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쟁의에서 배운다

청년이 바라본 주민자치 ⑩ 동작구 미완의 거버넌스

등록 : 2016-12-15 14:45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사업 과정에서 상인들의 고충을 풀어가기 위한 민관 소통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왼쪽부터) 깔끔한 시설을 갖춘 현대시장과 인적이 드문 전통시장의 모습.

동작구는 10년 전만 해도 정체성이 없는 자치구란 인식이 강했다. “행정구역이 자주 바뀌다 보니 동작구민의 정체성이 성장하지 않았다”는 게 동작공동체라디오 ‘동작FM’ 김학규 운영위원의 설명이다.

정체성이 약하다 보니 시민사회단체의 수나 활동도 다른 지역에 비해 미약했는데, 변화가 시작된 건 2004년부터다.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가 설립되어 동작구의회 모니터링을 시작하고, 산하에 여러 사회적기업을 뒀다. 지역 언론을 담당하는 동작FM은 이웃 자치구인 관악구 시민단체 관악FM에서 교육과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성대골에 들어선 ‘에너지슈퍼마켙’은 친환경 에너지사업과 지역도서관 운영을 지원했다. 이런 시민단체들의 활동은 동작구의 의제 확대에 크게 기여했고, 상호작용을 통해 계속 확산하며 시민사회단체의 설립과 활동을 자극하고 있다. 현재 동작구에서는 60개 이상의 시민단체가 각자의 색깔을 펼쳐나가고 있다.

동작구의 시민사회가 지난 10여 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긴 했지만, 동작구의 주요 정책 의제에 시민사회의 의사 반영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늘 있어왔다. 동작구의 시민사회단체는 동작구 대표 사업인 장승배기 행정타운 건립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이 지역 주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칠 현안인데도 영향평가나 설명회, 공청회 등의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함께 검토하는 절차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수협중앙회가 주도한 사업이지만, 동작구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동작구의 대응이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아직도 새 수산시장 입주를 거부하며 전통시장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입주할 점포의 공간이 좁고 방문 차량의 주차와 통행 문제가 더욱 나빠졌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현재 노량진수산시장은 현대시장과 전통시장으로 양분되어 있다. 현대시장은 법률상 도매시장으로 허가된 신축 건물에 있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시설이 쾌적하고, 해수가 늘 공급되어 위생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저런 불만도 쏟아져나온다. 상인들은 현대시장이 멋스러움을 잃어버려 수산물 마트와 다름없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가장 큰 문제는 1층 면적이 충분치 않아 복층 구조로 개발되었다는 점이다. 상인들은 전통시장의 구조를 건물 내로 그대로 옮길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면적을 원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현대시장의 면적이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노량진시장은 양분되었고, 전통시장 상인들은 입주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상인들과 노량진수산시장 측의 마찰이 생길 때, 동작구는 주민 30여 명으로 주민협의회를 구성하고 1000여 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관과 가까운 단체 중심으로 주민협의회가 꾸려져 제대로 의견 수렴을 하지 못했다”며 민관 소통 부족을 지적한다.


시민들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되기 위해선 시민을 거버넌스(협의체)의 협력 주체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민정치가 정치권에서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지만, 기존 행정 시스템과 공무원 사회의 벽은 여전히 견고하다.

앞으로 지역 거버넌스 발전을 위해선 시민사회 내부 동력과 제도권의 변화가 중요하다. 동작구의 거버넌스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동작구가 시민이 구정을 주도하는 미래를 열 수 있도록 길을 더 열어야 한다.

글·사진 김기범 이승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청년이 바라본 주민자치 연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