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발전소, 서민들의 여가 공간

[기고] 김성환 노원구청장

등록 : 2017-02-02 16:01
노원구 중계본동 ‘불암골 행복발전소’ 앞에서 한 아이가 비눗방울을 불고 있다. 장수선 기자 grimlike@hani.co.kr

행복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삶의 최고 목표다. 돈, 명예, 건강 등 저마다 기준이 있겠지만 얼마 전 들렀던 마을도서관은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지난해 문을 연 유아 놀이시설을 겸한 도서관인데, 열람실 여기저기를 뒹굴며 책을 보는 아이들과 차도 마시고 육아에 관해 토론하는 엄마들의 웃는 모습에서 행복은 소소한 것에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수준 높은 문화시설이 아니어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나누는 감사의 마음만으로도 행복감은 충분해 보였다.

지난해 말 국가미래연구원이 산출한 3분기 ‘국민행복지수’가 120.98로 2분기(136.26)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국내외 경기 침체로 인한 고용 불안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삶의 질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 가장 고통받는 것은 서민층이다. 주민 행복을 위한 국가나 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20년간 미국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한 데릭 보크는 자신의 저서 <행복국가를 정치하라>에서 사람들의 행복을 결정하는 여섯 가지 요인을 꼽았다. 결혼, 인간관계, 직장, 건강 상태, 종교, 정부의 질이다. 그러면서 국민 행복을 높이기 위한 공공 부문의 핵심 정책을 제시했다. 실업과 은퇴 대책, 육체적·정신적 건강 증진, 부양가족 지원과 민주주의적 전인교육 강화다. 정치와 행정 모두 국민 행복에 목표를 둔 것이다.

자치구의 정책도 이의 연장선이다. 행복이 아무리 나눔과 감사의 마음만으로 충분하다고 해도 발을 땅에 두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듯, 주민들이 열정을 발산하고 문화적 욕구를 충족할 공간은 많을수록 좋다. 단체장으로서 주민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늘 고민하지만 재정이 넉넉지 않으니 근사한 문화체육시설을 통한 서비스 제공은 바람으로 끝나기 일쑤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은 절박함에서 나오듯 주변을 돌아보면 나름 해결 방안들이 눈에 띈다. 노원구가 지역 곳곳에 만들고 있는 ‘행복발전소’가 그 예다. 유아에서 어르신까지 각 세대를 위한 맞춤형 시설이다. 경기 침체로 비어 있던 아파트 내 상가를 국·시비 지원을 받아 리모델링해, 어려서부터 책과 가까워지도록 하기 위한 마을도서관, 학교 수업을 마치고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사각지대 아동들에게 정서 안정의 버팀목이 되어줄 돌봄 시설, 젊은 층에 비해 신체 활동이 부족한 어르신들을 위한 전용 체육시설 등 돌봄과 여가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시설 관리도 구가 직접 나서지 않고 이용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토록 했다. 독서모임이나 강연, 재능 품앗이 등 자율적인 활동들이 공간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현대인의 여가가 예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지만 독서나 취미활동, 친구와 교제하는 시간은 오히려 줄었다는데, 이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을 ‘완벽하거나 차고 넘치는 곳에 있다기보다는 조금은 부족하고 낮은 곳에 있다’고 했다. 적당히 모자란 가운데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삶 속에 행복이 있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나라가 혼란스럽지만 우리 사회가 구성원들의 다양한 마을 살이 속에서 서로에게 스승이 되고, 길잡이가 되어 함께 이웃을 생각하는 행복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