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보 맘보
‘숨’ Jaye 지영 윤
등록 : 2025-09-11 20:22
Drawing No.03 Ink on Paper, 29×42㎝
“제가 잠보라서 누구보다 잘 아는데 그럴 때 졸지 말라는 건 효과가 없거든요”라고 말문을 열더니 잠은 흥미로 깨워야 한단다! 그래서 고개를 자연스레 들고 있게 되는 높이에 티브이(TV)도 설치한 것이며, 잠을 깨우는 소재로도 날씨보다는 휴가 이야기가 좋다나. 좋은 휴가 계획이 있으면 그걸 자랑하고 싶어 잠이 깨기 마련이고, 계획이 없는 사람은 난 왜 휴가가 없지, 또는 언제 휴가를 갈지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되니 자연스레 잠이 활짝 깨더라고. 날 선 ‘주의·경고’ 대신 기분 좋은 흥미로 깨우는 그의 맘보에 지난날 번아웃이 왔을 때 만난 이들도 ‘잠보’였구나 생각이 스쳤다. 참고 버티다 오는 번아웃에 대한 해법은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나는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2주 정도 벼락 여행을 혼자 떠나곤 했다. 낯선 환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처한 상황이 전부가 아니라는 게 환기되어 숨통이 트이기 때문인데, 그 못지않게 우연히 마주쳤던 감사한 ‘맘보’들 덕도 많이 봤던 듯하다. 그들은 어느 날은 배 끊기니 뛰라고 소리쳐 알려주던 좌판 상인들이었고, 혼자 줄줄 울고 있을 때 가만히 다가와 기도해준 할머니였으며, 속상한 나를 강변에서 묵묵히 기다려준 택시 기사이기도 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일상 속 ‘무서운 그들’과 달리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나를 배려하는 이들을 보며 세상이 내 생각만큼 무섭지는 않구나, 깨닫곤 했다. 지금은 그 둘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혼자 막막하고 갑갑한 순간 우리 삶에 후- 숨을 불어넣는 게 그런 다정한 맘보라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잠보들의 맘보 말이다. 글·그림 Jaye 지영 윤(‘나의 별로 가는 길’ 작가·화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