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따뜻한 나라 한국의 인간미

외국살이 서울살이 l 료가문(중국 홍콩)

등록 : 2025-04-24 14:57 수정 : 2025-04-24 15:02
서울 유학 생활을 하며 한국인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외국살이 서울살이’는 서울살이를 하는 외국인들이 겪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진솔하게 터놓는 열린 발언대입니다. seoul01@hani.co.kr로 투고 환영합니다. 편집자주]

한국 유학을 선택했다는 말에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왜 하필 한국이야?” “미국이나 유럽처럼 더 나은 선택지가 있지 않냐”고. 하지만 나는 한국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서울 사람이 냉담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친구를 만나러 가다가 지하철에서 쓰러져 머리를 부딪혀 부어올랐다. 그때 한 여대생이 자리를 양보해주고 열차에서 같이 내려 지하철 역무원을 찾아 봐주었다. 같이 구급차를 기다리면서 물도 사줬다. 그날을 계기로 서울 사람들이 생각보다 차갑지 않다는 것, 오히려 따뜻한 온기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인을 통해 남자친구를 만난 이후, 우리는 연애 초반부터 집 근처에 있는 맛있는 고깃집에 자주 다녔다. 시간이 흘러 남자친구가 군 입대를 하고, 나는 이사를 가게 되는 등의 여러 이유로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그 고깃집에 가지 못했다. 그러다 휴가 나온 남자친구와 함께 고깃집을 다시 방문했을 때 놀랍게도 사장님은 우리를 기억하고 계셨다. 사장님은 친근하게 이야기를 건네며 고기도 구워주고 서비스도 아낌없이 주었다. 사장님은 최근 왜 자주 안 오게 됐냐고 물어봤다. 이에 나는 “이번에 남자친구가 군대 휴가 나와서 온 거고, 저도 이사 가서 자주 오지 못했어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사장님은 고기를 구우면서 자신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때 나눴던 고깃집에서의 소소한 대화 속에서 사장님의 인간미를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단순한 식사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 공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일본 애니메이션 동아리에 가입했다. 그전 동아리 회원 중 외국인이 없었고 나와 내 친구들만 외국인이었기에 혹시나 차별을 겪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동아리 회원들은 우리를 따뜻하게 반겨주었고 적극적으로 함께 어울려주었다. 지난해와 올해는 함께 알림제 부스를 운영하며 협력했고 엠티에도 함께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한국 대학 문화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고, 취향과 관심사가 잘 맞는 친구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인 친구에게 왜 외국인이 한국 사람들을 차갑게 느끼게 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친구는 “외국인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외국인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몰라서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외국인이 먼저 용기 내어 말을 걸면, 그제야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외국인이 먼저 다가갈 때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글·사진 료가문(중국 홍콩)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