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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서울청년예술단이 온다

등록 : 2017-07-06 17:02
블랙문–<마포에 뜬 블랙문>
덥다. 아니 뜨겁다. “올여름을 어떻게 나지?” 여기저기 터져나오는 걱정을 아랑곳하지 않는 청년들이 있다. 서울예술청년단 104개 단체에 속한 483명이다. 지난 3월 심사를 거쳐 선정된 뒤에도 교육과 전문가 멘토링, 계획서 작성과 실무 연습 등으로 상반기를 보냈다. 이제 남은 일은 그동안 갈고닦은 솜씨와 끼를 시민들에게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일이다. 이달에만 13건의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공연과 전시가 시민들의 무더위를 식혀줄 예정이다.

서울예술청년단은 서울시 청년예술인 지원사업 가운데 하나다. 청년예술인 86%의 월평균 수입은 50만원 미만이다. 청년예술인 10명 가운데 4명이 겸업을 하고, 겸업의 절반 이상은 예술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예술인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경력을 쌓기란 어려운 일이다.

청년예술인들에게 예술활동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고, 시민들에게는 이를 향유할 기회를 만드는 게 서울예술청년단 사업의 기본 방향이다. 서울시는 청년예술단에 창작활동비를 지급한다. 청년예술단은 정해진 횟수의 공연이나 전시를 수행해야 한다.

낭만씨어터–<카메라루시다>
“여전히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지만 창작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마련할 수 있으니 다행이에요.” 지난 6월17일 이촌한강공원에서 버스킹 연극 <그림자>로 시민들을 만난 ‘이정서(이빛나, 정은지, 서정빈) 프로젝트’ 멤버들은 신작들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대해달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창작활동비는 시각예술 전공자 4명(권세정, 우한나, 이유성, 정희민)의 모임인 ‘샌드페이퍼스’에게도 큰 힘이 됐다. “사람들의 미적 취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분석해 아름다움에 대해 고찰”해보는 <키티데카당스>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키티데카당스>는 사람들이 유년기에 사서 간직하고 있는 문구, 완구 등을 간직하게 된 사연 등과 함께 도감으로 만들어 출간하고 전시하는 프로젝트다.

낯선사람
텀블벅 페이지를 통해 크라우딩 펀딩에도 성공하고 200여점의 소지품과 관련된 이야기도 모았다. <키티데카당스>는 도감 형식의 책으로 출판하고, 24일부터 28일까지 세운상가 대안공간 ‘개방회로’에서 전시한다. 전시는 1990년대 캐릭터 상품을 팔던 선물 가게 콘셉트로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청년예술단은 다원예술, 문학, 시각, 연극, 음악, 전통 7개 분야로 나뉘어 활동한다. 준비 과정에서 분야 간 협업이 진행된다. 시각 분야 ‘오름’의 전시회 <초여름 밤의 강가>에서 문학 분야 ‘시간’이 시 낭독회 <밤의 피크닉>을 연다. 시 낭독회는 전시회 기간인 17~29일 중 21일 저녁 7시에 개막 행사로 진행한다. 장소는 성북구 소재 갤러리 17717이다.

구십구도-<밥상머리>
작품 제작과 전시 과정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점도 특징이다. 다원예술 분야 ‘경계혼탁’은 구제를 수단으로 과거와 현재를 엮어 이야기하는 <씌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쇼윈도 옷을 바꿀 때 작가가 전시했던 옷을 입고 새로운 옷으로 바꾸는 퍼포먼스 과정이 모두 관객에게 공개된다. 첫번째 쇼윈도 전시는 15일부터 31일까지 성산동 건축사무소 ‘Layer B’에서 결혼에 대한 주제로 진행한다. 시각 분야 ‘공원’은 28일부터 30일까지 여는 <오픈 스튜디오, 창고大개방>를 통해 작업실과 작품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공원-<오픈스튜디오, 창고大개방>
연극과 음악, 전통 분야는 젊은 예술가들의 개성과 실험 정신을 만날 기회다. ‘극단 구십구도’는 “현실 세태에서 청년들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담은 <밥상머리>를 12일부터 23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혜화당 무대에서 펼친다. ‘극단 낯선사람’이 대학로 청운예술극장 무대에 올리는 <그냥, 슬기로운 생활>은 ‘슬기로운 생활, 도덕적인 삶이란 무엇인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공연한다.

모던가곡-
국악 앙상블 밴드 ‘블랙문’은 15일 마포구 서교동 ‘SAMS아트센터에서 자작곡을 선보이는 첫 실험공연 <마포에 뜬 블랙문>을 연다. 정가, 아쟁, 피리 3인의 ‘모던가곡’은 20일 영등포구 당산동 스페이스 36.5에서 가곡에 현대적 감성을 부여한 음악을 선보이는 을 개최한다.

서울청년예술단 공연과 전시 상세 내용은 서울청년예술단 블로그(blog.naver.com/sculturenarts)와 단체별 에스엔에스(SNS)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승일 기자 nagneyoon@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