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처럼 순환하는 삶을 경작한다
도시농업 게릴라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땅과 사람, 사회를 살리는 세상 꿈꿔
등록 : 2017-03-16 15:02
우수인 지난달 18일 구산동 본부 농장에서 열린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총회 풍경. 텃밭김치요리 페스티벌을 열어 회원들이 기른 채소로 담근 김치와 장아찌 등도 선보였고, 함께한 회원 가족의 장기자랑 시간도 있었다.
고도넷은 김재광·안병덕·김명원·김희수 등 도시농업 게릴라들이 2011년에 결성했다. 생태순환농업으로 내 주변부터 땅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고, 사회도 살려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화학비료·농약·비닐을 쓰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음식 찌꺼기나 농업 부산물 등을 퇴비로 만들어 땅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생산에 그치지 않고 장터를 조성해 농작물과 가공품을 이웃과 나누고 소득도 올리기로 했다. 수준별 농부학교를 세워 이런 삶을 이웃들에게 확산시키는 일도 하기로 했다. 결성 첫해 6개 농장이 결합해 ‘풍신난 도시농부 장터’를 열고, 도시농부 학교를 운영했다. 이듬해 봄 씨앗나눔 잔치를 열었고, 2013년엔 도시농업 전문가 양성 과정을 출범시켰으며, 도시장터 마르쉐에도 진출했다. 2014년엔 어린이 농부학교를, 2015년엔 고양 청소년 농부학교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소설가 김한수 님이 이끄는 어린이·청소년 농부학교는 2015년 경기도농림진흥재단이 주최한 경기도 도시텃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고양시는 도시농업축제를 열어 고도넷을 지원했다. 지난해 회원 농장은 11개로 늘었다. 숙원이던 본부 농장과 비닐하우스 교육동도 마련해, 교육과 실습을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그사이 축적된 생태농업 기술로 소출도 많이 늘렸으며, 차와 효소·청·발효주 등 각종 가공 상품을 개발했고, 다양한 시장에도 진출해 적지만 의미 있는 소득도 올렸다. ‘가좌 농장’에선 달걀 펀드를 출범시켜, 건강한 닭과 달걀을 자급할 수 있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김재광(노루뫼 농장), 김명원(가좌 농장), 안병덕(벽제 농장), 김한수(자유 농장), 이상린(찬우물 농장) 등은 이제 생태순환 농사를 전업으로 삼게 됐다. 이 과정에서 도시농부들은 소농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는 믿음을 재확인했다. 가장 중요한 건 일자리 문제.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일자리는 지속해서 줄고 있다. 급격한 노령화와 세계 최고의 노인 취업률은 그나마 부족한 청년의 일자리를 없애고, 노동시장에서의 공급 과잉은 일자리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렸다. 그렇다고 노인 빈곤율이 세계 최고인 현실에서 노인의 취업을 억제할 수도 없다. 이에 대한 탈출구를 완주로컬푸드는 보여줬다. 전주 시민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온 완주로컬푸드의 2500여 회원 농가의 연간 평균소득은 1200만원에 이른다. 회원들은 대부분 장·노년층으로 500~1000평을 경작하는 소농이다. 노령연금을 포함하면 2인 가구의 월소득은 150만원 정도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농촌에선 자립할 수 있는 규모다. 완주 노인들의 자존감과 행복감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도농 화합형 노년층 일자리 창출에 적합 현재 휴경지는 1억2000만~1억5000만 평이다. 가구당 500~1000평씩 배분할 경우 20만~30만 가구에게 돌아가는 규모다. 게다가 휴경지는 고령으로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면서 가파르게 늘고 있다. 도회지 주변 농촌의 부재지주(농지에 살고 있지 않은 땅임자) 경작지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정부가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을 지원하고, 적절한 농지정책을 편다면 도농 화합형 일자리를 대거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다. 노년층의 국가 복지정책이나 자녀에 대한 의존도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고도넷 농부들의 꿈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청장년기엔 도시의 산업 전선에서 일하고, 장·노년이 되어선 도시 인근 농촌에서 생태농업을 하다가, 손을 놓을 때쯤 퇴직한 자식들이 그 자리로 돌아오고! 자연의 순환처럼 우리네 삶의 순환도 완성되는 그런 꿈이다. 글·사진 곽병찬, 김재광 농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