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든 것은 숲으로부터 온다
등록 : 2025-05-22 13:53
마침 수락산 계곡 중 수려한 경관과 접근성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지던 동막골 기슭에서 적당한 위치를 찾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서울에 있지만 시야를 가리는 회색 빌딩은 전혀 보이지 않고, 숲속에 있지만 2㎞ 거리에 지하철역이 있어 오가기도 쉽다. 이곳은 자연휴양림의 매력을 서울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산림 복지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서울 최초라는 상징성이나 의미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최상의 휴식을 만끽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그래서 명칭도 ‘쉼’을 표기했다. 시끌벅적 캠프파이어와 바비큐 파티도 재미있지만 휴식을 방해할 수 있기에 제한하는 대신 감성적인 불멍과 레스토랑으로 대체했다. 호텔급 객실에 누운 채로 별을 바라볼 수 있는 각도에 천창을 내고, 티브이(TV)는 없앤 대신 감성적인 엘피(LP) 턴테이블을 뒀다. 7월 정식 개장을 앞둔 수락 휴는 사실 민선 7기 초반부터 구상하던 일이다. 민선 8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야 완성됐음에도 여전히 서울 최초의 사례일 만큼 전례 없는 발상이었으며, 오래 걸린 만큼 많이 연구하고 꼼꼼히 따져본 노력의 세월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 고민과 노력의 결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숙박이 가능한 복층 구조의 트리하우스로 구현됐다. 최고 지상 14m 높이의 트리하우스 3개 동은 어린 시절 한번쯤은 꿈꿔봤을 나무 꼭대기 오두막집의 로망을 자극한다. 트리하우스를 비롯한 18개 동 25개 객실을 둘러싼 자연휴양림에서의 하루는 노원이 그간 일궈온 힐링과 문화 역량의 총화다. 그리고 동시에 자연과 문화는 어떻게 세대도 계층도 성별도 구분하지 않는 보편적 복지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필자의 답이기도 하다. 세상 대부분의 일은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했다. 아무리 들어봐야 한 번 실제로 보는 것만 못하다. 그러나 숲에서는 한 번 보는 것으로 부족하다. 아니, 스치듯 본 것으로는 알 수 없다. 숲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지, 도시의 삶 속에 우리는 무엇을 잊고 사는지. 그래서 백견불여일‘휴’(百見不如一休)라 말하고 싶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숲에 몸을 맡기는 휴식을 통해 차오르는 기운은 그 어떤 진귀한 보약과도 비교할 수 없다. 수락산 자연휴양림을 시작으로 서울시민들에게 여가의 새로운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오승록 노원구청장
트리하우스 조감도. 노원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