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기업 핑크로더는 사라졌던 지역 음료수 ‘부산사이다’를 코로나 시기 동안 개발하
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핑크로더 제공
어려서부터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아 부산의 다양한 공간에서 열리는 공연과 전시들을 탐닉했다. 그런데 지역의 이런 장소들은 늘 잘 알려지지 않고 수익을 내는 경우도 드물어 어느 순간 사라지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다양한 부산의 문화공간들과 근처 맛집, 카페를 연결해 코스를 만들어 알리는 ‘부산문화지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늘 다니는 동선에 이런 멋진 장소가 있으니 가보시라고 추천한 것이 계기가 되어 ‘핑크로더’라는 조직을 만들고 지금까지 11년째 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 뭔지 정의하기 위해 찾다가 공정여행에 대해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사회적 경제에 입문했다.
처음 코스를 제안할 때부터 지역과 상생하는 모델의 여행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동네 사람들이 산책 삼아 쉽게 갈 수 있는 문화공간과 로컬의 숨은 맛집, 의미 있는 골목길 카페 등을 추천하고 동선을 짰다. 점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스토리 여행이 됐고 마을 여행이 주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해 여행상품으로 만들다보니 주민들과 협업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마을해설사를 양성하거나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마을 지도, 디자인 기념품도 만들었다. 심지어 주민들과 함께 마을 호텔을 기획하기도 했다.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2년 반 동안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 즐겼다.
부산 산복도로를 따라 근현대 역사 현장을 돌아보는 원도심 투어,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반나절 구석구석을 다니며 체험해보는 예술여행, 영화촬영 장소를 돌아보는 시네마투어, 엄마들에게 휴식을 선물하는 온천 힐링 여행 등 지역 특징을 알리는 다양한 콘셉트의 테마 여행을 만들고 진행하며 즐겁게 보낸 시간이었다.
부산에서의 활동을 경험 삼아 진주, 산청, 함양 등 경남의 지역 콘텐츠 여행을 개발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지역마다 가치 있는 스토리를 담은 여행프로그램과 주민공동체 교육·컨설팅 등 외부용역도 수행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모든 활동이 중단됐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특히 여행기업은 많은 수가 문을 닫는 어려움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지만, 오히려 그때 더욱 과감하게 투자해서 경남 김해에 지사도 만들고, 사라진 ‘부산사이다’ 지역 음료수를 개발해 70년 만에 출시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부산기념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로컬크리에이터로 이슈가 되기도 하고 전국에서 컨설팅 요청도 많아졌다.
부산사이다 덕분에 팝업스토어도 열어보고 온라인 스마트스토어도 운영해보는 등 제조와 유통의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부산사이다 사례처럼 지역의 사라져가는 가치 있는 것들을 잘 발굴해 또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다. 아직도 해보고 싶은 지역 아이템이 많다.
최근 다시 여행 수요가 조금씩 늘어감에 따라 핑크로더에서도 새롭게 론칭한 부산 커피 투어와 경남 테마 여행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가 제안하는 여행을 통해 지역을 이해하고 충분히 즐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누구나 이런 여행을 만들 수 있도록 확산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자신이 사는 동네를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3년 전부터는 ‘파랑새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여행기획자를 양성해왔다. 교육은 관심 있는 주제에 따라 본인이 직접 여행코스를 기획하고 실제 운영해보는 과정을 강의와 실습으로 진행한다. 동시에 함께 여행을 만들 수 있는 친구를 만든다.
이를 통해 멀리 있는 파랑새를 찾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여행을 통해 충분히 경험할 기회가 더욱 많아지길 소망한다.
지역 이야기는 그 지역 사람들이 제일 잘 안다. 동네 최고가 세계 최고고, 지역에서는 누구나 함께 어울려 친구가 될 수 있다. 전 세계인이 동네 친구가 되는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가득한 지역에서 곧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