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우선 아이의 분노를 들여다보세요
아빠와 갈등으로 집 나가 따로 사는 딸 둔 엄마 “어찌해야 할지”
등록 : 2017-03-02 14:57 수정 : 2017-03-03 17:55
인간관계에서 화해나 평화, 용서 같은 결과를 우선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절차의 합당함과 옳고 그름을 공정하고 명백하게 밝히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어찌어찌 해서 관계가 좋아졌다면 과거의 불편한 일 따위는 문제 삼지 않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따져서 진지한 사과와 평가가 있어야 마음을 푸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지요. 추측건대 김연희 님은 전자에, 따님은 후자에 해당하는 분 같네요. 더구나 10대 후반의 청소년이라면 논리적인 사고가 발달하고, 원칙적으로 무엇이 더 옳은가를 생각하는 시기입니다. 또 이상주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주변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일 수 있습니다. 따님의 관점에선 아빠는 물론이거니와 엄마의 태도도 이해되지 않을 겁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부모의 불화와 부재로 딸의 가슴속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지속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사실 부모의 싸움은 아이들에게 지진이나 해일 등의 천재지변처럼 공포스러운 것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에선 세계의 중심이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엄마는 어느새 아빠를 이해했고, 심지어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과거 따님이 엄마 편이었다면 배신감도 느꼈을 거예요. 딸아이는 아직도 아빠와 불화하고 있으며 아빠를 용서하지 못했는데, 용서하지 못한 사람을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는데 가족들은 자신을 이상한 애로 손가락질합니다. 결과적으로 가족 내 따돌림의 대상이 된 겁니다. 우리 문화는 화해나 용서를 성숙한 태도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따지는 행동은 경직되고 미숙한 태도로 흔히 평가합니다. 김연희 님 역시 따님의 행동을 ‘혼자만 잘났다’고 하는 철없는 짓쯤으로 여기시나 봅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선 아이의 분노를 절대 풀어줄 수 없습니다. 딸의 행동이 나보다 미숙하고 철없다고 생각지 마시고 나와 다르다고 생각해보세요. 다르다는 건 내가 함부로 추측하거나 평가할 수 없으며, 상대에게 직접 물어봐야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딸에게 미안해하는 것도, 사과조차도 엄마의 추측으로 하지 마시고, 어떻게 해주기를 원하는지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그 아이만의 독특한 생각 회로에서 나온 자기만의 의견이 있을 겁니다. 책임 추궁을 당하는 느낌이라 힘드시겠지만, 아이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세요. 이해될 때까지 묻고 또 물으세요. 그러면 아이 관점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대목을 발견하실 겁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분노가 부모에 대한 미움이 아니라 사랑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겁니다. 사실 따님의 문제를 해결할 결정적인 사람은 남편인 것 같습니다. 남편이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지난 세월 가족에게, 특히 딸에게 가했던 고통에 대해 이해하고, 진지하게 사과하시면 좋겠습니다. 추측건대 따님은 아빠와 성격이 닮았을 겁니다. 그래서 서열과 권위를 중시하는 아빠의 ‘무서운’ 태도를 가장 많이 배웠는지도 모릅니다. 부모가 없는 동안 아빠에게서 배운 힘이나 위압적 태도로 동생을 다루려 했겠지요. 아이의 그런 경직된 마음은 아빠의 분명한 사과와 엄마의 수용적 태도가 가장 빠르게 녹여줄 것입니다. 글 박미라 마음칼럼니스트·<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