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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구민이 부럽다” 어린이 전문 보건소

서울 최초 어린이 종합건강관리센터 개설 후 2800명 이용·반년 치 예약

등록 : 2017-04-06 16:19
양천구보건소 1층에 자리한 ‘아이원건강센터’는 양천구가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마련한 어린이 종합건강관리센터다.

영·유아부터 만 12살까지 양천구에 사는 어린이라면 기본 발육 상태는 물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아토피 질환까지 성장 단계별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7월 개설 후 지금까지 2800여 명의 어린이가 다녀갈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이원건강센터의 서영희 간호사는 “평일에는 어린이집·유치원의 단체 방문이 많다. 이미 올 상반기까지 단체 예약이 마감되었다. 평일 시간 내기가 어려운 엄마·아빠를 위해서는 둘째·넷째 토요일마다 원스톱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빈틈없이 빽빽한 예약 일정표를 보여주었다. 일반 병원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한 번에 아이들의 필수 건강검진과 상담을 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중·노년층의 전유물이던 동네 보건소가 아이들의 건강 지킴이로 거듭난 것이다.

아이원건강센터의 자랑인 어린이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체험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양천구보건소의 문을 두드렸다. 기자의 7살 딸이 체험에 참여했다.

체성분 검사 검진은 기초 설문조사부터 시작한다. 딸아이의 신체활동과 식습관에 대한 문진표를 꼼꼼히 기록하는 동안 아이는 자동신장계에 올라섰다. 키 108㎝, 몸무게 20㎏. 이어 체성분분석기로 체지방과 근육 정도를 측정한 후, 시력 검사와 소아 당뇨 검사를 위한 혈당 측정까지 검진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딸아이는 어린이집에서 키 순서 1, 2번을 다툴 만큼 작은 편이지만, 잔병치레도 없고 통통한 편이라 건강만큼은 큰 걱정이 없었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건강 상담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몸무게와 근육량은 정상 범위인데 키에 비해 체지방이 너무 많아서 빨간불이 들어왔어요.” 이해정 영양사의 설명에 결과지를 들여다보니, 소아비만도 112% ‘과체중’, 체지방률 25.6% ‘경도비만’으로 표시되어 있다. 종합성장점수는 76점, 정상 기준인 80점보다 낮아 앞으로 6개월마다 추적 관리를 받아야 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지금껏 키와 몸무게 같은 양적 성장만 신경 쓰느라 몸의 질적 균형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는 자책이 밀려들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꿔야 할까?

내 고민을 읽은 이 영양사는 가장 먼저 식생활 개선을 제안했다. “아침밥으로 시리얼을 먹고 있는데 시리얼은 당분이 많아서 지방으로 변하기 쉬워요. 밥이 제일 좋지만 아침 준비가 힘들다면 시리얼을 달지 않은 제품으로 바꾸셔야 합니다. 동시에 아이의 활동량을 늘려야 해요. 체지방 대신 근육량을 키울 수 있도록 운동이나 야외 활동 시간을 많이 주세요.”


아이원건강센터의 건강 상담 역시 맞춤형이다. 부모에게는 자녀의 성장·영양 상황에 맞는 식단을 제시하고, 아이에게는 골고루 먹는 방법을 일러준다. “우리 친구, 사과 잘 먹어요? 안 먹어요? 딸기는 먹어요? 수박은?” 평소 과일을 싫어하는 아이는 영양사의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자전거 바퀴가 울퉁불퉁하면 자전거가 잘 달릴 수 없겠죠. 우리 몸에 있는 식품 구성 자전거도 마찬가지예요. 몸에 필요한 6가지 식품군을 고르게 먹을수록 자전거 바퀴가 동그래져요. 우리 친구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을 수 있나요? 약속!” 어느새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같은 날 세 아이와 함께 아이원건강센터를 찾은 김금순(43)씨는 “아이들 발육과 영양 상태가 궁금해서 왔는데, 엄마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눈높이에 맞게 상담을 해줘서 좋다. 아무래도 엄마의 잔소리보다는 영양사 선생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니 더 잘 듣는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ADHD 검사 성장과 영양 상태에 대한 검진이 끝나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선별 검사에 들어간다.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가리는 설문조사를 통해 고위험군을 먼저 선별한다.

서영희 간호사는 “새 학기가 되면 에이디에이치디 검사를 의뢰해오는 학부모들이 많다. 검사 결과 고위험군으로 파악되면 보건소 내 정신건강증진센터로 연계해 집중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소 도포 에이디에이치디 검사를 무사히 통과하고 보건소 2층 구강보건실로 향하니 불소 도포가 기다리고 있다. 불소 도포는 아이원건강센터의 유일한 유료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비용이 4890원으로 시중 병원보다 매우 저렴하고 양치질 교육까지 함께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아토피 질환 상담 둘째·넷째 토요일에만 운영하는 아토피 질환 상담실에서는 이대목동병원 전문의의 무료 진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아토피 질환이 의심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피부 반응·혈액 검사 등 정밀검사를 시행하고, 증상이 심한 아이들에게는 보습제를 지원하기도 한다.

체성분 분석부터 영양 상담, 에이디에이치디 검사, 불소 도포, 아토피 질환 상담까지, 한자리에서 소아청소년과, 신경정신과, 치과, 피부과 진료를 마친 셈이다. 집으로 가려는데 서 간호사가 메모지를 준다. ‘디피티(DPaT) 5차, 폴리오 4차, 엠엠아르(MMR) 2차’. 초등학교 입학 전 맞아야 하는 필수 예방백신 중 접종을 깜빡 놓친 백신들이었다. 가정에서 빠뜨린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겨주는 아이 건강 지킴이, 동네 보건소가 좋다.

글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사진 조진섭 기자 bromide.js@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