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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산불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
“공동주택 밀집한 서울 산, 가연성 물질 많아 인명 피해 우려”
서울시, “인왕산 산불 후 예산 3배 투입, 관리 수준 높아져”
등록 : 2025-04-10 13:18 수정 : 2025-04-10 15:26
2023년 4월2일 오후 산불이 발생한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소방헬기가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왕산 산불 뒤 서울의 산불 대책은 달라졌을까. 서울시 관계자는 “인왕산 산불 직후 관계 기관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종합적인 평가와 개선책을 논의했다. 산불 이전에 비해 3배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서울 산불관리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을 5개 권역으로 나눠 각각 공원 여가센터에 개인 진화 장비를 비축해 가까운 곳에서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또 산불 발생 위험지역 47곳을 지정해 특별 예찰 등 집중관리를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서울시 설명에 따르면 고압수관 장비보관함을 산 곳곳에 설치해 야간 진화도 가능하게 됐고 소방차가 분사하는 물이 고지대까지 도달하도록 했다. 또 둘레길 산책 인구가 폭증하자 산불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지하철, 옥외전광판, 관공서 엘리베이터 등 4천여 곳에 적극적인 캠페인 영상과 메시지도 내고 있다. 또 2018년부터 산불 용의자를 찾아내고 사람이 지나가면 자동으로 산불 주의 안내방송도 하는 태양광 블랙박스형 폐회로티브이(CCTV) 216대를 주요 산에 달았고 올해도 200대를 더 늘리는 중이다. 한국전력과 협약을 맺어 송전탑 시설에 산불감시 장비를 달아 신속 대응 체제를 갖췄고, 산속에 있는 절 등 위험지역은 친환경 산불지연제를 살포한다.
서울시의 드론 진화 훈련 모습. 서울시 119 특수구조단 제공
“서울 특성 맞는 계획 있어야” 영상으로 산불을 감지해 자동으로 드론이 발화지점으로 날아가 휴대폰으로 실시간 전송하고 진화도 하는 인공지능(AI) 소방시스템은 지난해 노원구와 구로구에 도입했고 올해는 관악구와 은평구에도 도입할 예정이다. 한편, 각 구는 밀집 주거지에 인접한 3~7개의 크고 작은 산을 포함하고 있어, 해마다 봄가을 산불방지대책본부를 꾸려 화기 및 인화·발화물질 소지를 단속하고, 영상·펼침막·포스터를 활용해 산불 예방 홍보는 물론 첨단 장비를 활용해 관할 소방서, 경찰서, 군부대, 보건소 등과 합동 진화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더욱 적합한 ‘서울형’ 산불관리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후변화로 도심 산불의 양상을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인구가 밀집해 있고 화재 위험물과 문화재가 가득한 서울 산불은 큰 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는 탓이다. 김동현 교수는 서울 산불 대책에 대해 여러 가지 보완책을 주문했다. 그는 “서울 산에는 등산객이 많은데 자치구마다 둘레길과 샛길을 정비하고 있으나 아직도 좁고 경사가 가파른 등산로가 많아 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그렇다보니 산불이 나면 연기 속에 갇히거나 대피하다가 다칠 수 있다. 그래서 산 곳곳에 대피공간이 있어야 한다. 또 아파트나 주유소, 엘피지(LPG) 등 가스저장탱크 같은 위험 시설들이 산 바로 밑에 있는 곳은 위험지구로 설정해 산불이 넘어오면 자동으로 물 뿌리는 장치 같은 걸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또 소방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골목에 고속도로처럼 바닥에 ‘여긴 1t 가능, 여긴 2.5t 가능’ 식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소방관들의 진입 판단이 쉬워지고 진입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소방차의 회전 공간을 만들어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이어 “산림청 대책은 많이 있지만 중요한 건 지역 특성을 고려한 대피를 포함한 맞춤형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어디가 위험하고, 불났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세부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역 특성을 고려한 계획은 아직 요원하다. 정성철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예방연구실장은 “여력이 안 돼 아직 서울 지역만 따로 연구하지 못하고 있다. 인왕산 산불처럼 도심형 산불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어 그런 방향으로도 연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치구 중 유일하게 노원구가 2020년 구 의회 주도로 ‘노원구 산림 인접지 화재관리 대책 수립’ 보고서를 낸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한편, 산불 2년이 지났지만 산불 전과 같은 현장 복구는 갈 길이 멀다. 홍제동의 한 아파트 주민은 “산불 이후 입주민 대책회의를 열어 원상복구를 바라는 주민들의 의견을 내는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2년 전 불에 탄 곳이 아직도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산림청에서 실시한 ‘인왕산 산불 피해지 생태복원 타당성 평가 용역’ 결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덩굴류 제거, 움싹 관리, 종자 파종 및 어린나무 식재로 자연식생 유입을 유도하고, 토사 유출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해는 주민 공청회와 환경단체, 전문가가 참여한 현장 점검도 마쳤고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복원 공사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