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혼잡 개선을 위해 설치된 지하철 역사 내 동선분리대를 따라 출퇴근시 승객에게 분산 승차를 안내하는
모습. 서울시 제공
대다수 직장인이 그러하듯, 매일 아침은 언제나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에서 시작된다. 올해로 공직생활 30년을 맞았지만, ‘오늘도 출근’을 목표로 1분1초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잠시라도 여유가 생기면 피곤함에 기대어 쉬고 싶지만, 요즘은 그 잠깐의 순간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서울 교통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보니 열차 내의 혼잡 상황은 어떤지, 환승 이동은 원활한지 직접 살피며 매일 지하철 현장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출근길 사정을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정시성은 물론이고 혼잡 해소, 안전 강화 같은 산적한 과제를 앞둔 서울 지하철을 생각하면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요즘이다.
2023년의 서울 지하철은 가히 대격변을 겪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승객이 급격히 감소했던 시기를 겪다가 이제는 일상 회복으로 정상 출근이 시작되면서, 승객 수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도 승객의 약 90%를 밑도는 수준까지 회복한 상태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지하철 연장과 노선 개통까지 다수 이뤄져 수도권 승객의 흡수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2021년 3월 5호선 하남검단산 연장, 2022년 3월 4호선 진접선 개통, 2022년 5월 신림선 개통을 완료했고, 2023년 7월에는 서해선 개통을 앞두며 다시 한번 환경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승객 수, 인프라까지 양방향의 양적 확대로 서울 지하철은 방대한 운영 규모와 함께 수도권 생활을 책임지는 필수 시설로서 그 의미가 더욱 중차대해졌다.
통계 수치를 보면 혼잡한 지하철의 현주소를 더욱 깨닫게 된다. 9호선은 급행열차 최고혼잡도만 현재 197%를 기록하고 있고, 2호선 172%, 4호선 185%, 7호선 160%까지 주요 노선 대부분이 높은 혼잡을 보인다. 이렇게 시민들의 불편 해소가 매우 시급한 만큼, 서울시는 선제적으로 긴급 안전 대책 및 현장점검을 완료했고, 집중적인 혼잡도 완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4월부터 지하철 2, 3, 5호선의 운행을 오전 2회, 오후 2회 총 4회씩 증회 운행한 결과 출근시간대 혼잡도가 13~25% 감소하는 가시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고, 동선 분리를 위해 주요 역사들의 안전 인력 배치, 시설물 보강 등도 완료한 상태다.
이에 더해 일반적으로 설계, 승인, 차량 제작, 시운전 등 최소 2~3년의 기간이 소요되어 매우 어려운 과제로 여겨지는 신규 열차 투입도 행정 절차를 최대로 단축해 2023년 연내 9호선 신규 열차 3~5편성을 조기 투입하는 등 서울시의 모든 교통운영 노하우를 집중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지하철 혼잡 문제는 더는 서울시만의 현안이 아니다. 신도시 확장으로 중전철 연장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혼잡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올해 7월 서해선 개통 시 9호선 혼잡도는 약 20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김포공항역은 5·9·공항·김포골드·서해선까지 5개 노선을 아우르며 김포, 고양, 부천, 인천 등 수도권 승객이 유입되는 거대 노선이 되고 있다. 이것만 봐도 향후 차내 밀집으로 인한 위험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 확보만으로도 수도권이 공동으로 증차 등 혼잡 개선뿐만 아니라 책임 있는 운영에 함께 나서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개통 이후에는 사후 개선이 어려운 만큼 혼잡도를 포함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노선 계획이 수립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국비 지원 없이는 이 모든 노력이 결국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이미 쥐어짜듯 고심하고 있지만, 만성 적자와 시설 노후에 시달리고 있는 지하철 운영 환경을 개선하기에는 일시적인 방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일 출근길마다 밀집된 지하철에서 공포를 느끼는 수도권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