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질주하던 동대문운동장

Now Then 동대문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등록 : 2016-04-06 18:40 수정 : 2016-04-27 15:35
1958년 11월 한 언론사 주최로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오토바이 경기 모습. 국가기록원, 기억발전소 제공

2016년 서울운동장은 동대문운동장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8년 철거된 뒤 그 자리엔 현재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들어섰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동대문에서 자동차 정비 일을 하는 이현철(67)씨는 9살 때 봤던 서울운동장 경기를 잊지 못한다. 서울운동장은 2008년 철거된 동대문운동장의 옛 이름이다. 보통은 고교 야구의 뜨거웠던 열기나 세계적인 선수들의 축구 경기를 떠올리지만, 이씨에겐 아버지와의 남다른 추억이 있다. 이씨의 아버지는 일찍부터 ‘메구로’(MEGURO)라는 일제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을 누볐다. 1950년대 전국적으로 오토바이 인구가 늘면서 선글라스와 철모를 쓰고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남자들의 로망이었다. 1958년 겨울, 이씨의 아버지가 아침부터 부산하게 채비하고 아들과 서울운동장을 찾았다. 운동장에 들어서니 매캐한 엔진 냄새와 함께 수십 대의 오토바이들이 운동장을 빙빙 돌고 있었다. 한 신문사가 주최한 오토바이 경기였다. 서울운동장에서 야구나 축구가 아닌 오토바이 경주가 펼쳐지는 광경이 이씨에겐 낯설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힘센 경주마처럼 박력 넘치는 오토바이의 질주에 모래바람이 자욱하게 일었고, 어린 소년은 잔뜩 들뜬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비싼 입장료에도 관중이 몰릴 만큼 인기가 높았던 오토바이 경기는 국제대회로까지 발전하는 듯하더니, 언제부턴가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박소진 기억발전소 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