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행복의 뿌리를 찾아서

등록 : 2025-05-08 13:50 수정 : 2025-05-0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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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우거지는 가정의 달 5월,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꽃들과 연둣빛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은 잎들이 어우러진 계절이 찾아왔다.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부부의날까지 우리 삶의 바탕인 가족을 기억하고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으로 가득하다. 가정은 사회의 기본단위다. 사랑을 배우고 이해와 포용으로 관계를 맺으며 정체성을 형성하는 출발점이다. 그래서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 전체가 건강해진다.

최근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가족 형태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 근본적인 가치와 의미는 변함이 없다. 1인 가구,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등 새로운 가족 형태가 등장했어도 정서적 지지와 공동체 의식은 현대사회의 고독과 소외 속에서 오히려 더욱 빛나고 소중해졌다.

과거에는 대가족이 사회의 뿌리였다면, 이제는 이웃과 지역사회가 확장된 가족으로서 그 역할을 나눠야 할 때다. 뿌리가 약한 나무는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고 아무리 많은 영양분을 받아도 시들어버린다. 개인과 사회도 가족이라는 뿌리가 있어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기능이 예전보다 약해진 만큼 이웃과 지역사회가 그 역할을 보완해야 하기에 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우리 구는 ‘꽃의 도시 동대문구’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건강한 뿌리에서 싱싱한 꽃이 피어나듯 가족이라는 뿌리가 있어야 공동체도 활짝 피어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우리 구는 이러한 비전을 구현하고자 동네 구석구석에 꽃길을 조성해 일상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공원을 정비해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 공간을 마련했으며, 주민 참여형 봄꽃축제로 이웃 간 교류의 장을 넓혔다.

그러나 물리적 환경은 기반일 뿐 그 안에서 사람들의 만남과 대화가 이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아름다움이 완성된다. 아무리 꽃이 만발한 공원도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정겨운 대화가 없다면 생명력을 잃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공간이라는 외형과 사람 간의 관계라는 내면,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가꿔나가는 데 중점을 뒀다.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서로를 그리워하듯 이웃 간에도 그러한 정서적 유대가 형성되길 바랐다. 시설과 환경이라는 하드웨어와 관계와 소통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행정은 행복을 직접 만들지 못한다. 행정의 노력만으로 진정한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없다. 하지만 행정은 이웃이 서로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 될 수 있는 환경과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옆집의 안부를 묻고 마주친 이웃의 표정을 살피며 인사를 건네는 작은 관심에서 혈연을 넘어선 관계가 시작된다. 한분 한분이 서로에게 가족 같은 존재가 되어주려는 작은 실천이 모여 비로소 온기 있는 지역사회가 만들어진다.


영국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는 ‘가정이야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라고 말했다. 전통적 혈연 가족이든, 이웃과 함께하는 확장된 가족이든 그 본질은 서로를 배려하고 위로하며 함께 성장하는 데 있다. 서로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주고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나눈다면 그 형태가 어떠하든 그것이 바로 가족이다.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나누며 서로의 성장을 돕는 가족의 본질적 기능은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중요하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 혈연 가족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하고 이웃에게는 따뜻한 관심을 베풀어보자. 작은 배려가 모이면 더 행복한 가정,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서는 햇빛과 물뿐 아니라 튼튼한 뿌리와 생태계와의 조화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도 가족이라는 토대 위에 서로의 존중과 배려를 더할 때 모두가 행복한 도시로 화려하게 만개할 것이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

구청 광장에서 열린 육아데이 캠페인 모습. 동대문구 제공

사진 동대문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