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정도 불편없이 걸을 수 있는 동네가 좋은 도시”
등록 : 2016-03-31 16:32
최근 세계적으로 도시설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주민 건강’과 관련해 서울대 건축학과 박소현 교수가 “아이와 노인들이 걷기 좋은 동네가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공동주택률이 60%가 넘는 우리 실정에서 아파트를 죄다 허물 수는 없지요. 대단지의 편리함과 소필지 동네의 역동성을 잘 섞어야 합니다. 핵심은 아파트냐 아니냐가 아니라 시민들의 경제적 능력과 선호에 맞는 선택지를 넓혀주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이게 한국적 방법론입니다. 다른 나라에선 이런 고민 안 하니까, 우리의 젊은 건축가들, 젊은 도시연구자들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 동네 설계의 또다른 초점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것이다. “드라마 응팔(응답하라 1988)의 골목길 같은 온기와 현재의 도시 생활 조건을 조화시키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혼자이지만,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인식을 해야 합니다.” 가족제도가 해체된 사회에서 누군가가 ‘엄마의 희생’을 대신해야 한다면, 그것은 어떤 희생적 개인이 아니라 인간화된 시스템이 될 것이다. 각자가 따로이면서 동시에 같이 있는 공간의 설정이다. 동네가 그렇게 바뀌지 않으면 일상은 불행하고, 노년은 지옥이 된다. 다음 연구과제도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노인으로 이어진다. “살기 좋은 동네가 되려면 어린이와 노인이 살기 좋아야 합니다. 일본에선 노인들이 가까이서 물건을 살 수 없는 ‘쇼핑 난민’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고, 노인이 죽기 전 5~10년을 자기 동네에서 평화롭게 생을 정리하는 도시가 절실해지고 있어요.” 걷기 좋은 도시로서 서울의 미래에 대해서는 젊은 세대의 감각과 책임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새로 대단지 짓지 않고도 서울 곳곳의 유휴지를 잘 활용하면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유의 작업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도시 진화의 패턴을 만드는 일이니까요. 시민들과 정책 입안 및 실행자들의 안목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토대가 만들어지면 그 위에서 도시 디자인 언어가 만들어집니다. 각 동네의 특성에 맞게 조합하여 그 동네 실정에 맞는 ‘걷기 좋은 동네, 살기 좋은 마을’을 실현하는 것, 그것이 도시 설계 차세대의 과제입니다.” 박 교수는 미국 콜로라도대 건축대학 교수로 있다가 2004년부터 서울대 건축학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도시 보존, 참여형 공동체 계획 등이 그의 주요 전공분야다.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 서울시 도시계획위 등 주요 정부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