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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고충민원 해결은 옴부즈만으로”

사람& 조덕현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민원심의관

등록 : 2025-04-10 13:34 수정 : 2025-04-10 13:42
조덕현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민원심의관.

서울 22개 자치구 등 지자체 설치
권익위 연계해 여러 기관 협력도
비용 없이 주민 억울함 해소 가능
사는 지역 가까워 접근성도 좋아

“옴부즈만은 주민들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억울함이나 불만을 해소할 수 있어 정말 유용한 제도입니다.”

16년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서 옴부즈만 업무를 했던 공직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옴부즈만에 대한 모든 것을 책으로 펴내 화제다. ‘옴부즈만, 고충민원 해결사’(유리창 펴냄)를 쓴 조덕현 고충민원심의관(국장)이 그 주인공이다.

옴부즈만이라는 제도는 들어봤지만 막상 이를 활용하기에는 막막해할 주민들을 위해 조 심의관을 만났다. 그는 옴부즈만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주민의 친구이며 고충민원 해결사’라고 강조했다. 일반민원은 주민이 행정기관에 대해 행정 처리를 요구하는 일인 데 반해, 고충민원은 행정기관 등의 위법 부당하거나 소극적인 처분, 불합리한 행정제도로 인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과 부담을 주는 데 대한 민원이라고 설명한 뒤 옴부즈만은 바로 고충민원을 해결해주는 제도라고 언급했다. 우리나라에는 대표 옴부즈만 격으로 권익위가 있고, 지방자치단체에는 관할 구역의 고충민원을 처리해 주는 시민고충처리위원회가 있다고 말했다.

“옴부즈만은 1994년 국민고충처리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됐는데 2008년 이후 권익위로 명칭이 변경돼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주민들의 고충민원 처리를 위해 전국 94개 지자체에 설치된 시민고충처리위원회가 있는데 광역자치단체는 서울시 등 11곳, 기초자치단체는 서울 중구 등 83곳에서 운영 중입니다. 서울 자치구 25곳 중 22곳에서 설치돼 있습니다. 국민고충, 시민고충, 구민권익 등 명칭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모두 옴부즈만인 거죠.”

주민들의 고충민원이면 무엇이든 처리할 수 있을까? “예를 들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기존 제도로는 해결하기 애매하다든지, 여러 기관에 걸쳐 있는 업무여서 한 기관에서 책임지고 해결할 수가 없다든지 하면 일단 문을 두드려볼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조 국장은 귀띔했다. 지난해 한 광역시 민원인이 횡단보도 인근에 전주, 통신주, 가로등, 신호등, 가로수 등이 불과 5m 안에 무분별하게 설치돼 있어 상가 영업과 행인 불편에 방해되니 옮겨달라는 고충민원을 권익위에 제기했다. 시청, 구청, 한국전력, 경찰서, 민간 통신 회사 등 소관이 다양했지만 권익위는 기관들이 협업할 수 있도록 현장 조정을 추진해 지난해 12월 민원을 해결해줄 수 있었다.


주민 입장에서 옴부즈만의 가장 큰 장점은 뭘까? 그는 비용 없이 고충민원을 처리해주기 때문에 특히 경제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유용하다는 점과 주민들이 사는 지역에 고충민원을 접수할 수 있기에 접근성이 높은 점을 꼽았다. 즉, 자치구에 설치된 시민고충위원회에 민원을 내더라도 필요할 경우 중앙기관인 권익위로 옮겨 처리해주기에 접근하기 편한 기관에 제출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주민 입장에서 소소한 불편사항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옴부즈만이야말로 주민이 주인 되는 지방자치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고 그 결과 행정기관의 문턱을 한층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자체 입장에서도 옴부즈만은 적은 비용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 ‘저비용, 고효율’의 행정을 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공급자 위주의 행정을 주민 위주로 전환한다는 의미도 지니고 ‘적극행정 면책규정’을 적용해 공무원들의 소극행정이나 복지부동에 따른 국민 불편도 해소하는 동시에 공무원들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조 심의관은 “옴부즈만 제도가 잘 운영되기 위해 담당자는 여러 가지 덕목을 지녀야 하는데 제3자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고충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공정성과 청렴성 그리고 전문성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민원인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소통의 자세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공직에 입문했던 초기 서기관으로 고충민원 조사관 업무를 할 때의 이야기도 털어놨다. 그는 16년간 중앙일간지 기자 생활을 거쳐 서기관으로 옮긴 흔치 않은 이력을 가졌다. 그는 기자로서 취재하러 다니던 것과 마찬가지로 고충민원 조사관 업무를 하면서 신나게 민원인을 만나러 다녔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현장 업무를 ‘주무관’들이 주로 하다보니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상으로 서기관이라고 얘기했는데도 주무관으로 잘못 이해하고 미안해하는 일도 흔했다고 웃었다. “공직에서 서기관은 4급 공무원으로 꽤 높은 직급이라 민원서류를 들고 민원인을 만나러 다니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던 거죠.” 그는 권익위에 서기관으로서 현장조사관 활동을 하는 직원이 50명 정도 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공직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로 특별법 제정까지 이끈 일을 꼽았다. “2020년 수해 당시 강원도 철원군 이길리 주민들이 지뢰 유실 탓에 불안해 살 수가 없다는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전국 실태를 조사해보니 무려 38개 지역에서 지뢰 통제구역으로 민간인 접근을 금지해놨을 뿐 지뢰 매설 실태조차 주민에게 공개돼 있지 않더군요. 이에 지뢰 매설 현황을 주민에게 공개하는 한편 민간기업도 나서서 지뢰 제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방부에 권고해 2024년 특별법까지 제정됐습니다. 옴부즈만은 이처럼 필요하다면 법 제정이나 개정을 해서라도 시민 고충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입니다.” 조덕현 심의관은 권익위에서 고충민원조사관과 경찰민원과장, 국방보훈민원과장, 사회제도개선과장을 지냈으며 오는 6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그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옴부즈만 관련 일을 찾아 주민자치에 기여해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글·사진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