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복 새활용 사회적기업 ‘119레오’는 해마다 소방의 날 기념 전시를 연다. 사진은 12일까지 성수동 플리에서
진행하는 전시장 모습. 119레오 제공
119레오(REO)의 REO는 ‘Rescue Each Other’(서로가 서로를 구한다)의 머리글자이다. 우리는 소방관의 용기를 지켜준 방화복을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시킨다. 그리고 수익 일부를 소방관 권리 보장에 환원한다.
소방관이 우리를 구하듯 우리도 함께 소방관을 구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 이런 마음은 2016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한 소방관의 아버지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아버지는 아들의 유언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소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이 남긴 유언은 “소방관 아빠로 기억되게 해줘”였다. 그는 1021회의 소방 현장에서 수많은 생명을 구한 베테랑 소방관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암 발병의 병리학적 인과를 개인이 밝히게 돼 있었다.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암이라는 질병과 분초를 다투는 소방 현장의 유해물질의 연관 데이터는 없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 속에서 유가족들은 명예를 되찾기 위한 소송을 시작해야 했다.
눈물을 흘리며 3시간 넘게 죽은 아들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아버지 앞에서 죽음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대학생인 나는 슬픔에 공감한다는 말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그 만남 뒤 내 머릿속에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세상에 알릴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소방관은 우리를 구해주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소방관의 목소리는 너무 쉽게 잊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소방관을 구하는 것과 잊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소방관을 보호하는 방화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일상 속에 소중한 물건을 담고 꼭 챙기는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방화복을 가방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을 시작했다. 방화복을 가방으로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일을 꼭 해내야 한다는 우리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을까? 정말 많은 분이 하나하나 알려주고 도움을 줬다. 그렇게 첫 제품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공개했다. 1천 명 넘는 분이 마음을 모아줬고 ‘고 김범석 소방관 법’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김범석 소방관의 아버지는 우리의 기부금을 받지 않았다. 암 투병 소방관 문제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소방관 전체의 문제라며 더 어려운 암 투병 소방관을 위해 사용해달라고 했다. 그 기부금을 다른 암 투병 소방관 두 분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두 분이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논의 한 번 이루어지지 않고 폐기될 거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우리가 놓친 것은 없을까 다시 생각했다. 다른 것은 할 수 없어도 기억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현장衣(의) 기억’이라는 첫 번째 전시를 통해 암 투병 소방관을 다시 한 번 이야기했다. 그리고 119레오는 해마다 5월4일 국제 소방관의 날과 11월9일 소방의 날에 전시를 열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가치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또 확장되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당연하게 지구는 우리를 구해주지만 도움이 필요한 지구의 목소리는 너무나 쉽게 잊히고 있다. 산업화 이후 생산성 향상은 우리를 풍요롭게 만들었으나 과잉생산이라는 그늘을 만들었다. 이러한 그늘을 줄이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꼭 필요한 곳에 사용된 것은 업사이클링을 통해 다시 한 번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업사이클링이 지구를 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서는 기존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업사이클링 역시도 선형경제 속에서 하나의 선을 추가한 것일 뿐 순환경제로 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도 소방 현장에서 소방관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방화복의 수명이 다하면 수거해 상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업사이클링 가방과 지갑, 액세서리도 있지만 소재로도 만들고 있다. 방화복은 소방관을 지키기 위한 옷인 만큼 일반적인 면이나 폴리가 아닌 아라미드라는 첨단 소재로 제작된다. 현재 방화복에서 아라미드 단섬유를 추출해 실로 만드는 과정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업사이클링이라는 한계를 넘어 순환경제로 한 발 더 다가서고 있다. 효성첨단소재, 신한방직 등과 함께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가치를 확장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고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