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자마자 임대료 상승, 골목문화 설 자리가 없다
등록 : 2016-03-31 14:52
서울 홍대 앞 거리(위 사진). 상권이 성장하자 대기업 자본까지 유입된 젠트리피케이션 결과 특이성이 사라지고 상업성만 도드라진 공간으로 바뀌었다. 마포구 서교동에서 2004년 상수동으로 이주한 ‘이리카페’는 또다시 쫓겨날 위기에 놓여 있다.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경리단길은 서울의 주요 상권인 이태원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결합된 곳이다. 이태원이 상업화되면서 고유성을 잃어버리자 사람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경리단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2년 언론에 소개되고 입소문이 더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외부 자본에 의해 지역 기반의 세탁소, 쌀집 등 근린생활시설이 레스토랑, 카페 등 상업시설로 대체됐다. 10년 사이 건물 임대료는 최대 6.5배, 원룸 월세는 3배까지 상승했다. 경복궁 서쪽 체부동, 효자동, 통의동 일대 한옥 밀집 주거지역인 서촌에서도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진행 중이다. 2010년 서울시는 한옥 보전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다. 이 때문에 북촌과는 다른 서민적인 분위기의 서촌 한옥은 오히려 개성 있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서촌 한옥의 가치는 2010~2011년 사이 3.3㎡당 1700만원에서 2500만~3000만원으로 상승했다. 한옥이 상업공간으로 변하면서 30~40년 동안 살았던 주민들은 떠나고 세탁소 등 생활업종 가게는 문을 닫기 시작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서울시가 먼저 나섰다. 지난해 11월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상황이 심각한 대학로, 인사동, 신촌•홍대•합정, 북촌•서촌, 성미산마을, 해방촌•성수동•세운상가 등 6개 지역에 정책수단과 자원을 총동원한다.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는 ‘상생협약’ 체결, 시가 부동산을 매입 또는 임차해 영세 소상공인과 문화•예술인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사업, 낡은 상가에 보수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임차인의 임대기간을 보장하는 장기안심상가 조성, 소상공인이 상가를 매입할 수 있도록 8억원 내에서 매입비의 최대 75%까지 시중금리보다 1%포인트 낮게 최장 15년간 융자하는 자산 전략화 사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상생협약은 시작이다. 하지만 법적인 구속력이 없어 한계가 있다.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뒤를 이어 상생협약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서울지역과 유사한 해외사례도 발굴해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1980~1990년대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났다. 2000년대 들어서는 베를린, 브뤼셀, 프라하 등 유럽 도시는 물론 시드니, 도쿄, 상하이, 모스크바, 상파울루 등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전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연구원의 맹다미 연구위원은 ‘해외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사례와 시사점’ 연구보고서에서 해외 사례를 조사해, 극복한 도시들의 공통점을 분석했다. 영국 런던 북동부에 위치한 쇼디치 지역은 관과 민간이 협력해서 젠트리피케이션의 몸살을 슬기롭게 극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980년 말부터 도심에 인접한 위치, 편리한 교통, 저렴한 임대료 등으로 젊은 예술가들의 화랑과 스튜디오가 들어서면서 문화•예술 지역으로 발전했다. 이 때문에 임대료가 상승하고, 지역에 살던 이민자들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지역을 떠났다. 이 과정에서 지역 문화와 원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자생적인 조합이 만들어졌다. 이 지역 공동체는 쇼디치 지역 발전을 주도했다. 쇼디치 지역은 주거와 문화•예술 공간에서 새로운 정보기술 산업이 유입된 사례이기도 하다. 맹다미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예술가•디자이너들과 초기 발전 단계에 입주했던 창조•디지털 산업체들이 개발 과정에서 밀려나지 않고 지역에 공존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지역의 특성과 변화를 파악한 공공의 지원 및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공공의 직접 개입보다는 민관의 공감대 형성과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 공론화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박용태 기자 gangto@hani.c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