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공무관 입는 로봇 시범 도입

초점& 근골격계 부담 경감 효과에도 예산과 배터리 등 장벽 해결은 ‘숙제’

등록 : 2025-05-22 14:03
지난 14일 도봉구가 주최한 시연회에서 오언석 구청장(오른쪽)과 환경공무관이 입는 로봇을 착용하고 거리 청소를 하고 있다. 도봉구 제공

금천·구로 이어 도봉도 시연회
대당 수백만원 달해 예산 부담
업무 동작 맞춤형 제품 개발 필요
“작업 환경 재설계 병행해야 정착”

서울 자치구에서 환경공무관(환경미화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근골격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입는 로봇’ 시범 도입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입는 로봇은 범용적인 용도로 개발된 만큼 환경공무관의 업무에 최적화된 기능을 갖춘 것은 아닌 점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봉구(구청장 오언석)는 지난 14일 구청 광장에서 ‘입는 로봇 착용 시연회’를 열었다. 이날 시연회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시이에스(CES) 2024'에 참석해 로봇을 직접 착용해봤던 오언석 구청장의 제안에 따라 진행됐다.

도시청결팀은 국내의 한 입는 로봇 제조 스타트업의 도움을 받아 보행보조, 허리보조 등 두 종류의 입는 로봇을 동원해 환경공무관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보행보조 로봇은 청소차량이나 오르막길을 오를 때 다리에 걸리는 부하를 줄여주고 내리막에서는 무릎이 받는 충격을 낮춰주며 평지를 걸을 경우 에너지 소모를 20% 정도 감소시켜 피로도를 줄인다고 설명했다. 허리보조 로봇에 대해서는 20㎏ 물체를 들 때 체감 하중을 12㎏ 정도 경감시켜 8㎏ 정도로 느끼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입는 로봇을 착용한 오언석 구청장이 폐기물 봉투를 들어보고 있다. 도봉구 제공

이날 참석한 환경공무관 등 참석자들은 입는 로봇을 직접 착용한 뒤 걸어보고 폐기물 등을 들어올리는 등 체험을 했다. 일부 환경공무관들은 “현장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업무 능률이 높아질 것 같다”는 등의 착용 소감을 전했다.

구는 추가경정예산에 입는 로봇 도입 예산 약 1600만원을 편성했다. 예산이 통과될 경우 이르면 7월 보행보조 4대, 허리보조 4대 등 모두 8대의 입는 로봇을 구매해 거리 청소 담당과 대형폐기물 담당 환경공무관에게 보급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김미화 도시청결팀장은 “복수의 업체 제품을 비교해 최상의 제품을 선택할 계획”이라며 “시범운영 뒤 평가를 거쳐 장기적으로 근골격을 많이 사용하는 환경공무관을 대상으로 점차 확대할지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장기간 근무로 인해 무릎이나 허리 부상을 앓는 환경공무관들을 위해 입는 로봇 시범운영을 시작하게 됐다”며 “지역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일하는 환경공무관들을 위해 관련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구로구(구청장 장인홍)도 지난달부터 환경공무관을 대상으로 보행과 허리를 보조하는 통합형 로봇 5대로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구는 일정 기간 운영 뒤 추가 도입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서울 자치구 중 가장 앞서 금천구(구청장 유성훈)도 지난해 하반기 보행보조와 허리보조 통합형 입는 로봇 4대를 시범 도입했다.

자치구들의 이러한 연이은 입는 로봇 시범 도입에 대해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공공부문에서 입는 로봇 도입을 통해 환경공무관들의 근골격계 부담 경감과 질환 예방 노력을 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긍정 평가를 받아 중소기업 등 민간 영역의 도입으로도 확대돼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부상이 최소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입는 로봇을 착용한 환경공무관이 무거운 매트리스를 들어올리고 있다. 도봉구 제공

하지만 입는 로봇 도입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대당 수백만원에 이르는 비용 외에도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도봉구 시연회에 참석한 한 환경공무관은 “옷 위에 착용하고 복대로 고정해야 하는 만큼 거추장스럽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받았다”며 “적응하기에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또 작업복 위에 착용하는 만큼 무더운 여름에 흐르는 땀은 어떻게 할지, 교대 근무자가 많은 작업 현장 특성상 배터리 충전이나 관리가 원활할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 시범운영 결과 금천구는 근골격계 부담을 덜어주는 장점은 확실히 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입고 벗기 불편하고 배터리 충전이 불편하다는 공무관들의 평가에 따라 추가 도입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류현철 센터장은 “환경공무관들의 동작이나 작업 여건에 맞춰 개발된 제품이 아니라면 입는 로봇의 장점은 제한적이거나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환경공무관들의 작업 동작, 환경과 공정 등 재설계를 포함하는 작업 환경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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