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마장동의 특별한 입학축하식과 은퇴식

등록 : 2017-02-23 17:14 수정 : 2017-02-23 17:41
지난 17일 마장동 성동노인복지관 2층 강당에서 마을 주민이 연 특별한 ‘입학축하식과 은퇴식’에 참석한 올해 마장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이도건 군 가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당의 전등이 꺼졌다. 무대 배경 화면에 이름과 함께 추억 가득한 사진과 영상이 음악과 함께 어둠을 밀어내자 객석 여기저기서 탄성과 박수, 웃음이 터졌다. 관객들은 무대 배경을 채우는 인물을 낯설어하지 않았다.

지난 17일 저녁 7시 성동구 마장동 성동노인복지회관 2층 강당에서 열린 ‘2017 마장동 입학축하식과 은퇴식’ 풍경이다.

무대에 소개된 주인공들은 올해 정년을 맞아 마장동을 떠나는 퇴직자 2명과 초·중·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33명이다. 주인공들과 강당을 메운 100여 명의 관객 대부분은 주인공들과 생활을 공유하는 마장동 주민들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축하 영상으로 시작된 행사는 온전하게 마장동 주민들의 힘으로 꾸려졌다. 마장동 국악동아리의 민요 공연과 마장초등학교 학생들의 오카리나 연주, 마장중학교 댄스팀이 분위기를 이끌었다. 은퇴자 가족의 영상편지, 입학 축하선물 전달, 주인공 가족의 답례 인사와 행사를 준비한 사람들 소개, 기념촬영까지 2시간가량 이어졌다.

‘입학축하식’은 지난해 2월 마장동 마을계획단 교육분과에서 활동하는 다섯 엄마의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주변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예비 학부모가 많아 자연스럽게 아이들 입학 축하를 함께 하자 한 거죠.” 지난해부터 줄곧 행사를 준비한 마을계획단 단원 윤상임(43)씨가 행사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지난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시작된 ‘입학축하식’은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모인 15가족이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소박한 행사였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한 주민들의 협업이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는 행사를 확대하게 되었다. 다른 분과에서 활동하는 마을계획단 단원들도 자진해 돕겠다고 나서고, 커뮤니티 카페 ‘C’에서는 무료로 공간을 빌려줬다. 마을 어르신들도 ‘롤링페이퍼’에 손글씨로 직접 입학을 축하해주는 글귀를 남겼다.

올해는 입학 축하뿐 아니라 마장동에서 활동하다 정년을 맞은 퇴직자들의 은퇴식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마장동주민센터에서 마을사업을 담당하는 김경민(37) 주무관은 “마장동에서 일하다 퇴직하는 분들, 마장동 밖에서 근무하다 퇴직하는 마장동 주민까지 함께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쑥스러운지 올해는 마장동에 사는 주민 가운데 은퇴식에 참여하고 싶다는 신청자가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올해 주민들이 은퇴식을 통해 그간 마장동에서 노고한 것에 감사를 표한 분은 마장초등학교 이이영(59) 교장 선생님과 동마치안센터 이태신(59) 센터장 두 분이다. 이 센터장은 “서울 지역에서 마을 주민들이 은퇴식을 열어주는 곳은 마장동밖에 없을 것”이라며 “치안센터가 동주민센터와 나란히 있다 보니 주민들과 한결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고맙게 생각한다”며 감회에 젖었다.


이날 기념식 축하공연으로, 동생 이정은(11)양과 함께 아이돌 그룹의 춤을 선보인 이가은(15)양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엄마에게 ‘입학축하식과 은퇴식’ 이야기를 듣고 단박에 공연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한다. “저와 친구들도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저희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함께 축하할 수 있는 자리에서 공연도 하고 즐거움도 나눌 수 있어 더 뜻깊은 자리였어요”라며 이날 공연의 의미를 부여했다.

윤상임씨는 “입학축하식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마장동에서 화합할 수 있는 자리가 돼, 더 많은 주민이 모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내년에는 더 큰 곳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