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딸과의 거리감 허용, 성숙한 모녀 관계의 지름길
엄마와 거리 두려는 초6 딸의 워킹맘 “애타는 저 정상일까요?”
등록 : 2017-06-29 14:23 수정 : 2017-06-29 14:24
딸에게 거절당해 눈물 흘리시는 모습을 보니 모녀 관계가 역전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모녀 관계가 역전되면 엄마가 딸을 부모처럼 생각해서 의지하고, 딸의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노심초사하게 됩니다. 그 또한 딸 편에서는 참 혼란스러운 일일 겁니다. 딸을,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완성해줄 존재로 보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그런 엄마들에겐 딸이 엄마의 내면에 잠재된 가능성이나 미래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딸과 일심동체가 되어 미래를 꿈꾸고, 그것을 통해 삶의 의욕을 얻고, 딸을 통해 자존감을 느끼며, 시시때때로 그녀의 삶을 엿보면서 살아갑니다. 나중엔 그것이 딸의 삶인지 엄마의 삶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됩니다. 딸의 인생을 빼앗고, 무엇보다 엄마 자신의 인생을 내팽개치는 위험천만한 모습이지요. 자기 자신과 자기 인생을 외면한 부모가 그 공허함을 보상받기 위해 자식에게 매달리기도 합니다. 자신에 대한 우울함을 자식에 대한 근심 걱정으로 대체하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자식 문제로 전전긍긍하면서요. 그럴 때 자식이 느끼는 인생의 무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오래 묵은 부모의 한, 부모의 꿈까지 짊어졌으니까요. 코끼리맘님, 물고 빨던 사랑스러운 자식이 당신의 품을 벗어나려고 하니 심장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허전하시지요? 한 시간 단위로 공부시킬 계획은, 제 눈에는 딸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자기 품에 가두고 싶어하는 엄마의 애절한 욕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아이를 붙들려 한다면 당신의 우려대로 아이는 엄마의 요구를 거부할 거고, 무엇보다 엄마에게 실망할 겁니다. 그러니 딸과의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감을 허용해주세요. 그리고 코끼리맘님은 당신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당신에게도 다양한 삶의 영역들이 있을 겁니다. 직장 일, 부부 관계, 그 밖의 수많은 인간관계, 그리고 자신의 취미, 미래 계획 같은 것들 말이지요. 그 삶의 영역들을 잘 가꾸고 그것을 통해 행복을 맛봐야 합니다. 딸의 사랑을 잃을까 그토록 노심초사하고 있다면 무엇보다 당신 내면에 돌봐야 할 어떤 심리적 측면이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미뤄두고 외면한 인생의 문제가 있는지 가만히 되돌아보세요. 그렇게 매시기 당신에게 주어지는 인생의 과제, 다시 말해 발달과업을 해결하고 완수해야 합니다. 발달심리학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나름의 발달과업이 있다고 이야기하지요. 그 과업을 잘 완수했을 때 우리는 한층 더 성장하고 성숙해집니다. 성숙한 엄마와 딸이 맺는 모녀 관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정되고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지면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blessmr@hanmail.net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박미라 마음칼럼니스트·<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