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열린 ‘을지로 노가리 호프 축제’에서 시민들이 싼값에 맥주를 즐기고 있다. 중구 제공
평일 저녁에도 인산인해로 북적이는 을지로3가역 4번 출구 골목. 만선, 뮌헨, 초원, OB베어 등 13개 호프집이 즐비한 이곳은 흔히 ‘노가리 호프 골목'(이하 노가리골목)이라 한다.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퇴근 시간 이후면 한적해지는 을지로 일대와 달리, 이 노가리골목은 평일 저녁에도 엄청난 인파로 불야성을 이룬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탄불에 잘 구워낸 쫄깃하고 담백한 노가리를 단돈 1000원에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노가리 특제 소스는 노가리골목의 인기 비결로 꼽힌다. 고추장을 기본으로 한 매콤하면서 톡쏘는 소스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소스로, 노가리와 궁합이 잘 맞아 시원한 맥주를 절로 찾게 한다. 요즘같이 경제가어려울 때 싼값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되고 있다.
지난 5월18~19일, 이곳엔 평소 저녁보다 특별히 많은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틀 동안 저녁 6시부터 시작된 ‘을지로 노가리 호프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3000원에 팔던 500㏄ 맥주를 축제 기간에는 1000원에 팔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주문에 바쁘게 주문서를 써내려가는 직원들, 비좁은 의자 사이로 부지런히 맥주를 나르는 알바생들, 실내는 물론 야외 테이블석까지 만석이 돼 뒤늦게 이곳을 찾았다가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는 회사원들 등, 다양한 광경이 눈에 띄었다.
이 골목을 지나가다 엄청난 인파를 보고 호프집에 들른 인근 회사원들은 “사소한 노가리 하나로 이런 축제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게 참신하고 보기 좋다”고 입을 모았다. 노가리 호프를 운영하는 사장님 역시 “밤이 되면 을지로 일대에 공동화 현상이 심해져 아는 사람만 이곳을 찾아왔는데, 더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골목 명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상에 간이 테이블을 설치해 옥외영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무질서한 영업 행태와 통행 방해로 주변 업소와 마찰을 빚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중구는 을지로 일대를 골목 관광명소로 발전시키려면 골목상권 활성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판단해, 5월에 옥외영업을 허가해주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상인들은 합법적으로 노상에 간이 테이블을 내놓고 장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옥외영업 시작을 알리는 첫번째 공식 이벤트로 노가리 호프 축제를 열면서 옥외영업 허가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지난해 시작한 을지로 뒷골목 투어 프로그램 ‘을지유람'의 코스이기도 하면서, 2015년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된 을지로 노가리호프 골목은 이처럼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을 빠르게 타고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한여름 무더위와 고된 하루 일로 심신이 지쳐 퇴근길에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날 때, 가벼운 주머니로 부담 없이 이곳에서 활력을 되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은혜 중구청 공보실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