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심은 데 꽃 날까?
등록 : 2025-07-03 15:09 수정 : 2025-07-04 00:18
‘Connected N.01’ Mixed Media on Paper, 53.5×76.5㎝
가만히 설명을 들어보니, 봄에 종자를 뿌린 경우에도 공원 관리하는 분들이 발아를 돕기 위해 물을 주긴 하지만 계속 주지는 않는단다. 그래서 날씨에 따라 발아율이 들쭉날쭉해도 그것까지 관리하지는 않고 자연에 맡긴다는 거다. 길을 오가며 때론 몰려 있고, 때론 듬성듬성 핀 꽃이 항상 궁금했던 터였다. 임자를 만났는데 기회를 놓칠쏘냐, 그간 예쁘다고 찍은 걸 주욱 보여주며 그럼 이 중 어떤 게 씨를 뿌린 건지 물었다. 뭐가 뭔지도 몰랐던 꽃들에 그이는 이름마저 붙여 색색으로 피는 수레국화, 강렬한 빨강 꽃양귀비 등은 씨를 뿌린 거고, 키가 삐죽한 하양 개망초나 낮게 통통 피는 자주색 엉겅퀴는 그냥 피는 풀꽃이란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였지만, 실은 깜짝 놀랐다. 심은 것도 아니요, 물을 계속 주는 것도 아닌데…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게 아니었구나! 하지만 곧, 서래섬의 그 하얀 클로버 카펫도 온전한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방치 아닌 방치’ 역시 누군가 내린 결정이자 일의 결과물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움츠러들고 답답한 마음에 나섰던 산책길에서 숨이 탁, 트였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우연히 마주친 유럽풍의 걸이 화분, 단정하게 이발한 가로수, ‘눈 펑펑’이든 비바람이든 어느새 말끔하게 정돈된 도시 경관이 있는가 하면, 한겨울 버스 정류장의 따뜻하게 데워진 의자처럼, 정말 세계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본 적이 없는 배려도 있었다. 그리고 또, 뜻하지 않은 상황에 낯선 이에게 받은 생각지도 못한 관심이며 호의까지, 다소 엉뚱했던 장면들까지 스쳤다. 이렇듯 공통점이 없어 보이던 순간들이 어느새 하나하나 한 줄로 꿰어지는 듯했다. 어쩌면 언젠가 정처 없이 쿵쾅대며 거리를 헤매던 나를 숨 쉬게 도와준 건 내가 받고도 무심히 지나친 누군가의 손길인지도 모른다. 정작 그 구원 같았던 숨을 준 손길의 주인은 누구에게 닿을지도 모르는 채 그저 자기 일을 한 것뿐이고 말이다. 마치 어느 날, 아니 바로 그날 서래섬에서 내가 꽃을 심지 않았지만, 꽃을 본 것처럼. 글·그림 Jaye 지영 윤(‘나의 별로 가는 길’ 작가·화가) Jiyoungyoon101@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