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어깨, 무릎, 발
‘숨’ Jaye 지영 윤
등록 : 2025-08-14 12:56
‘Drawing N.02’ Ink on Canvas, 45×54㎝
“새벽 세 시에 나와보세요. 그 시간에도 여기 꽉 차 있어요.” 세상에, 새벽 세 시라니…. 내 이럴 줄 알았어,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기는 무슨,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항상, 누군가는 먼저 일어나고, 다녀가고, 해보는지…. ‘더 이상 어쩌라는 말입니까!’라는 나의 해묵은 투정도 떠올랐다. 일터에서도 삶에서도 많은 도전을 해왔는데, 매번 그랬지 싶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쥐어짜도, 누군가는 이미 해봤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게 없다고 솔로몬이 성경 ‘전도서’에 쓰긴 했지만, 이래서야 애쓴 보람이 있겠는가 싶었던 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 말이다. 금세 헛수고가 될 일을 오랜 기간 매일 반복해온 어르신을 보며 오래전, 6개월밖에 사용 안 할 시스템인 줄 알면서도 몇 달을 밤새워 일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국수 조훈현이 ‘고수의 생각법’에서 그의 어린 날, 바둑에 이기고 오든 지고 오든 마당을 쓸고 잡일을 하도록 스승인 세고에 선생님이 시켰다는 이야기도 떠올랐다. 책에서는 감정의 파고를 일으키는 모든 걸 일상적인 일로 대하도록 마음수련을 시킨 거라 설명했는데, 또 한편으로는 삶을 마주하는 태도에 대한 가르침이 아니었나 한다. 즉, 삶의 의미가 경쟁이나 성공에 있지 않다는 것, 지리멸렬한 일들로 채워진 반복되는 일상에 있다는 것 말이다. 성과로 인정받기는커녕 애쓴 결과마저 금세 사라져도 맥 빠지지 않고 꾸준히 살아내는 모든 순간에 실은 진정한 승리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엉뚱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어린이 율동 동요인 ‘머리, 어깨, 무릎, 발’처럼, 어쩌면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머리, 어깨, 무릎, 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삶의 대부분은 노래와는 조금 다르기는 하지 싶다. 머리 대신 무릎일 때가 많으니까. 그러니까 무릎, 어깨, 무릎, 발…. 글·그림 Jaye 지영 윤(‘나의 별로 가는 길’ 작가·화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