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미래를 여는 역사 공간 ‘근현대사기념관’
2016년 3·1운동 발원지로, 독립정신과 민주주의 성지에 역사기념관 열어
광복 80주년 맞아 이준, 손병희, 여운형 등 선열 기리는 특별전 개최 예정
등록 : 2025-05-22 13:38
근현대사기념관 상설전시실에서 해설하고 있는 장원석 학예실장(오른쪽)과 신운용 안중근평화연구원 교수.
장원석 실장이 상설전시실 입구에 있는 독립운동가 어록 모음을 설명하고 있다.
근현대사기념관에서 발간한 상설전, 특별전 도록과 체험교육 교재.
전시실을 돌아보면서 신운용 교수는 “동학운동은 성리학 기반 신분제 폐지와 ‘인내천’(평등사상)을 천명하면서 ‘근대’의 출발점이 됐다”고 설명하고 “4·19, 5·18, 6·10, 촛불혁명, 빛의 혁명으로 이어지는 시민 저항의 역사는 바로 우리 몸에 동학의 정신이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B존은 디지털 영상을 통해 소년기에 8·15 해방을 맞은 주인공이 청년이 돼 4·19혁명을 직접 겪은 뒤 체험 속에서 깨달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아버지에게 편지 형식으로 전한다. C존에서는 해방 후 활발하게 간행된 ‘국제정세와 민족주의’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투쟁사’ ‘김구’ ‘여운형 선생 투쟁사’ 등 출판물과 ‘독립정신을 계승한 민족국가이며, 정치적으로는 국민주권이 보장된 민주공화국이고 사회경제적으로 균등을 지향한 평등국가’임을 규정한 대한민국 제헌헌법 전문이 실린 ‘관보’ 제1호(1948년 9월1일)도 볼 수 있다. 야외 전시물도 있다. 우리 민족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선열들의 뜻을 기릴 목적으로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2016년 8월15일 광복 71주년을 맞아 건립한 ‘독립민주기념비’, 강북구에 잠들어 있는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독립, 민주, 통일정신을 기리기 위해 강북구민들이 뜻을 모아 2018년 12월24일 건립한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흉상’이 그것이다.
근현대사기념관 입구 전경.
기획전시실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신운용 교수(왼쪽부터), 윤경로 관장, 장원석 실장.
“역사의식 없으면 내란 반복돼” 근현대사기념관은 이러한 특별전시와 더불어 세대별 다양한 교육,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상설 교육 프로그램으로 초등학생 대상 ‘어린이 역사교실’과 중고등학생 대상 ‘청소년 역사교실’이 있으며, 일반인들을 위한 ‘독립민주시민학교’가 매년 주제를 달리해 열린다. 또한 3·1절, 4·19, 8·15 등의 역사적 기념일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참가하는 다채로운 역사 체험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근현대사기념관의 발전을 위한 바람을 묻자 윤경로 관장은 “강북구가 오래전부터 역사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해 주요 사업으로 근현대사기념관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며 “강북구에 잠들어 계신 독립, 민주 선열들이 남긴 역사적 뜻을 생각하면 그에 걸맞은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근현대사기념관을 비롯해 독립운동가를 선양하기 위해 건립된 현충 시설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의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원석 실장은 “서울시의 경우 지자체 조례에 의해 민간 위탁 기간이 3년으로 돼 있어 기념관이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조례 개정 혹은 민간 위탁에 관한 법령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행인 것은 개관 이래 지금까지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전·현직 구청장들 덕분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정치적 외풍 없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기념관을 운영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강북구 관계자는 “기념관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보장해왔다”고 밝혔다. 근현대사기념관을 둘러본 뒤 신운용 교수와 함께 광화문에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선 12·3 계엄 3일 뒤부터 두 달간 조선일보사와 함께 ‘나의 보물, 우리의 현대사’ 특별전이 열렸는데 지금은 국립청주박물관과 국가기록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함께 ‘광복 80주년 기념 공동기획전’을 열고 있었다. 역사박물관을 둘러본 신 교수는 “역사와 대화하며 미래를 열어야 할 역사 공간들이 뉴라이트 사관에 의해 소리 없이 편집되고있다”며 “우리 근현대사는 민주주의사(史)가 중심이 돼야 한다.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모호한 기획전과 상설전시로 무슨 역사와대화할 것이며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독립기념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포함해 많은 근현대 역사박물관의 운영 실태와 콘텐츠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근현대사기념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돌아본 소감을 묻자 신운용 교수는 “오랜 기간 누적돼온 독재와 비리, 무능 끝에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정권을 넘겨받은 김대중 대통령은 디지털 기반 지식과 문화가 살길이라며 전자·통신, 문화콘텐츠 사업에 집중했고, 그 결과 세계가 부러워하는 ‘디지털·케이(K)-콘텐츠 강국’이 탄생했다. 산업화의 신화에 매몰돼 개발과 성장을 빌미로 생명·인권·자유·평등을 뒤로 미뤄도 된다는 망상이 국가철학이 되는 순간, 시민은 언제든 권력의 총구 앞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을 역사는 경고하고 있다”고 답했다. 글·사진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