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서부간선 교통대란 시민만 ‘골탕’

초점& 취재 시작되자 “추석 전 지하차도 원상 복구, 교차로 공사 전면 보류”

등록 : 2025-09-11 20:09
서부간선도로 평면화 공사로 지난 7일 낮 성산대교에서 일직 방향 오목교 지하차도가 통제돼 오른쪽 상부도로가 차들로 꽉 막혀 있다.

서울광명고속도 개통 전제 사업
대책 없이 밀어붙여 책임론 자초
막히는 도로 더 막히게 해 황당
땜질 대책으로 혼선과 손실 초래

“온종일 차가 엄청 밀리는데 잘 다니는 길을 왜 없애고 신호를 받고 가라는 건지.” “지하 유료도로를 이용하라고? 목동 주민은 진출입로가 없어 지하간선도로를 이용할 수도 없는데?” “무턱대고 도로를 좁히고 교차로를 만들어 보행친화도시를 만들겠다는 발상이 어이없다.”

서울시가 오목교 지하차도를 시작으로 서부간선도로를 일반도로로 전환하는 평면화 공사를 시작하자 시민들의 분노가 이어졌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서부간선도로 평면화 사업계획을 내놨다. 영등포구 양평동(목동교)에서 금천구 독산동(금천교)에 이르는 약 8.1㎞ 구간 중 오목교·오금교·고척교·광명교 등 지하차도 4곳을 평면 교차로로 전환하고 상부는 왕복 4차 도로로 축소해 여분 땅을 포함해 약 10만㎡ 규모의 녹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사업비 약 1256억원으로 2023년 영등포구·금천구 구간 공사를 시작했고, 지난 6월 오목교 동쪽 지하차도(성산대교→일직 방향)를 가장 먼저 폐쇄해 평면 교차로 전환 공사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주변 도로는 더욱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

서울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구)과 서남권(양천·영등포·구로·금천구)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부간선도로의 극심한 교통정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체 해소를 위해 서울시가 2021년 9월 서부간선지하도로 개통을 알리면서 “하루 최대 12만 대가 오가던 서부간선도로의 상습 정체 구간은 지하도로 개통으로 약 5만 대가 분산돼 출퇴근 시간 성산대교 남단에서 서해안고속도로까지 10분대로 도착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서울시 통행 속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부간선도로 금천~성산 구간(10.16㎞) 전일 하루 평균 속도는 31.8㎞/h에 그쳤다.


여기에 더해 기존 도로를 막고 곳곳에 교차로까지 만드는 평면화 공사를 시작하니 이를 지켜보던 이용자들이 화가 난 것이다.

도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언론 보도까지 나오자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급하게 대책을 내놨다. 현재 공사 중인 오목교 지하차도 평면화 공사를 애초 내년 6월에서 올 11월로 7개월 당겨 마친다는 계획이다. 주야간 병행 공사로 속도를 높여 완공하고 최소 6개월간 교통 상황을 모니터링한 뒤 개선 효과를 분석해 광명교·오금교·고척교 지하차도 평면화 공사에 순차적으로 착수한다는 요지다. 주민 반발이 불 보듯 뻔한데 서울시는 왜 서부간선도로 일반도로화 사업을 강행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공사 안내 펼침막.

서울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지난 4일 서울&에 “서부간선도로 일반도로화 사업은 2024년 서울광명고속도로가 개통돼 교통량 일부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추진됐다”며 “서울광명고속도로 개통이 2027년 말로 미뤄지면서 교통 분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털어놨다.

서부간선도로 평면화 사업은 기존 도로의 지상 구간을 지하화하고 입체 교차로를 철거해 평면도로로 바꾸며, 인근 안양천과 연계해 수변 친화 도시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서울광명고속도로와 서부간선 지하도로가 모두 개통됐을 때 하루 7만7천 대의 차량이 일반도로화된 상부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광명고속도로 개통 지연 이유에 대해 서울지방국토관리청 민자도로관리과 관계자는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 서울항동 공공주택지구, 부천역곡 공공택지지구 등 개발사업으로 인해 노선 변경, 터널심도 조정, 인터체인지 위치 및 형식 변경이 발생해 사업계획이 대폭 수정됐다”며 “애초 공사 착수일(2019년 3월)로부터 60개월이었던 기간이 105개월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선 개통 시 수도권제1순환·서부간선·남부순환로 교통량의 약 10%가 서울광명고속도로로 분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2027년 12월 개통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광명고속도로는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에서 서울 강서구 방화동까지 이어지는 길이 약 20.2㎞의 고속도로로 향후 수원광명고속도로, 서울문산고속도로 등과도 연결될 예정이다. 익산→평택→수원→광명을 거쳐 서울로 연결되는 서부 남북 간선축의 핵심 노선으로, 2019년 7월 본격 착공됐으며 총사업비는 약 9724억원으로 이 중 민간 자본이 약 7224억원이다.

서울광명고속도로 개통 전 서부간선도로 일반도로화 공사를 계속 추진하는 건 무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 누리집 제안 접수 게시판에는 “사업 제안자, 결정자 모두 출퇴근 시간에 한 번이라도 서부간선도로를 실제로 이용해봤다면 절대 이런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을 거다. 막히는 도로를 더 막히게 만들려는 정책이고 교통지옥을 만드는 공사다”라며 즉각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있다.

한편 서울시는 서울&의 취재가 시작되자 평면화 공사 일정 단축 등 대책을 내놓은 지 열흘 만인 지난 8일 “기존 계획이 현재 교통상황과 도시 여건에 맞지 않다”며 “추석 전까지 지하차도를 원상 복구하고 신호 교차로 공사도 전면 보류하며, 중앙분리대가 철거되는 공간을 활용해 기존 왕복 4차로를 5차로로 넓혀 교통정체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