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중랑의 만취예방 실험, 서울 전체로 퍼진다
2021년부터 3년 걸친 가톨릭대와의 ‘NoMAD’ 프로젝트
복지부 우수사례 선정 이어 서울시 주관 ‘만취예방 거리’로 확대
등록 : 2025-08-14 12:31
중랑구가 중랑경찰서와 함께 구민들의 절주를 위해 음주운전 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중랑구 제공
NoMAD 프로젝트의 하나로 중랑보건소가 고위험 음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셀프체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중랑구 제공
중랑구 주관으로 열린 절주 프로그램 참여 단체들의 회의 모습. 중랑구 제공
이 프로젝트는 기초자치단체 최초의 ‘다부문 협업 절주 중재 모델’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SAFER’ 모델을 적용해 개인 변화가 아닌 환경 변화를 모색했다. 조선진 박사는 “과거에는 음주 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행동 변화에 초점을 뒀지만 2018년 WHO 권고 이후 각국은 본격적으로 환경 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중랑구와 추진한 NoMAD 프로젝트는 환경 변화 관점에서 지자체와 학계가 협력해 처음으로 현장 적용한 만큼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면목역 광장이 금주구역으로 지정되자 각종 행사가 열려 주민들이 모여드는 문화행사 공간으로 변모했다. 2024년 제1회 면목 어린이 행복축제 모습. 중랑구 제공
올해 만취예방 프로그램을 시작한 동대문구가 자체적으로 제작해 외식업소에 배포한 ‘반잔술잔’. 동대문구 제공
NoMAD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2023년 중랑구가 음주운전 단속 강화를 위해 중랑경찰서 등 관계자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중랑구 제공
“절주 노력 확대와 지속은 필수” 2024년 12월 보건복지부는 NoMAD 프로젝트를 음주 폐해 예방사업 우수사례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조선진 박사는 “만취예방 프로그램 참여 업주들이 ‘매출에 큰 영향이 없었다'는 반응은 물론 ‘건강한 음주 문화 조성으로 업소 이미지가 개선되고 지역 주민의 건강이 증진돼 보람 있었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의 성공적 전개를 지켜본 서울시와 산하 통합건강증진사업지원단은 프로그램 중 하나인 외식업소 만취예방 프로그램을 2024년 중랑구와 공동으로 진행한 뒤 2025년부터는 25개 전체 자치구가 참여하는 사업으로 확대했다. 김형수 단장은 “서울시민 전체의 건강한 음주 문화 조성을 위해 각 자치구 보건소가 형편에 맞춰 참여하도록 한 결과 올해 320개 이상의 업소가 추가로 만취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자치구는 업소 입구에 캠페인 참여 업소임을 나타내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시가 지원하는 홍보물품 배부와 참여 업소에 대한 만취예방 교육 영상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각 자치구는 외식업중앙회 지회, 상인회, 경찰서 등과 협의해 음주 폐해 예방 정책의 방향을 논의하고 외식업소의 자율적 참여와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한 협의체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동대문구는 동별 음주율이 가장 높은 장한평역 인근 업소 10곳이 참여하는 ‘만취예방 거리'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구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반잔술잔’을 참여 업소에 추가 배포하기도 했다. 조선진 박사는 “서울시 주관 사업 확대는 무척 고무적이지만 업소 관련 이외의 프로그램도 병행돼야 비로소 효과적인 환경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조사(2015~2019년)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15조806억원, 흡연은 12조8677억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음주는 교통사고, 범죄, 생산성 저하 등으로 흡연보다 사회적 비용이 크지만, 예방 예산은 흡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문화적 요인과 산업적 이해관계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선진 박사는 “중랑구와 가톨릭대가 3년간 만든 사례는 지자체·학계·지역사회가 통합적 환경 변화를 통해 만든 모범 모델”이라며 “음주가 흡연보다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성과의 확대·지속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절주 문화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료·교육·외식업 등 생활 접점에서 환경 변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건강한 생활습관과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