윤
등록 : 2026-01-08 13:04
Life.05 Courage. Mixed Media on Paper, 53.5×76.5㎝
경희궁에 대해 점심 산책하기 좋다는 말을 어디선가 몇 번 들었지만 실제 가본 건 처음. 단풍놀이는 꿈도 못 꿀 시기에 단비처럼 만난 경희궁은, 내가 바삐 걷기도 했겠지만, 지닌 역사에 비해 규모가 사뭇 아담해서 전체를 한 번 훑은 후에도 나서기가 아쉬웠다. 돌아나가는 길에 괜히 벤치에 누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끌어온 소나무와 눈 맞춤도 해보고, 제 자리를 빼앗겼나, 나를 노려보는 고양이와 눈싸움도 하다 결국 발걸음을 궁으로 되돌렸다. 궐내를 천천히 다시 걷자 좀 전에는 쓱 지나쳤던 건물 보수 현장에 적힌 설명이 눈에 들어왔다. ‘기둥 동바리 보수작업’ 중이란다. 기둥 동바리라는 단어가 재미있어 찾아보니 기둥 중간을 잘라내어 교체하는 걸 그렇게 부른다고. 어떻게 하는 작업인지 호기심에 기웃대며 까치발을 해도 보수 현장을 볼 수 없었는데, 가림판 너머로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 일정하지는 않지만 뚱땅거리는 것도 같았는데 문득, 그러게, 인생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스쳤다. 내 것 삼기 싫은 부분만 숭덩 잘라내어 세상에 드러내기 좋은 버젓한 새것으로 갈아 끼울 수 있다면…. 하지만 기둥 동바리가 아무리 부러워도 기둥 동바리처럼 수선할 수야 없는 게 삶. 그렇다면 초라한 감정이 뒤엉킨 기억을 품고도 내는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문득 궁금해 속에서 아웅다웅, 구시렁대는 생각들을 다독이기도 하며 곱씹었다. 언젠가 들은, 겁이 없는 게 용기가 아니라 무서워도 찔끔대며 나아가는 게 용기라는 설교 말씀이 불현듯 떠올랐다. 나 또한 그렇게 남 보기에만 용감했던 순간들을 가만히 짚어보니 어쩌면 용기는 바로 그 책상 아래에서 생겨난 건지도 모르겠다. 남몰래 우왕좌왕, 어쩔 줄 몰라 하는 내 모습을 보다 못해서 말이다. 글·그림 Jaye 지영 윤(‘나의 별로 가는 길’ 작가·화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