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숭인 지역은 서울시 도시재생활성화지역 1호이자 정부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선정한 도시재생 선도 지역이다.
이 지역의 도시재생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뉴타운 사업이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임했던 2007년 12월 서울시는 쇠퇴한 주거환경 정비를 목적으로 창신숭인 지역을 3차 뉴타운으로 추가 지정했다.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뉴타운 반대 운동을 펼쳤고, 2013년 토지 등 소유자 30% 이상의 동의서를 받아 뉴타운 지정을 해제시켰다. 손경주 창신숭인 도시재생 협동조합 이사는 “우리 지역은 서울 뉴타운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지정됐고, 뉴타운 지구 전체로는 가장 먼저 해제되었을 정도로 주민 반대가 많았다”며 “뉴타운을 반대하며 공동운명체로 묶였기 때문에 도시재생사업으로 바뀐 뒤에도 함께하고 있다. 카페도 창신1동에 있지만 4개 동 주민 모두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들과의 관계는 달랐다. 뉴타운 사업을 추진했던 서울시와 종로구의 부서가 그대로 도시재생사업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물리적 개발 위주의 뉴타운 사업 논리를 펼치다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장해야 하는 담당 공무원들도 혼란스러웠지만, 10년 가까이 싸웠던 상대방과 협력해야 하는 주민들도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손 이사는 “처음에는 주민과 공무원 사이 신뢰 회복이 어려워 6개월 동안 매주 한자리에 모였고, 지금까지 4년 동안 정기적으로 머리를 맞대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공무원 모두 많이 변했다. 주민은 대표를 뽑아 주민협의체를 만들어 거버넌스를 경험하면서 ‘권리도 있지만 책임도 져야 함’을 알게 됐다”며 “주민에서 시민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1970~80년대 창신숭인은 봉제산업의 밀집지역으로 동대문시장의 주요 생산지였다. 1970년 중반부터 창신1동에서 살면서 봉제업을 25년 동안 했던 신국현 창신숭인 도시재생 협동조합 이사장은 “동대문에 고속버스터미널이 있을 때 평화시장에서 물건을 어깨에 메고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창신숭인 도시재생 협동조합이 내세운 3가지 목표 가운데 하나는 역사문화 자원화다.
손 이사는 “많이들 쓰는 ‘관광화’란 말 대신 ‘자원화’라고 표현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봉제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 구경거리가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바로 옆 이화동 벽화마을처럼 불특정 다수가 동네를 소비하고 가는 것은 마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외부 사람들이 보기에 매력적인 동네를 만드는 게 아니라 주민이 자랑스러운 곳, 찾아가고 싶은 명소로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 설문조사를 준비할 때 한 조합원이 이런 질문을 넣자고 제안했다. ‘어떻게 해야 당신이 우리 동네에 10년 뒤에도 계속 살까요?’ 손 이사는 “창신숭인 도시재생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도시재생은 지금 사는 분들이 앞으로도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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